오늘의 시조 1346

단시조 3수

[서다] 편 노숙 고양이 김 재 황 새벽에 걷자니까 골목으로 숨는 녀석 버림을 당했는지 그냥 집을 나왔는지 오늘도 검은 겨울에 먹을거린 무어냐? (2018년) 비둘기를 보며 김 재 황 옛날에 평화라고 좋은 뜻을 얻었는데 이제는 나쁜 새로 낙인까지 찍혔으니, 창턱에 앉지 말기를 아침마다 이른다. (2018년) 반달 송편 김 재 황 구정이 다가오니 맛있는 것 먹게 될까 솔 냄새 다가오니 늙은 나도 어려지는 어머니 그리운 손맛 긴 꿈에서 보려나. (2018년)

오늘의 시조 2022.08.12

단시조 3수

[서다] 편 이를 닦으며 김 재 황 좋은 이 지니는 건 오복으로 꼽는 하나 긴 세월 겪고 나니 이것저것 탈이 나네, 하루에 반드시 세 번 닦는 일은 꾸준히! (2018년) 그때 그 생각 김 재 황 미나리 씹는 맛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종아리 내어놓고 물미나리 캐던 생각 어쩌나 검은 거머리 다가오고 있으니. (2018년) 겨울 가로수에게 김 재 황 깊은 잠 안았지만 숨을 쉬긴 어떠하냐? 꽁꽁 언 추위에도 환한 꿈에 들었느냐? 오늘도 마스크 쓰고 얼음 길을 걷는다. (2018년)

오늘의 시조 2022.08.11

단시조 3수

[서다] 편 잘 사는 길 김 재 황 냇물을 떠서 먹던 그런 시절 있었는데 이제 와 숨쉬기도 힘든 세상 되었으니 하늘땅 섬기는 일이 옳게 사는 뿌리지. (2018년) 늙은 부부 김 재 황 ‘여보’는 보물처럼 값 좋다는 뜻이고요 ‘당신’은 내 몸으로 여긴다는 뜻이라네, 늙으면 의지할 데가 ‘부부’밖에 없다오. (2018년) 오늘은 눈 김 재 황 날씨가 흐렸으니 하얀 눈이 내리려나, 오늘도 눈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인데 아내는 미끄럽다고 비 내리길 바라네. (2018년)

오늘의 시조 2022.08.10

단시조 3수

[서다] 편 이상난동 김 재 황 이 나라 남쪽 땅이 한겨울에 들었는데 저문 강 북녘에서 봄바람이 불고 나니 공연히 긴 밤 꿈자리 어지럽게 맞는다. (2018년 1월) 책을 펴내고 김 재 황 책 한 권 펴냈으니 벗들에게 보내야지 벗인 줄 알았는데 받았다는 답도 없네, 바빠서 그런 것일까 내 마음이 춥구나. (2018년) 떨어진 잎을 보며 김 재 황 힘들게 일 끝내고 이제 편히 쉬고 있는 가랑잎 그 앞에서 바쁜 걸음 잠시 멎고 흐른 날 우거진 여름 짙던 그늘 그린다. (2018년)

오늘의 시조 2022.08.09

단시조 3수

[서다] 편 학처럼 살자 김 재 황 하늘이 맑게 개면 노래 물고 높이 날자 함박눈 내릴 때면 깃을 접고 춤을 열자 한밤에 별이 뜰 때면 늪에 서서 꿈꾸자. (2017년) 한겨울 날에 김 재 황 싸늘한 날씨라고 웅크리면 절대 안 돼! 큰길을 바라보며 크게 한 발 내디디면 아무리 모진 추위도 무릎 꿇지 않겠어? (2018년) 반구정 아니라도 김 재 황 강물이 길을 내고 갈매기가 노니는 곳 그런 곳 아니라도 시를 짓고 살아가면 바다가 그 앞에 와서 넘실넘실 춤춘다. (2018년)

오늘의 시조 2022.08.08

단시조 3수

[서다] 편 그림자에게 김 재 황 밝은 해 바라보며 살아가는 바로 난데 내 뒤를 따라오는 그 까닭은 무엇인가, 걸어도 벗이 못 되니 안타깝게 여기네. (2017년) 가시에게 김 재 황 가까이 오지 말라 그 손짓은 알겠지만 모든 걸 밀어내는 마음일랑 버려야 해 세상엔 사랑이란 말 밝고 밝게 들린다. (2017년) 정유년도 저물고 김 재 황 할 일이 아직 많이 산더미로 남았는데 한 해가 벌써 이리 가물가물 지는구나, 빠르기 이 세월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7

단시조 3수

[서다] 편 추위 오다 김 재 황 춥다고 말을 하면 더욱 몸이 떠는 것을 마음만 잘 먹으면 참을 수도 있는 것을 첫 새벽 나선 걸음이 추위 또한 밟는다. (2017년) 털모자 쓰다 김 재 황 멋있는 것보다는 더 무거운 실속 하나 늙으면 멋보다도 챙겨야 할 건강 그것 칼바람 높이 들어도 겁날 것이 없구나. (2017년) 눈길 걸어가다 김 재 황 새벽에 걸어가는 새하얗게 눈 내린 길 발걸음 사박사박 비단 깔개 내보인 길 오늘도 새길 밟으며 새로운 뜻 밝힌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6

단시조 3수

[서다] 편 남기고 간 말 김 재 황 쉬던 숨 멈춘 후에 편안해진 그 얼굴이 이 세상 환히 듣게 외치는 말 있었느니 잡은 것 모두 놓으면 아무 걱정 없단다. (2017년) 해국과 벌 김 재 황 이제 막 떠나려는 고기잡이 늙은 어부 옆에 온 그의 짝이 옷차림을 매만지니 쌀쌀히 바람 때려도 훈훈한 정 잡는다. (2017년) 등불 같은 까치밥 김 재 황 함박눈 내린 날은 어디에서 먹이 찾나, 날갯짓 펴다 보면 등불처럼 보이는 것 몸보다 마음이 먼저 그 배고픔 잊겠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5

단시조 3수

[서다] 편 나뭇잎 떨어질 때 김 재 황 가지에 붙어 있는 놀빛 붉은 저 잎사귀 바람에 홀로 지는 날개 달린 잎이 곱다, 잡은 것 놓고 난 후에 하늘마음 얻는다. (2017년) 여행 가다 김 재 황 일상을 벗어 놓고 외진 곳을 찾아가면 새로운 정경 앞에 눈이 먼저 호강하고 다리야 조금 아파도 그냥 있지 못하네. (2017년) 늙은 나에게 김 재 황 어디에 터 잡아야 숨을 쉬기 편할 건가 가까이 숲 있어야 맑은 공기 얻을 테니 산자락 타고 앉는 게 제일 좋은 여기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4

단시조 3수

[서다] 편 포항, 흔들리다 김 재 황 지구는 살아 있다, 가쁜 숨을 쉬고 있다, 밤이면 꿈도 꾼다, 검은 길을 쫓겨 뛴다, 가려움 끝내 못 참고 몸을 떤다, 부르르. (2017년) 참새 떼를 보며 김 재 황 초가집 찾기 힘든 이 시절에 너희 보니 그 어디 둥지 틀고 사는지를 묻고 싶다, 우거진 저 나뭇가지 모두 모일 집 되니? (2017년) 꿈에도 연리지 김 재 황 나무도 못 껴안는 그리움을 안고 산다, 마음이 간절하면 못 이룰 일 없다는데 꿈에서 가지 만나니 놓을 수가 없는가.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