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6

단시조 3수

[서다] 편 김장할 때 김 재 황 단풍잎 슬피 울어 숲과 숲을 뒤흔들면 매콤한 청양고추 팍팍 넣고 김장할 때 그 허리 아프겠지만 내년 반찬 생긴다. (2017년) 부부의 삶 김 재 황 바빠야 넘어지지 않는 까닭 무엇인가, 바퀴가 둘이니까 앞만 보고 달려야지, 한눈을 팔았다가는 중심 잃기 일쑤다. (2017년) 입동 지난 서래섬 김 재 황 날씨가 쌀쌀해서 나들이 온 사람 없고 낚시꾼 다퉈 앉던 낚시터도 비어 있네, 남쪽 땅 몸부림쳐서 억새꽃만 더 흰가.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2

단시조 3수

[서다] 편 내복 입다 김 재 황 가을이 깊어지니 허리 아래 좀 시리다, 내복을 입어야지 아니 아직 이른 거야 왜 자꾸 망설이느냐 늙은 몸은 따뜻이. (2017년) 눈이 내리다 김 재 황 가볍게 내려와서 기척 없이 쌓여 가는 이 세상 희디희게 덮고 있는 이불이여 밤까지 지워 놓으니 오는 꿈길 어디로? (2017년) 적상산 단풍 김 재 황 누구냐 산자락에 벗어 놓은 놀빛 치마 이맘때 몸 씻으러 냇물 찾는 선녀인가, 멀찍이 서서 보아야 놀라 숨지 않는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8.01

단시조 3수

[서다] 편 가을 플라타너스 김 재 황 넓은 잎 내던져서 오는 걸음 맞는 자리 빈 가지 꾸며 놓은 조롱조롱 저 방울들 이제 곧 한가윗날에 깜짝 놀을 펼 건가. (2017년) 무소식이 희소식 김 재 황 자신이 잘 나갈 때 남을 어찌 생각할까, 힘든 일 어려운 일 생겼을 때 찾아오네, 누구든 소식 없을 때 그게 바로 희소식! (2017년) 선유도 선유정에서 김 재 황 한강은 말이 없이 긴 흐름을 늘이는데 신선이 바람처럼 쉬어 가면 좋을 자리 걷다가 그 앞에 서니 하룻길도 머문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31

단시조 3수

[서다] 편 눈시울 젖다 김 재 황 마음이 늙었기에 눈이 이리 젖는 건가, 사람을 볼 때마다 콧등 또한 시큰하고 누구나 떠나는 길에 서는 앞도 흐리다. (2017년) 단감을 손에 들고 김 재 황 맛이야 달콤하고 씹는 느낌 좋긴 한데 먹어야 할지 말지 망설이게 되는 마음 아침에 속 비우는 일 어려우면 어쩌지? (2017년) 낙상홍, 그 눈빛 김 재 황 어디를 더듬는지 반짝이는 빨강 눈빛 하늘은 높아지고 구름 또한 엷어지고 나에게 전하려는 말 뜨겁고도 뜨겁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30

단시조 3수

[서다] 편 종이학을 접으며 김 재 황 그 마음 간절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니 두 손에 힘을 싣고 색종이를 접는다네, 한밤을 보내고 나면 엉킨 일이 풀릴까. (2017년) 작은 모임 김 재 황 새 책이 나왔으니 벗들에게 전해야지 만나서 주겠다고 내 마음을 밝혔는데 열댓 명 찾아온다니 그만하면 족하지. (2017년) 생쥐 한 마리 김 재 황 지하철 타러 가다 만나게 된 목숨 있네, 요즘엔 보기 힘든 그 모습에 발을 멎고 무슨 밥 먹고서 살까 괜한 걱정 가졌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9

단시조 3수

[서다] 편 신발 두 짝 김 재 황 문간에 벗어 놓은 닳고 닳은 신발 두 짝 긴긴 길 함께 걸은 늙은 부부 우리 같다, 때 끼고 뒤축 닳은 게 힘든 삶을 말하는. (2017년) 지렁이 예찬 김 재 황 눈 없고 발 없다고 깔보아선 안 되느니 이 땅을 지키는 건 바로 그가 맡았단다, 밥 먹는 사람들 모두 손 모으고 큰절을! (2017년) 추석 무게 김 재 황 즐겁게 쉬는 날이 아니라는 말이 옳다, 손자를 보는 일이 즐거우나 힘이 든다, 보름달 높이 떴어도 그 무게가 무겁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8

단시조 3수

[서다] 편 고추 유감 김 재 황 날씨가 나빴으니 고추 농사 좋겠는가, 질 좋은 고춧가루 구하기도 어려운데 근심을 잊으려는지 매운 김장 바란다. (2017년) 개는 개답게 김 재 황 방에서 개와 함께 사는 이들 많아졌고 거리에 나갈 때도 안고 업고 다니는데 사람아 개는 개답게 기르는 게 좋겠다. (2017년) 벼루 김 재 황 길에서 돌 하나가 발부리에 채였는데 주워서 살펴보니 가운데가 파여 있다, 옳거니 벼루로 쓰면 안성맞춤 되겠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7

단시조 3수

[서다] 편 가을비 김 재 황 이 낱알 익으려면 드는 볕이 먼저인데 저 하늘 가로막고 오는 비가 질금질금 이제는 그만 그쳐라 내 가슴도 젖는다. (2017년) 연밥을 보며 김 재 황 진흙에 발을 딛고 물빛 위로 여는 마음 눈물을 닦고 나서 내 가슴에 불을 켜면 빈 쟁반 살짝 훔치고 더운 말씀 앉는다. (2017년) 보라매공원 탐방 김 재 황 벗들과 호수 가에 말을 접고 앉았는데 물속에 발을 딛고 나무들이 서 있구나, 어디로 꿈을 꾸는지 빈 날개를 펼친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6

단시조 3수

[서다] 편 포석정 유감 김 재 황 술잔을 띄운다면 구름 하나 떠서 가고 꽃잎을 보낸다면 바람 하나 건듯 부니 그 순간 헛되이 말고 걷기라도 하시오. (2017년) 불청객 비둘기 김 재 황 동남향 빈 창틀로 날아오는 저 비둘기 새 둥지 지으려고 사전답사 펴는 거니? 다른 데 알아봐야지 우리 모두 괴롭다. (2017년) 비상시국 김 재 황 핵폭탄 올지 말지 이 빈 가슴 내리는데 비축용 물과 식량 사다 두는 이들 있고 유사시 깊은 지하로 몇 분 내에 가라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5

단시조 3수

[서다] 편 거미 앞에서 김 재 황 몸빛을 이룬 대로 숨는 것을 즐기는데 어둠에 잠기는 듯 기다리니 질긴 마음 그물이 내걸린 곳에 그 목숨도 내건다. (2017년) 가로수 낙엽 김 재 황 못 참게 무더위가 깊은 밤을 누르더니 참 쉽게 바람 안고 나뭇잎이 구르는데 숨이야 돌리든 말든 강추위도 곧 온다. (2017년) 손녀와 나들이 김 재 황 즐겁게 내 손 잡고 공원으로 나가잔다, 꽃밭에 보이는 꽃 새겨 넣고 살려는지 나에게 저 이름 뭐야 끊임없이 묻는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