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5

단시조 3수

[서다] 편 오늘은 입추 김 재 황 가을이 선다는 말 들을 때는 시원하고 더위는 가지 않고 찌는 듯이 괴롭지만, 앞으로 여름 불볕도 길어 봐야 열흘쯤? (2017년) 새벽에 소나기 김 재 황 어젯밤 그렇게도 둘린 더위 두렵더니 새벽에 소나기를 쏟고 나니 만만하다, 이제는 쪽잠이라도 눈을 감고 부를까. (2017년) 달콤한 새벽잠 김 재 황 더워서 눈을 뜨니 거무레한 새벽 세 시 창문을 열어 놓고 다시 눈을 감아 본다, 찬 기운 도는 바람에 꿀맛처럼 오는 잠.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2

단시조 3수

[서다] 편 꿀벌을 보며 김 재 황 제 무리 지키려고 무서운 침 지녔으나 더한 힘 갖추고서 못된 적이 찾아오니 언제나 방심은 금물 사는 일에 찔린다. (2017년) 벽을 감싼 능소화 김 재 황 단절을 지닌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서 소통이 깃들도록 큰 웃음을 보이는데 바람도 오지 않으니 발돋움만 고되다. (2017년) 수양버들 앞에서 김 재 황 온 봄빛 빨리 갈까 두려운 맘 지녔는데 저 버들 늘인 가지 느긋한 뜻 헤아리고 내 가슴 모두 비우니 여름 길도 더디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1

단시조 3수

[서다] 편 복숭아 먹다 김 재 황 한 입을 베어 물자 아침놀이 붉어 오고 두 입을 깨무니까 고향 녘이 밝아 온다, 묵은 꿈 피어난 곳에 숨어 있는 너와집. (2017년) 이 시리다 김 재 황 우리가 얻기 힘든 다섯 복 중 하나인데 여태껏 운이 좋게 별 탈 없이 지냈구나, 아직은 쓸 수 있으니 좀 시려도 참으리. (2017년) 물수제비뜨고 싶다 김 재 황 물결을 밟고 가는 내 어릴 적 마음자리 지금도 그 물 위를 잠방잠방 뛰고 싶다, 둥글고 아주 얄팍한 저녁놀인 꿈 한 개.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20

단시조 3수

[서다] 편 산사 호박꽃 김 재 황 차라리 꽃보다는 종이라고 해야 할까 말없이 서 있으면 흐느끼는 에밀레종? 슬픔도 웃어넘기며 범종 소리 머금네. (2017년) 벽에서 매미 울다 김 재 황 저 숲을 왜 버리고 이 마을로 들어와서 그 벽에 딱 붙어서 뭔 슬픔을 뿌리는가, 젖은 곳 다시 또 젖는 가슴으로 듣느니. (2017년) 거울을 보다 김 재 황 서로가 밝은 인사 나누기를 거부한다. 이마를 내미는데 주름살이 굳어 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얼굴이 낯설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9

단시조 3수

[서다] 편 사초처럼 김 재 황 더위가 이 땅으로 불 포탄을 쏟더라도 많은 비 마구 와서 물난리를 겪더라도 오늘도 시조 한 수를 사초처럼 쓰겠다. (2017년) 묵은 별빛 김 재 황 얼마나 긴 거리를 이 땅으로 달려왔나, 나에게 닿으려면 그 자리가 이미 없네, 시간이 흐르는 길에 밝음만을 새길 뿐. (2017년) 수레 끌다 김 재 황 즐겁게 하나 가득 시조만을 주워 담고 돌 많은 언덕길을 홀로 끌고 오르는데 이따금 산바람 불 때 앞가슴은 펴진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8

단시조 3수

[서다] 편 선풍기 앞에서 김 재 황 아주 잘 돌아가야 산바람이 찾아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야만 진짜 베풂 좋아도 길게는 말고 잠깐잠깐 쉬라네. (2017년) 골프 공 날다 김 재 황 채 끝에 소리 끌고 하늘 높이 날아가면 꽤 아래 풀밭 위로 모든 근심 달려가고 작지만 잘 여문 꿈이 옛 전설을 남긴다. (2017년) 개미를 보며 김 재 황 조그만 텃밭 안에 제 하늘을 차려 놓고 잠시도 쉬지 않고 땀 흘리며 사는 모습 작아서 더욱 넉넉한 그 한 삶이 부럽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7

단시조 3수

[서다] 편 황쏘가리 김 재 황 의젓한 생김새에 몸놀림이 점잖은데 빛나는 빛깔마저 곤룡포를 닮았구나, 이름도 천연기념물 찾아뵙는 물고기. (2017년) 나그네 노래 김 재 황 어디든 길이 있고 따라가면 삶이 되고 바람이 부는 대로 꽃구름이 가는 대로 휘파람 길게 불면서 앞만 보며 가리라. (2017년) 둥글부채 김 재 황 더위를 쫓는 데는 바람밖에 더 있을까, 앞길이 열릴 때면 지닌 마음 시원하고 날개를 활짝 펼치고 가벼운 몸 날린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6

단시조 3수

[서다] 편 어릴 적 깻잎 냄새 김 재 황 어머닌 풀 매시러 깨밭으로 나가시고 놀다가 홀로 지쳐 어머니를 찾아가니 어머닌 벌써 가시고 깻잎들만 반기데. (2017년) 추어탕을 먹으며 김 재 황 요즘은 그 철 잊고 바쁘게만 돌아가며 더위도 빨리 오니 버티기가 참 힘든데 좀 이른 추어탕으로 처진 몸을 세운다. (2017년) 버들붕어 감상 김 재 황 고운 띠 둘렀으니 색동옷을 입은 듯이 신나게 놀고 있는 춤사위는 어린 듯이 좁은 곳 머물더라도 그 날개가 넓구나.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5

단시조 3수

[서다] 편 장마철에 화담 숲을 김 재 황 새벽에 큰 빗줄기 제법 굵게 쏟았어도 푸른 숲 나들이를 벗들 몇이 가려는데 하늘에 구름을 걷고 기다리는 내 마음. (2017년) 우중 화담 숲 김 재 황 산길을 오르는데 비의 줄기 굵어지고 우산을 펼치고서 비 멎기를 기다리네, 청승이 따로 있을까 후줄근한 모습들. (2017년) 곤지암역에서 김 재 황 모처럼 먼 거리로 바람 쐬러 나왔는데 빈 터에 앉았어도 들녘 길을 들어서고 메뚜기 뛰는 기척이 소매 끝을 스친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4

단시조 3수

[서다] 편 한여름에 김 재 황 퍼붓듯 쏟아지는 소나기를 타고 오른 미꾸리 한 마리가 마당으로 떨어지면 텃밭에 수박 덩이도 덩달아서 익는다. (2017년) 커피를 즐기다 김 재 황 코앞에 다가오는 알지 못할 먼먼 냄새 소매를 붙잡고서 쉬어 가라 이르는 뜻 한 모금 마시고 나니 근심들이 가시네. (2017년) 우산 지니다 김 재 황 긴 장마 잇는 때니 손에 들고 다니는데 내 마음 젖지 않게 챙기는 게 마땅하고 먹구름 오고 난 뒤에 찾게 되면 늦는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