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19. 떠돌이 악사 떠돌이 악사 김 재 황 애써 인도로 가지 않아도 산달 깊숙이 들어가면 스스로 고행을 즐기고 있는 목숨 하나 만날 수 있다. 불꽃을 머리에 이고 온 몸에 가시를 두른 수도승 같은. 어쩌면 이 풀은 전생에 인도의 오지를 사랑한 유랑객이었으리. 맨발에 악기 하나 껴안고 서러운 땅을 떠돌던 악사였으리... 시 2009.06.07
(다시 시 30편) 9. 가까이 가서 보니 가까이 가서 보니 김 재 황 좀 떨어져서 바라보았을 때는 그리 힘 있게 보이던 구릿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 몸 여기저기에 깊은 상처가 숨어 있네. 이 세상 어느 목숨인들 상처를 간직하지 않은 몸 있을까. 아픔을 숨기고 살 뿐이네. 그 슬픔도 잎집으로 감싸면 아름다운 무늬가 될지도 몰라. 시 2009.05.26
(자선시조 30편) 17. 이름에 대하여 이름에 대하여 김 재 황 얼마큼 안고 살아야 나와 한 몸을 이룰지 대문 밖에 내걸어도 낯이 설게 느껴지고 밤마다 날 찾는 소리, 꿈결처럼 들려온다. 목숨보다 중하다고 늘 말하며 살았으나 바람 앞에 섰을 때는 너무 초라한 내 깃발 두 어깨 축 늘어뜨린 그림자를 끌고 간다. 한 걸음씩 조심스레 착한 .. 시조 2008.11.13
(자선시조 30편) 14. 사막을 걸으며 사막을 걸으며 김 재 황 돌덩이가 부서져서 한껏 고움을 이뤘나 정녕 그 단단함이 저리 부드럽게 됐나 풍화의 긴 손놀림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 바람이 크게 불면 눈앞에 생기는 언덕 나 혼자 오르기는 엄두가 너무 안 나고 걸음이 어려운 만큼 신기루는 쉽게 뜬다. 목마른 이곳에도 푸른 목숨이 사느.. 시조 2008.11.10
(자선시조 30편) 2. 음양고비 음양고비 김 재 황 돋아난 한 쌍 목숨 마주 몸을 껴안으면 세상은 큰 숲인데 산안개는 흩어지고 마음껏 펴는 날개에 온통 산이 흔들린다. 마냥 조그만 숨결을 풀무질로 달군 사랑 하늘도 보자기라 접어서 품에 넣으면 오히려 골짜기 타고 흰 폭포가 쏟아진다. 시조 2008.10.27
(자선시 30편) 10. 목련꽃 부근 목련꽃 부근 김 재 황 이 세상에서 가장 가냘픈 입술이 고요함 속에서 열린다. 하얀 말 가벼운 노래가 어두운 담 밑에 눈처럼 내린다. 어느 작고 고달픈 꿈이 저토록 아름다운 날개돋이를 하였는가. 이 봄 새롭게 목숨 태어나 향기로워라 온 동네가 들썩거린다. 시 2008.10.05
(자선시 30편) 5. 낙성대 낙성대 김 재 황 사당동에서 까치고개를 오른 후,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어두운 하늘에서 별 하나 떨어져서 꽃다운 한 목숨 피어난 곳 거센 바람 앞에 촛불 같던 옛 나라 작은 몸 크게 나서서 굳게 지키고 그 숨결 머물러 아직도 뿌리고 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아라. 천 년 .. 시 2008.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