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김 재 황
천왕문을 들어서니 이명인가 범종 소리
나와서 두 손 모으고 머리 숙이게 되는데
만세루 앉은 바람이 열반 속에 잠긴다.
명부전과 팔상전을 둘러보고 뒤로 가니
푸른 동백나무 숲엔 아직도 뜨거운 불씨
관음전 엷은 안개가 붉은 화두 던진다.
물러앉은 퇴설당을 살며시 반쯤 엿보고
대웅보전 앞에 와서 법문 하나 듣고 나면
영산전 딛고 온 꿈도 석탑께로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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