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문 앞에서
김 재 황
- 홍례문
경회루를 들르려면 먼저 거처야 하는 곳
현대화의 거센 물결 밀려들던 바로 그 문
지금은 빗장을 풀고 방문객을 맞는다.
- 유화문
오로지 나랏일로 드나들던 발걸음들
왼편 행각 중간쯤에 긴 그림자 서 있는데
또다시 우리 모두가 가슴 활짝 열자꾸나!
- 숭덕문
베풂을 높이 쌓는 유덕자의 문이라니
어깨에 힘을 주며 그 안으로 들어선다,
선비가 따로 있는가, 마음먹기 달렸지.
- 이극문
바람결에 실려 오는 세자의 글 읽는 소리
조심스런 숨소리가 비현각에 머무는데
동쪽을 막아서던 문, 열렸지만 모두 다 쉿!
- 이모문
나라를 다스림이 어찌 그리 쉽겠는가,
선대에서 그 후대로 무겁게 내리는 교훈
비현각 첫 남쪽 문에 이름으로 걸렸네.
- 만시문
연못을 앞에 두고 꽃 담장을 둘렀으니
멍하니 먼 하늘로 그 마음을 띄웠는가,
날마다 드나드는 것 그게 무슨 대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