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경복궁의 문 앞에서

시조시인 2013. 10. 10. 23:11

경복궁의 문 앞에서

 

김 재 황

 

 

 

- 홍례문

 

경회루를 들르려면 먼저 거처야 하는 곳

현대화의 거센 물결 밀려들던 바로 그 문

지금은 빗장을 풀고 방문객을 맞는다.

 

 

- 유화문

 

오로지 나랏일로 드나들던 발걸음들

왼편 행각 중간쯤에 긴 그림자 서 있는데

또다시 우리 모두가 가슴 활짝 열자꾸나!

 

 

- 숭덕문

 

베풂을 높이 쌓는 유덕자의 문이라니

어깨에 힘을 주며 그 안으로 들어선다,

선비가 따로 있는가, 마음먹기 달렸지.

 

 

- 이극문

 

바람결에 실려 오는 세자의 글 읽는 소리

조심스런 숨소리가 비현각에 머무는데

동쪽을 막아서던 문, 열렸지만 모두 다 쉿!

 

 

- 이모문

 

나라를 다스림이 어찌 그리 쉽겠는가,

선대에서 그 후대로 무겁게 내리는 교훈

비현각 첫 남쪽 문에 이름으로 걸렸네.

 

       

 - 만시문

 

연못을 앞에 두고 꽃 담장을 둘렀으니

멍하니 먼 하늘로 그 마음을 띄웠는가,

날마다 드나드는 것 그게 무슨 대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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