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단 공연을 시청하고
김 재 황
(1)
2018년 2월 9일,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축하공연으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 녹화방송을 텔레비전을 통하여 시청하였다. 과연 우리의 핏줄이 맞긴 맞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모두 미인인데다가 노래 실력도 범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함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들에게 자유를 안겨 준다면 세계를 눈부시게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더없는 슬픔이 파도처럼 나를 휩쓸었다. 그들은 그리 쉽게 자유를 얻을 수 없으리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왜 그들을 보냈겠는가? 순수하게 우리를 축하해 주려고? 아니다. 지금 북쪽 사정이 어떠한가? 무서운 대량살상 무기를 왜 지니려고 하는가? 그 까닭이 있다. 그렇다. 그 체제유지를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적화통일이다.
지금 우리는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다. 휴전! 쉬고 있을 뿐이다.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될지 모른다. 전방에서는 병사들이 밤을 새우며 보초를 서고 있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게 단지 나만의 ‘우려’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2500년 전의 공자가 살던 노나라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되짚어 보려고 한다.
(2)
북쪽의 제(齊)나라 사람들은 공자가 정치를 하면서부터 노나라가 더욱 튼튼하게 됨을 보고 여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공자가 계속 나라를 다스리게 되면 노나라는 반드시 다른 나라들 위에 우뚝 서게 된다. 노나라 힘이 세어지면 우리 제나라를 가장 먼저 무릎 꿇게 만들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미리 얼마쯤의 땅을 내주고 화친을 맺어야 한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여서’(黎鉏)가 경공에게 말했다.
“그보다 먼저 노나라를 한 번 혼란스럽게 만들어 보십시오. 그런 후에 그 일이 잘 안 되면 그때 땅을 내주어도 늦지 않습니다.”
경공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제나라는 80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을 뽑아서 모두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강락무’(康樂舞)를 가르친 다음에 120필의 무늬 있는 말과 함께 노나라 군주에게 보냈다. .
아름다운 여인들과 멋지게 꾸민 마차들은 우선 노나라의 ‘곡부성’(曲阜城) 남문 밖에 이르렀다. 아직 받아들인다는 전갈이 없었으므로, 성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 일에 누구보다도 호기심을 크게 일으킨 사람은,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환자’(季桓子)였다. 그는 평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몇 차례나 그 곳으로 가서 아름다운 여인들을 살펴보고 장차 받아들이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나라 군주와 각 지역을 돌아본다는 구실을 내세운 다음, 그 곳으로 가서 하루 종일 즐겼다. 그런 내용이 ‘논어’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제나라 사람들이 여자 악사들을 보내 왔다. 계환자가 그들을 받아들이고 나서 사흘 동안이나 조회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 공자가 떠났다.(제인 귀녀악. 계환자수지 삼일부조. 공자행: 齊人 歸女樂. 季桓子受之 三日不朝. 孔子行)【논어 18-4】
‘귀녀악’(歸女樂)이라는 말은, ‘음악과 춤을 잘 추는 여자 악단을 보냈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귀’(歸)는 ‘증’(贈)과 같은 의미이다. 또, ‘공자행’(孔子行)은, ‘공자가 태어난 고향인 노나라를 떠났다.’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또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렇게 씌어져 있다.
『공자가 노나라 정승이 되었다. 제나라 사람들은 노나라가 장차 패왕 노릇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여 공자가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자 했다. 이에 예쁜 여자 80명을 뽑아서 비단 옷을 입히고 ‘용기’(容璣) 춤을 추게 하며, 또 문채 나는 말 400필을 보내어서 노나라 임금에게 바치게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악(女樂)을 노나라 성문 밖에 베풀어 놓았다. 이 때 계환자가 미복으로 세 차례나 그것을 가서 보고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며 이 사실을 임금께 고했다. 그래서 노나라 임금도 역시 가서 해가 지도록 정신없이 즐기게 됨으로써 자연히 국가의 정치에는 게을러지게 되었다.』
(3)
그러니 지금 우리나라에서 ‘노나라의 계환자’와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속는 셈치고 도와주자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 함정을 알고도 빠져 들어가는 우매가 어디에 또 있겠는가. 앞으로도 북쪽에서는 그 무서운 무기를 그대로 지닌 채, 우리에게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하라고 계속 요구할 게 분명하다. 만약에 북쪽에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서둘러서 ‘핵’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너 죽고 나 죽자는 꼴이 되고 말 게 아닌가.
어떤 크나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그리 쉽게 통일을 이룰 수가 없다. 그게 바로 현실이다. 다만, 북쪽 실권자가 ‘핵’을 포기하고 우리와의 경제협력을 원하게 되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북쪽 실권자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그가 얼마나 권력을 유지할 수가 있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우선 남북이 서로 왕래의 물결을 터야 될 터인데, 과연 북한이 그러한 모험을 실행할 수 있겠는가.
가만히 생각하면, 모순이 있기도 하다. 강대국들은 모두 그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작은 나라들은 그런 무기를 가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니 너는 가지고 있으면서 왜 나만 못 가지게 하느냐고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느 나라든지 모든 나라가 그 무서운 폭탄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라에도 막 나가는 나라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한 번에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혜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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