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녹색 세상] 편
꺽 지
김 재 황
결코 잊지 못하는 일 간직하고 살아가듯
폭넓은 가로띠 여럿 더욱 검게 둘러놓고
네 이름 ‘한국의 농어’ 자랑스레 내세운다.
물속에서 사는 네게 무슨 목마름 있기에
그리 강한 가시들을 평생 내내 얹고 사나,
활짝 편 꼬리지느러미 둥근 마음 내보인다.
상류로 힘차게 올라 자갈밭에 터를 잡고
아주 시린 숨소리로 작은 꿈을 빚고 있다
누군가 손님 찾아와서 너를 돕는 초여름날.
(2002년)
(시작 노트)
꺽지는 지방에 따라 ‘꺽더구’ ‘꾹저구’ ‘꺽저기’ 등으로 부른다. ‘한국의 농어’라고 하면, 바로 이 꺽지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꺽지는 쏘가리와 비슷하다. 그 차이는 쏘가리보다 주둥이가 덜 뾰족하다는 점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 강한 가시를 지닌 점은 같다. 또 하나 다른 게 있다. 이는 바로 입 모양이다. 꺽지는 입이 큰 편인데, 쏘가리와는 달리, 아래턱과 위턱의 길이가 거의 같다. 말하자면, 쏘가리보다 덜 험상궂게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듯하다.
꺽지의 몸은 옆으로 납작하다. 하지만 폭이 넓다. 비늘은 배 쪽으로 갈수록 작고, 뺨과 아감덮개에도 있다. 꼬리지느러미의 윤곽은 둥글다. 등지느러미에는 14개 정도의 가시가 있고, 뒷지느러미에는 3개의 가시가 있다.
몸의 바탕은 회갈색이지만, 등이 짙고 배는 연한 빛이다. 아감덮개 위에 눈처럼 보이는 청록색 무늬가 특별히 눈길을 끈다. 몸의 양쪽에는 흑색 가로띠가 8개 정도 있다. 돌 밑에 잘 숨는다. 식성은 육식으로 새우나 곤충 등을 즐겨 잡아먹는다.
하천의 상류에 살고, 물이 맑고 자갈이 깔린 곳을 좋아한다. 산란기는 5월에서 6월까지이며, 돌 밑에 알을 외겹으로 붙인다. 올챙이가 부화를 돕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리고 수정된 알은 수컷이 지킨다.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각 하천에 분포한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