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어져 네로고나/ 작가 미상
[원본]
어져 네로고나 날 소기든 네로구나
셩한 날 病드리고 날 소기든 네로고나
아마도 널로 든 病은 네 고칠가 하노라.
[역본]
옳거니 너로구나 날 속이던 너로구나
멀쩡한 날 앓게 하고 날 속이던 너로구나
아마도 너로 든 병은 네가 낫게 하리라.
[감상]
이 작품은 악학습령(樂學拾零) 762와 영언류초(永言類抄) 161에 수록되어 있다. ‘어져’는 ‘아’ 또는 ‘어’의 뜻인데 나는 흥을 살라기 위해서 ‘옳거니’라고 했다. ‘셩한 날’은 ‘성한 나를’이라는 뜻인데, ‘멀쩡한 나를’이라고도 풀이한다. 이는 ‘물건이 본디 모습대로 멀쩡하다.’라든가 ‘몸에 병이나 탈이 없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초장을 본다.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것인가? ‘너로구나, 날 속이던 너로구나.’라고 반복해 말한다. 지금도 사깃꾼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다면 이런 말이 튀어나올 성싶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중장으로 간다. 이어서 또 한 번 되뇌인다. ‘아무 일 없었던 나를 병들게 한 너로구나‘라고 소리친다. 왜 병이 들었을까? 날 속임으로써 병들게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깃꾼이 맞긴 맞는가 보다. 종장으로 가면, 너로 해서 든 병이니 너를 가지고 낫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옳지 않은가. 뭐든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어느 세상이든지 남을 속이는 사람은 없어져야만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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