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어제 감던 마리/ 작가 미상
[원본]
어제 감던 마리 현마 오날 다 셀소냐
鏡裡衰容이 이 어인 늘그니오
님계셔 뉜다 하셔든 내 긔로라 하리라.
[역본]
어저께 검던 머리 설마 오늘 다 세겠냐
거울 속 비친 얼굴 이 어찌된 늙은인가
임께서 누군가 하시면 바로 나요 하리라.
[감상]
초장을 본다. ‘감던 마리’는 ‘검던 머리’이다. ‘현마’는 ‘얼마라도, 아무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차마’의 옛 말이기도 한데, ‘부끄럽고 안타까워서 감’이다. 또, ‘설마’의 옛 말이기도 한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라는 뜻이다. ‘셀소냐’는 ‘세겠느냐’라는 말이다. 아무리 세월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어제 검었던 머리가 하루 새에 하얗게 될 수는 없다. 중장을 본다. 그런데 어느 날에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거울 속에 웬 늙은이가 있는 게 아닌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늙어서 그렇게 되었다. ‘경리쇠용’은 ‘거울 속에 비치는 쇠약한 얼굴’을 가리킨다. 참으로 야속하고 슬픈 일이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인데 그걸 인정허기가 싫다. 이번에는 종장으로 간다. 나도 나인 줄 모르고 놀라는 판국인데, 임께서 보시면 나인 줄 아시겠는가. ‘뉜다’는 ‘누구인가’라는 말이다. ‘내 긔노라’는 ‘바로 나요’라는 뜻이다. 임은 나의 젊은 모습을 보고 가까이하셨을 텐데, 그 실망이 얼마나 크실까.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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