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잡은 손
김 재 황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멀리 산은 첩첩
흘리고 지나온 날들이
가늘게 뻗은 길에 씨앗처럼 박혀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아지랑이의 손짓 따라 한 아이가
아장아장 꽃밭으로 들어서던 일
호랑나비 날아간 들길을 질러
키 큰 여인이 가물가물 멀어지던 일
푸른 꿈길은 연신 물소리로 다가오고,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이의 소식은
너울너울 갈매기로 이제 날아오려는가
밤 늦도록 그분의 별빛이 반짝이네.
맞았다가 놓아 보냄이 어찌
곱게 접혀서 물이 들기만 할 건가
높이 내걸려서 흔들리기만 할 건가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이라고 여겨
땀 흘리며 살아온 사람아
익은 열매보다 더욱 향기로운 사람아
그대 숨결은 내 안에서 봄빛이리니
흘러넘치는 강물이 되리니
서둘러 떠나지 말고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아 보아라
끝남이 다시 처음인 것을 생각해 보아라
마주잡은 손에 힘을 더하면
그분도 먼 하늘에서 웃으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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