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하여

고향을 그리며

시조시인 2005. 12. 28. 07:41
 

       다례 음복



 

                             김 재 황




 

뵈옵듯 허연 수염 쓰다듬는

바람도 아니고 구름은 더욱 아닌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열어 놓은 무릎 앞에

한 잔 푸른 산 기운을 마신다

그저 몸 둘 바 모르게 속내를 담아 올린다

만경창파의 까치놀이 왁자지껄 몰려든다.


어진 아내의 말소리가

물소리를 데리고 또 쏟아져 내린다

온 방안을 나풀거리며 돌아

낮은 콧등에 내려앉는 초록빛 향기

먼 기억이 통일로를 단숨에 달려

임진강 나루에 발걸음 머무는 여기

고향은 두 눈을 감고 난 모르겠네 흔들린다.


파르스름하게 우려 낸 눈물차를 마신다

목구멍을 지나 저 편까지 따뜻하다

북극 남극에서 빙설이 녹고

입술마다 이마마다 바다물빛 차오른다

허허 웃으며 무너지는 칠성 하늘의

붉힌 노을 속으로

꽃상여가 흘러간다 질긴 핏줄이 땅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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