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하여

즐거운 크리스마스

시조시인 2005. 12. 21. 12:45
 

         무거운 선물




                                 김 재 황



     홀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먼 하늘 어둠 속에서

     가난하게 눈을 뜨는 별빛 하나

     따뜻한 그 부름에 이끌리면

     은빛 종소리 꿈결처럼 흔들리고

     이 밤 쉴 수 있는 숲으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이 선명히 나타난다.


    밖에는 너무 가볍게 내린 눈송이

    안에는 마냥 작은 숨결로 잠든 아기

    비록 웃는 꽃은 없었지만

    춤추듯 온갖 향기 날아와 앉고

    가장 나지막한 자리를 골라

    사랑의 노래 가늘고 새롭게 피어난다

    감당하기 어려운 자장가의 손

    지금도 그리운 첫 울음 소리

    푸른 전나무 가지에 걸려 있느니


    코 붉은 사슴 몇 마리가 끄는

    눈썰매를 타고 달려온 소식

    듣기에 너무나 눈물겨운데,

    걸어놓은 양말 속에 들어앉은 선물

    들기에 참으로 힘이 부친데,

    그렇지만 멀찍이 서서 그저 허허

    흰 수염의 마음 착한 할아버지.


    점 점 밤은 깊어만 가고

    어둠에 익숙하여 눈뜨지 못하는 우리

    오늘도 밝은 별을 향해 걸어가는

    저 알몸의 갈참나무가 되게 하라

    퍼내어야 맑아지는 샘물이 되어

    일렁일렁 달 같은 그 사랑

    빈 가슴에 품고 살아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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