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인

바람의 아들 김 재 황 가만히 언덕 위를 쓰다듬는 손길이여 풀밭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바람 소리 멎어도 하늘에 닿게 바지랑대 흔든다. (2016년)

삼일절 그날에 김 재 황 눈뜨자 하늘에서 대한민국 만세 소리 비바람 맞으면서 씩씩하게 걸어온 길 높직이 대문 중앙에 태극기를 내건다. (2016년)

나란히 걷기 김 재 황 똑바로 앞만 보고 발맞추며 걸음 걷기 이야기 나누면서 푸른 하늘 안아 보기 참 노래 힘차게 함께 입속으로 부르기 (2016년)

자리 지키기 김 재 황 제 자리 어렵다고 남의 자리 건너오면 마을을 휩쓸러 온 멧돼지와 뭐 다르지 남의 것 탐냈다가는 그 목숨도 잃는다. (2016년)

기다리는 봄 김 재 황 아직은 가물어서 서걱대는 마음인데 차디찬 얼음 밑을 더듬는 듯 그분 손길 어디쯤 봄은 오는지 발돋움해 엿본다. (2016년)

줄나무를 바라보며 김 재 황 나란히 서 있으니 오순도순 보기 좋고 늘 푸른 잎이어도 울긋불긋 지닌 꿈들 벗이야 바로 그런 것 어울리면 된다네. (2016년)

이르게 깨었으니 김 재 황 때 아직 아닌데도 개구리가 깨어난 것 우리 탓 아니라고 눈감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 반짝 추위에 꽁꽁 얼면 어쩌지? (2016년)

겨울비가 내리고 김 재 황 추위는 이제 가고 봄은 정녕 오려는지 웅크린 내 마음을 일으키는 저 빗소리 목련도 그 빈 가지에 꽃망울이 차겠다. (2016년)

지리산 그 할아버지 김 재 황 일생을 일구어 온 산자락에 저 다랑논 이마로 옮겨다가 그려 놓은 그 주름살 땀방울 흘린 만큼은 벼 이삭이 숙는다. (2016년)

삼월이 오면 김 재 황 서럽게 먼동 트는 무명 빛깔 만세 소리 말쑥이 새로 입은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오늘은 까치 한 마리 그 누나를 그리네.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