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霽月이 구름 뚫고/ 권 호 문

116. 霽月이 구름 뚫고/ 권 호 문 [원본] 霽月이 구름 뚫고 솔끗테 날아 올라 十分 淸光이 碧溪中에 빗껴거날 어데 인난 물일한 갈며기는 나를 조차 오난다. [역본] 구름 뚫고 맑은 달이 소나무 끝 날아올라 넉넉히 맑은 빛이 푸른 내에 비치는데 무리를 잃은 갈매기는 날 따르는 것이냐. [감상] 권호문(權好文 1532~ 1587)은 조선 선조 때의 학자이다. 본관은 안동(安東), 자(字)는 ‘장중’(章仲)이고 호(號)는 ‘송암’(松巖)이다. 1561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청성산(靑城山) 아래에 ‘무민재’(無悶齋)를 짓고 은거했으며, 이황(李滉)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동문들은 그의 학행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훗날, 내시교관(內侍敎官) 등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관물당(觀物堂)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제 우는 저 꾀꼬리/ 김 진 태

115. 제 우는 저 꾀꼬리/ 김 진 태 [원본] 제 우는 저 꾀꼬리 綠陰芳草 興을 계워 雨後 淸風에 碎玉聲 죠타만은 엇덧타 일침강호몽을 깨올 줄이 엇졔요. [역본] 저기 저 꾀꼬리, 그늘 풀에 흥 못 이겨 비 온 다음 분 바람에 고운 소리 높다마는 어떻게 강호의 단꿈 깨울 까닭 있겠나. [감상] 김진태(金振泰)는 조선 말기의 풍류객이다.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는 알려져 있지 않다. 자(字)를 ‘군헌’(君獻)이라고 한다. 기록을 보면, 서리(胥吏)의 신분이었다고 하며, 가인들의 모임인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의 일원이었다고 전한다. 입춘가(立春歌) 또는 진선가(眞仙歌) 등 26수가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의 뜻이 뛰어나고 시속에 물들지 않았다는 평을 세상에서 듣고 있다. 초..

朱門에 벗님네야/ 김 천 택

114. 朱門에 벗님네야/ 김 천 택 [원본] 朱門에 벗님네야 高車駟馬 됴타 마쇼 토끼 죽은 後면 개마자 삼기나니 우리는 榮辱을 모르니 두려온일 업세라. [역본] 떵떵대는 벗들이여 멋진 차마 좋다 마오 토끼를 잡은 뒤에 개도 삶음 있게 되오 우리는 영광과 치욕 몰라 두려운 일 없다네. [감상] 김천택(金天澤)은 시조작가 및 가인(歌人)으로 생몰년대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자(字)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이고 호(號)는 ‘남파’(南坡)이다. 숙종 때에 포교를 지냈다고도 한다. “사람됨이 총명하고 유식하며 능히 을 알고 외워서 한갓 가객이 아니었다.”라는 평을 듣는다.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는데, 일종의 사설 음악 연구소로써 그 문하에서 수많은 가객이 배출됐다. 초장을..

周靈王 千五百年/ 조황

113. 周靈王 千五百年/ 조황 [원본] 周靈王 千五百年 後庚戌에 나신 先生 生民來 聖人事業 終條理 늘 허시니라 우리도 朱夫子 아닐어면 冥行摘埴허리로라. [역본] 주 영왕 천오백 년 지난 후에 나신 선생 백성이 생긴 이래 성인 일을 잘 따르게 우리도 주희 아니라면 어둠 진흙 걷겠지. [감상] 조황(趙榥 1803~?)은 조선 말기(순조, 헌종, 철종, 고종)의 학자이며 시조작가이다. 본관은 순창(淳昌), 자(字)는 ‘중화’(重華)이고 호(號)는 ‘삼죽’(三竹)이라고 한다. 이렇다고 할 집안이 아니었기에 벼슬길에는 나아가지 않고 오직 학문연구와 문학창작에 일생 동안 몰두하였다고 전한다. 시조집 삼죽사류(三竹詞流)가 전한다. 병이음, 인도행, 기구요, 주로원격양가, 훈민가 등으로 모두 111수의 시조가 실렸다..

周濂溪는 愛蓮하고/ 안 민 영

112. 周濂溪는 愛蓮하고/ 안 민 영 [원본] 周濂溪는 愛蓮하고 陶靖節은 愛菊이라 蓮花는 君子어늘 菊花는 隱逸士이라 至今에 方塘에 蓮 시무고 號稱蓮湖 하더라. [역본] 주돈이는 연 아끼고 도연명은 국 아끼니 연꽃은 군자인데 국화는 숨은 선비 지금은 못에 연 심고 연호라고 부르더라. [감상] 안민영(安玟英)은 조선 후기의 가객으로, 태어난 해는 1816년이라고 하는데, 이 세상을 떠난 해가 밝혀지지 않았다. 서얼 출신이다. 자(字)는 ‘성무’(聖武)이고 호(號)는 ‘주옹’(周翁) 또는 ‘구포동인’(口圃東人)이라고 한다. 성품이 고결하고 운치가 있으며 산수를 좋아하고 명리를 구하지 않았다는 평을 듣는다. 1876년 스승인 박효관(朴孝寬)과 함께 가곡원류(歌曲源流)를 편찬하여 시조문학을 잘 정리했다. 초장을..

珠簾에 비쵠 달과/ 작가 미상

111. 珠簾에 비쵠 달과/ 작가 미상 [원본] 珠簾에 비쵠 달과 멀리 오난 玉笛소래 千愁萬恨을 내 어이 도도난다 千里에 님 離別하고 잠못 들어 하노라. [역본] 구슬 발 비친 달과 밀려 오는 옥저 소리 그 많은 근심과 한, 네가 어이 돋우는가 먼 곳에 임과 헤어져 잠 못 들고 있다네. [감상] 초장으로 간다. ’주렴‘은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이다. 보기에 얼마나 아름답고 흔들면 울리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거기에다 은은한 달빛이 비치고 더 보태어서 옥저 소리까지 나니 분위기가 최상일 터이다. ’옥저‘는 ’청옥이나 황옥으로 만든, 대금 비슷한 취악기‘이다. 중장으로 간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근심과 한도 돋우는 모양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 많은 근심과 한‘을 네가 어이 돋우는가라고 질타..

周公도 聖人이샷다/ 작가 미상

110. 周公도 聖人이샷다/ 작가 미상 [원본] 周公도 聖人이샷다 세상사람 드러스라 文王의 아들이요 武王의 아이로되 平生에 一毫驕氣를 내야뵈미 업나니. [역본] 주공도 성인이셔 세상 사람 다 들으렴 아버지가 문왕이고 형님이 무왕이되 한 삶에 털끝만한 교만 내보임이 없었느니. [감상] 초장을 본다. ’주공‘은 주나라 문왕과 정비 태사의 넷째 아들로, 주 왕조를 세운 무왕의 동생이다. 이름은 ’단‘ 또는 ’숙단‘으로, 흔히 ’주공 단‘이라고 일컬음을 받는다. 왕족과 공신을 제후에 봉하는 주나라 초의 봉건제도를 실시하여 국가의 기틀을 다졌다. 그렇기에 작가는 ’상인‘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세상 사람 모두 듣게. 정말이지, 주공은 무왕이 죽은 후에 어린 성왕을 대신하여 7년 동안 섭정하면서 황실 내외부의 반란을..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 작가 미상

109.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 작가 미상 [원본]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 다나 쁘나 마고 걸너 잡거니 勸하거니 量대로 머그리라 醉하고 草堂 발근 달에 누어신들 엇더리. [역본] 술꾼이 뭘 가리랴 다나 쓰나 마구 걸러 잡거니 권하거니 제 양대로 먹으리라 취하여 달 뜨는 별채에 누웠은들 어떠리. [감상] 초장을 본다. ‘酒客이 淸濁을 갈희랴.’는 ‘술꾼이 맑고 탁함을 가리랴’라는 뜻이다. 맑은 술은 청주요, 흐린 술은 탁주라고 한다. 달든지 쓰든지 술이라면 마구 걸러 마신다. 그게 바로 술꾼이 아니겠는가. 누구든 젊었을 적에는 그런 때가 있는 법이다. 중장으로 간다. 여기에서 ‘잡거니’는 홀로 마시는 ‘독작’(獨酌)을 말하는 듯싶다. 홀로 마시든 누가 권해서 마시든 양껏 마시겠다는 말이다. 그러니 술꾼이 아..

長生 不死之術/ 작가 미상

108. 長生 不死之術/ 작가 미상 [원본] 長生 不死之術 이제사 깨닷거다 四海는 天一色이요 松竹이 都是靑이니 우리도 프른 옷 닙고 竹葉酒만 먹자 [역본] 오래도록 사는 비법 바로 이제 깨닫는다 네 바다는 하늘 색깔, 솔과 대가 퍽 푸르니 우리도 푸른 옷 입고 댓닙 술만 먹자꾸나. [감상] 초장으로 간다. ‘장생 불사지술’은 ‘오래 살며 죽지 않는 비법’을 말한다. 그 비법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한다. 그게 대체 무엇일까? 귀가 솔깃해진다. 얼른 중장으로 간다. ‘사해는 천일색이요’는 ‘온 세상은 하늘과 같은 색’이라는 말이다. 푸른 게 젊음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푸른 존재라면 소나무와 대나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도시’는 ‘도무지’ 또는 ‘아무리 해도’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 없이 아주’ 등의..

長山 깁흔 골에 / 작가 미상

107. 長山 깁흔 골에 / 작가 미상 [원본] 長山 깁흔 골에 白雪이 자자셰라 明沙 十里에 滄海를 둘러 잇다 金寺에 鍾磬 맑은 소래 구름밧긔 들니나니 [역본] 깊숙한 장산 골에 흰 눈이 잦았구나 길고 긴 모래사장 넓은 바다 둘러 있네 금 절에 종과 경 소린 구름 밖에 들린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장산’은 ‘함경남도 원산시 근방에 있는 산’이다. 아마도 길기는 긴 산인가 보다. 그 산에 눈이 잦았다고 했다. 기 산에 눈이 내리면 그것도 좋은 경치를 나타낼 성싶다. 중장으로 간다. ‘명사 십리’는 ‘함경남도 원산시의 동남쪽 약 4 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모래사장’이다. 모래가 곱고 부드러운 해수욕장과 해당화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 해수욕장을 넓은 바다가 두르고 있다. 얼마나 멋질 것인가. 그야말로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