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새배빗 나쟈 나서/ 이 휘 일

89. 새배빗 나쟈 나서/ 이 휘 일 [원본] 새배빗 나쟈 나서 百舌이 소래한다 일거라 아해들아 밧보러 가쟈스라 밤사이 이슬 긔운에 언마나 기런난고 하노라. [역본] 새벽이 밝아오자 지빠귀가 소리친다 일어나라 아이들아 밭을 보러 가자꾸나 밤 사이 이슬 기운에 자랐는가 보려네. [감상] 이휘일(李徽逸 1619~ 1672)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본관은 재령(載寧)인데, 자(字)는 ‘익문’(翼文)이고 호(號)는 ‘존재’(存齋) 또는 ‘저곡’(楮谷) 또는 ‘명서’(冥棲)라고 한다. 평생 학문을 연구했다고 하며 그 뒤에 학행으로 참봉에 천거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주돈이의 태극설에 뜻을 두고 힘써 배웠다고 하며, ‘근사록’ ‘심경’ ‘성리대전’ 등을 연구하여 성리학의 일가를 이루었다고 알려져 있다...

새벽달 외기러기/ 작가 미상

88. 새벽달 외기러기/ 작가 미상 [원본] 새벽달 외기러기 洞庭瀟湘 어듸두고 旅舘 寒燈에 잠든 날 깨오는다 千里에 님 離別하고 잠못드러 하노라. [역본] 새벽달에 외기러기, 호수와 강 어디 두고 역관방 찬 등불에 잠든 나를 깨우는가 먼 곳에 임과 헤어져서 잠 못 들고 있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동정소상’에서 ‘동정’은 ‘동정호’를 가리킨다. 바로 중국 호남성 동북쪽에 있는 호수이다. 그리고 ‘소상’은 ‘소수와 상강을 아울러 이르는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호수와 강’이라고 했다. 달이 뜬 새벽에 호수와 강을 어디 두고 외기러기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외기러기는 심상치가 않다. 바로 작가와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중장으로 간다. 그러면 그렇지. 그 외기러기가 여관방 찬 등불 밑애서 잠든 작..

犀띄 띄던 허리/ 작가 미상

87. 犀띄 띄던 허리/ 작가 미상 [원본] 犀띄 띄던 허리 삿띄도 띄관제고 珮玉 차던 녑희 뎝낫도 꼬잔졔고 아해야 柴扉을 곳쳐 닷고 날 옛단말 말롸라. [역본] 서대를 맨 허리에 새끼 띠도 띠관인데 환패 차던 옆에 작은 낫도 꽂는구나 여봐라 사랍문 다시 닫고 나 있단 말 숨겨라. [감상] 초장을 본다. ‘犀띄’는 서대(犀帶)를 나타낸다. 조선시대에 일품의 벼슬아치가 허리에 두르던 띠이다. 아마도 ‘무소뿔’로 장식하였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지 않았나 여겨진다. 그리고 ‘삿띄’는 ‘삿띠’를 말하는데 ‘새끼 줄로 만든 띠’이다. 서대를 두르든 삿띠를 두르든 그 모두가 같은 ‘띠’라는 말이다. 그래서 중장으로 간다. 여기에서는 환패를 차던 곳에 작은 낫도 꽂는다고 더 한층 언성을 높이고 있다. 귀한 것을 차던..

色이 色을 믿고/ 작가 미상

86. 色이 色을 믿고/ 작가 미상 [원본] 色이 色을 믿고 오는 色을 내色 마라 저 色이 薄色이면 어느 바 色이 好色하야 이미도 萬古絶色은 네 色인가 (하노라) [역본] 색이야 색을 믿고 오는 색을 알리지 마 저 색이 못났으면 어느 색이 좋아한 색 아마도 오랜 절색은 네 색인가 여긴다. [감상]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色을 연거푸 넣음으로써 그 묘미를 살리고자 했던 것 같다. ‘色’은 여러 듯을 지닌다. ‘빛’ ‘빛깔’ ‘얼굴빛’ ‘윤’ ‘광택’ ‘모양’ ‘기색’ ‘형상’ ‘종류’ ‘색정’ ‘얼굴이 예쁨’ ‘미인’ ‘꾸미다’ ‘평온하다’ 등이다. 초장을 본다. 색이야 색을 믿는다는 말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내色’은 ‘내색’인데 ‘마음에 느낀 것을 얼굴에 드러낸다.’라는 뜻을 ..

夕陽 다 간 날에/ 작가 미상

85. 夕陽 다 간 날에/ 작가 미상 [원본] 夕陽 다 간 날에 江天이 한빛친제 낙시대 두러 메고 釣臺로 나가려 가니 蓼花에 떼지은 白鷗난 오락가락 하더라. [역본] 지는 해 저문 날에 강 하늘 한빛일 때 낚싯대 둘러매고 낚시터로 내려가니 여뀌꽃 많은 흰갈매긴 오락가락 놀더라. [감상] 초장을 본다. 해는 반드시 지게 되어 있다. 그 해가 다 가서 지려고 할 때를 나타내고 있다. ‘江天이 한빛친제’는 ‘강과 하늘이 한 가지 빛일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모양을 상상해 보면 참으로 신비로울 것 같다. 초장이 때라면 중장은 무엇일까? 그렇다. 중장은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낚시대를 둘러매고 낚시터로 향하고 있다. 무엇을 하려? 그야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야 반찬도 만들 수 있고 술안..

石崇이 죽어 갈제/ 작가 미상

84. 石崇이 죽어 갈제/ 작가 미상 [원본] 石崇이 죽어 갈제 무어슬 가져 가며 劉伶의 墳上土에 어느 술이 이르더니 아희야 盞 가득 부어라 사라신졔 먹으리라. [역본] 석숭이 죽어 갈 때 무엇을 가져가며 그 유령 쌓은 무덤 어느 술이 이르더냐 술잔에 가득 부어라 살았을 때 마시리. [감상] 초장을 본다. 석숭은 중국 진나라 때 부호이며 문장가라고 한다. 매우 호화스럽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죽게 되었을 때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을 짚고 있다. 중장을 본다. ‘유령의 분토상’은 ‘유령의 무덤 위의 흙’을 가리킨다. 유령은 중국 진나라 사람으로 술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한다.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다. 그도 죽고 나니 술이 별로 이르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설사 좋은 술이 아무리 이르더라도 마..

石榴꽃 다 盡하고/ 작가 미상

83. 石榴꽃 다 盡하고/ 작가 미상 [원본] 石榴꽃 다 盡하고 荷香이 새로왜라 波瀾에 노는 鴛鴦 네 因緣도 부럽구나 玉欄에 호올로 지혀서 시름계워 하노라. [역본] 석류꽃 다 지는데 연꽃 향기 새로워라 물결에 노는 원앙 네 인연도 부럽구나 옥 난간 홀로 기대고 깊은 시름 짓는다. [감상] 초장을 본다. 석류꽃이 지니까 연꽃 향기가 새롭다고 한다. 석류는 꽃을 지우고 나니까, 이번에는 연꽃이 활짝 피어서 그 향기를 바람에 날린다. 아름다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를 노래하고 있다. ‘하향’이 ‘연꽃 향기’를 가리킨다. 중장을 본다. 물결을 타고 즐기는 원앙을 보니 그 모습도 아름답거니와, 암컷과 수컷의 다정스런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 암수의 인연이 부럽기만 하다고 한다. 초장의 아름다움을..

井邊에 심은 梅花/ 작가 미상

82. 井邊에 심은 梅花/ 작가 미상 [원본] 井邊에 심은 梅花 雪中에 픠엿셔라 쇼령은 횡사하고 暗香은 浮動이라 두어라 籠頭春色이니 切一枝가 하노라. [역본] 우물 가에 심은 매화 내린 눈에 피었구나 그림자는 모로 눕고 매화 향긴 떠 가는군 그 머리 빗은 봄빛이니 가지 하나 꺾는가. [감상] 초장을 본다. 매화나무를 우물 가에 심었는데, 그게 눈이 내리는 중에 피었다고 한다. 왜 우물 가에 매화나무를 심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아무래도 여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에 그 배려로 남자들이 심었을 성싶다. 우선 그 아낌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중장을 본다. 쇼령은 ‘疏影 ’을 가리키는 듯싶다. 이는, ‘드문드문 비치는 그림자’를 가리킨다. ‘암향’은 ‘꽤 은근하게 풍기는 향기’를 나타낸다. 바로 매화의 향기이..

思郞이 어인거시/ 작가 미상

81. 思郞이 어인거시/ 작가 미상 [원본] 思郞이 어인거시 삭나며 움돗난다 長安 百萬家에 너추러도 지건제고 아모리 풀려 하여도 못다 풀가 하노라. [역본] 사랑이 어찌된 게 싹 내밀며 움 돋는다 이 서울 많은 집에 넌출지게 치렁치렁 아무리 풀려고 해도 못 다 풀까 여긴다. [감상] 지금까지 사랑을 주제로 하여 창작한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거론한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초장을 본다. 사랑이 ‘싹을 내밀며 움이 돋는다.’라니? 사랑을 한 포기 풀로 형상화했다고 본다. 참으로 멋진 표현이 아닌가? 중장으로 간다. 싹이 나서 움 돋은 사랑이 이 넓은 서울의 많은 집에서 잘 넌출지게 자라나서 치렁치렁하다고 했다. 그렇다. 사람이 사는 집에는 사랑이 충만하다. 치렁치렁하게. 그런데 사..

泗沘江 배를 타고/ 작가 미상

80. 泗沘江 배를 타고/ 작가 미상 [원본] 泗沘江 배를 타고 皐蘭寺로 돌아드니 落花巖에 杜鵑이 울고 半月城에 달 솟는다 아마도 夫餘八景은 百濟古都(인가 하노라.) [역본] 백마강에 배를 타고 고란사로 돌아드니 낙화암에 두견 울고 반월성에 달 솟는다 아마도 부여 팔경은 백제 바로 옛 도읍? [감상] 초장을 본다. ‘사비강’은 충남 부여에 있는 ‘백마강’의 삼국시대 이름이다. ‘고란사’는 ‘충남 부여군 부소산에 있는 절’이다. 고란사는 지금도 그 이름 그대로이다. 백마강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고란사가 나타난다. 고란사 옆의 돌 틈에는 고란초가 있다. 그 이야기이다. 중장을 본다. 그 곳에는 낙화암이 있는데, 이는 잘 알려진 대로 백제가 망할 때 삼찬 궁녀가 이 바위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 슬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