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思郞이 어인거시/ 작가 미상
[원본]
思郞이 어인거시 삭나며 움돗난다
長安 百萬家에 너추러도 지건제고
아모리 풀려 하여도 못다 풀가 하노라.
[역본]
사랑이 어찌된 게 싹 내밀며 움 돋는다
이 서울 많은 집에 넌출지게 치렁치렁
아무리 풀려고 해도 못 다 풀까 여긴다.
[감상]
지금까지 사랑을 주제로 하여 창작한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거론한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 초장을 본다. 사랑이 ‘싹을 내밀며 움이 돋는다.’라니? 사랑을 한 포기 풀로 형상화했다고 본다. 참으로 멋진 표현이 아닌가?
중장으로 간다. 싹이 나서 움 돋은 사랑이 이 넓은 서울의 많은 집에서 잘 넌출지게 자라나서 치렁치렁하다고 했다. 그렇다. 사람이 사는 집에는 사랑이 충만하다. 치렁치렁하게. 그런데 사랑은 그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종장에서 하고 있다. 사랑이 잘 자라서 넌출지게 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너무 우거져서 얼키고 설키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단순한 사랑도 있겠지만, 사랑에는 사연이 많게 마련이다. 그러니 얽혀서 풀기가 어렵게 된다. 오해도 있고, 증오도 있다. 그런 사랑이 잘 해결될 때도 있으나, 오해로 잘 풀지 못하고 마는 경우도 흔하다. ‘장안 백만가’는 ‘서울의 수많은 집’이고 ‘너추러도’는 ‘넌출지다’의 옛말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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