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私업슨 白髮이요/ 작가 미상

79. 私업슨 白髮이요/ 작가 미상 [원본] 私업슨 白髮이요 信잇난 四時로다 節節 도라오니 흐르난디 年光이라 어즈버 少年行樂이 어제론듯 하여라. [역본] 사심 없는 흰 머리요 믿음 있는 사철이다 철마다 돌아오니 흘러가는 세월이라 슬프다 젊어서 즐김을 어제인 듯 느낀다. [감상] 초장을 본다. ‘사업슨’은 ‘사심이 없는’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신잇난’은 ‘믿음이 있는’이라는 의미이다. ‘사시’는 ‘네 계절’을 가리킨다. 즉,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다. 머리는 사심이 없기에 누구나 희어지게 된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고가 없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한다. 그래서 사심이 없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사시사철은 반드시 때가 되면 찾아온다. 그렇기에 믿음이 있다. 왜 이 말을 했을까? 중장을 본다...

山밋해 사자하나/ 작가 미상

78. 山밋해 사자하나/ 작가 미상 [원본] 山밋해 사자하나 杜鵑이도 붓그럽다 내집을 구버보고 솟적다 우는고나 두어라 安貧樂道이니 恨할 줄이 이시랴. [역본] 산 밑에 살자 하니 두견새도 부끄럽다 내 집을 굽어보며 솥 적더고 하는구나 괜찮다 즐기는 길이니 탓할 것이 있겠냐. [감상] 산 밑에 살고 있으니 찾아오는 손님이라야 기껏 새들밖에는 없을 터이다. 이번에는 두견이가 찾아왔는가 본데, 작가는 두견이를 보고 부끄럽게 여긴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초장이다. 중장으로 간다. 두견새는 손님으로 왔으면서도 점잖치 못하게 부엌부터 살펴본 모양이다. 부엌에 걸어 둔 솥이 적다고 놀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솥 적다’라고 하는 새는 두견이가 아니라 소쩍새로 생각된다. 물론, 고시조에서는 두견새와 소쩍새를 흔히 혼..

山中에 麝香놀애/ 작가 미상

77. 山中에 麝香놀애/ 작가 미상 [원본] 山中에 麝香놀애 깁히 들어 숨엇셔도 山裝의 날랜 살을 맛츰내 못 免키는 春風이 헌사하여셔 香내를 뭇처냄이라. [역본] 산 속에 사향노루 깊은 숲에 숨었어도 산사람 날랜 화살 벗어나긴 어려운 것 봄바람 수다스러워 향 냄새를 묻혀 내니. [감상] 사향노루가 산사람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말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사향노루처럼 산 속에 깊이 숨어 살아도 봄바람이 향 냄새를 묻혀 내듯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듯싶다. 초장을 본다. ‘사향놀애’는 ‘사향노루’를 가리킨 것이라고 본다. 사향노루는 산 속 깊숙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중장으로 간다. ‘산장’은 ‘산에서 사냥이나 채약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사냥을 하는 사람이니 사향노루를 ..

山中에 別味업셔/ 작가 미상

76. 山中에 別味업셔/ 작가 미상 [원문] 山中에 別味업셔 草食을 爲業하니 不老草 먹을넌지 센마리 거머건다 一生이 無憂한 호중천에 늙을 뉘를 몰내라. [역본] 산 속에서 별맛 없이 풋나물로 배 채우니 불로초 먹었는지 센 머리가 검어 간다 한 삶이 근심 없이 취하여 늙을 누굴 모른다. [감상] 산 속에서 사는 즐거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요즘으로 치면 ‘나는 자연이다.’라고 소리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초장을 본다. ‘별미업셔’는 ‘별맛 없이’라고 나는 보았다. ‘초식을 위업한’라는 말은 ‘풋나물을 주로 식사한다.’라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장을 본다. ‘불로초’는 이 세상의 권세 있는 사람이 모두 구하려고 야단인 풀이다. 풋나물만 먹다가 보니 그 중에 불로초가 석..

반되불이 되다/ 신흠

75. 반되불이 되다/ 신흠 [원본] 반되불이 되다 반되지 웨 불일소냐 돌히 별이 되다 돌이지 웨 별일소냐 불인가 별인가 하니 그를 몰라 하노라. [역본] 반디가 불을 켜도 반디지 왜 불이겠나 돌맹이가 별로 떠도 돌이지 왜 별이겠나 말하길 불인가 별인가 그 말들을 모른다. [감상] 신흠(申欽 1566~1628)은 조선 중기의 문인인데, 본관은 평산(平山), 자(字)는 ‘경숙’(敬叔)이고 호(號)는 ‘상촌’(象村) ‘현헌’(玄軒) ‘방옹’(放翁) 등이다. 여러 관직을 거친 후에, 1623년 인조의 즉위와 함께 이조판서 겸 홍문관의 대제학에 중용되었고, 우의정에 발탁되었으며, 1627년에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좌의정으로 세자를 수행하고 같은 해 9월에 영의정에 올랐는데, 그 다음 해에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半時인들 글려 보며/ 호 석 균

74. 半時인들 글려 보며/ 호 석 균 [원본] 半時인들 글려 보며 一刻인들 이졋스랴 春江細雨中에 鴛鴦새도 우셔드니 밤中만 孤枕冷淚을 님이 어이 알이요. [역본] 잠시인들 그려 보며 잠깐인들 잊었겠나 봄철 강 내린 실비 저 원앙도 울었듯이 한밤중 외론 잠자리를 임이 어이 알겠나. [감상] 호석균(扈錫均)는 풍류를 즐기던 선비라고 한다.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는 모른다. 다만, 그의 호(號)가 ‘수죽재’(壽竹齋)이며, 박효관이나 안민영과 함께 운애산방(雲崖山房: 흥선대원군의 후원을 받아서 필운대에 만든 장소)에 출입하던 가객(歌客)이라고 한다. 또, 중년이 되어서 입산수도한 승려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초장을 본다. ‘반시’와 ‘일각’이 모두 ‘아주 짧은 동안’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

한 밤듕 혼자 이러/ 이 정 환

73. 한 밤듕 혼자 이러/ 이 정 환 [원본] 한 밤듕 혼자 이러 뭇노라 이내 꿈아 萬里遼陽을 어내닷 단녀온고 반갑다 鶴駕仙容을 친히 뵌 듯 하여라. [역본] 밤중에 홀로 깨어 묻는다네 이 내 꿈아 머나먼 그 심양을 어느 사이 다녀왔나 반갑다 세자와 대군 친히 뵌 듯 여기네. [감상] 이정환(李廷煥1613~ 1673)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자(字)는 ‘휘원’(輝遠)이고 호(號)는 ‘송암’(松岩)이다. 1633년 생원시에 합격.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는데, 그 슬픔을 읊은 게 이 시조라고 한다. 그는 그 후 벼슬을 버리고 시인으로 일생을 보냈다고 전한다. 부모가 돌아가시자 6년 동안 묘를 지켰고 그 일이 조정에 알려져서 숙종 때에는 정문(旌門)이 세워졌다고 한다. 이..

사람이 한번 늘근後에/ 김 천 택

72. 사람이 한번 늘근後에/ 김 천 택 [원문] 사람이 한번 늘근後에 다시 져머 보난것가 更少年 하닷말이 千萬古에 업슨 말이 우리난 그런줄 알므로 매양 醉코 노노라. [역본] 사람이 늙은 후에 다시 젊어 보는 건가 새로 젊게 된단 말이 옛적부터 없는 말이 우리는 그런 줄 아니 늘 취하여 논단다. [감상] 김천택(金天澤)은 시조작가 및 가인(歌人)으로 생몰년대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자(字)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이고 호(號)는 ‘남파’(南坡)이다. 숙종 때에 포교를 지냈다고도 한다. “사람됨이 총명하고 유식하며 능히 을 알고 외워서 한갓 가객이 아니었다.”라는 평을 듣는다.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는데, 일종의 사설 음악 연구소로써 그 문하에서 많은 가객이 배출됐..

思郞을 모하 내니/ 조 재 호

71. 思郞을 모하 내니/ 조 재 호 [원본] 思郞을 모하 내니 쥼으로 하나히라 花柳到處의 져마다 쥬량이면 이 後에 絶代佳人 만나거든 뷘손쥘까 하노라. [역본] 사랑을 다 모으니 한 줌이나 되는구나 화류계 그 곳마다 기생에게 줄 것이면 이 후에 진짜 만날 때 빈 손 될까 한다네. [감상] 조재호(趙載浩 1702~ 1762)는 영조 때의 문신이다. 자(字)는 ‘경대’(景大)이고 호(號)는 ‘손재’(損齋)라고 한다. 효순왕후(孝順王后)의 오빠이다. 1739년 우의정의 추천으로 세자시강원에 등용되었고, 1744년 홍산현감으로 재직 중 춘당대문과에 급제했으며, 그 후 이조판서를 역임했고, 1754년 우의정에 올랐는데, 1760년 향리에 은거했으나 1762년 장헌세자 문제의 상소로, 유배 중 사사(1775년 신원..

사랑모여 불이 되여/ 작가 미상

70. 사랑모여 불이 되여/ 작가 미상 [원본] 사랑모여 불이 되여 가슴에 퓌여나고 肝腸석어 물이 되어 두 눈으로 소사 난다 一身이 水火相侵하니 살둥말둥 하여라. [역본] 사랑 모여 불이 되어 가슴속에 피어나고 간장 썩어 물이 되어 두 눈에서 솟아난다. 한 몸에 물불 범하니 살지 말지 모르네. [감상] 이 작품은 내용이 상당히 고차원적이다. 사랑을 거론한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과학적인 작품은 드물다. 아마도 상당히 학식이 높은 분이 자신의 이름을 감춘 듯싶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는 한마디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작품이다. 초장을 본다. 사랑이 모이면 무엇이 될까? 그야 불이 일어날게 뻔하다. 사랑을 하게 되면 열병을 앓게 된다는 말도 있잖은가? 중장으로 간다. 열병을 앍게 되면 무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