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아츰은 비오더니/ 신 흠

69. 아츰은 비오더니/ 신 흠 [원본] 아츰은 비오더니 느지니난 바람이로다 千里萬里 길혜 風雨난 무스 일고 두어라 黃昏이 머럿거니 쉬어 간들 엇더리. [역본] 아침엔 비 오더니 늦으니까 바람이다 머나먼 우리 길에 바람과 비 무슨 일야 저묾이 멀리 있거니 쉬어 가면 어떠냐. [감상] 신흠(申欽 1566~1628)은 조선 중기의 문인인데, 본관은 평산(平山), 자(字)는 ‘경숙’(敬叔)이고 호(號)는 ‘상촌’(象村) ‘현헌’(玄軒) ‘방옹’(放翁) 등이다. 여러 관직을 거친 후에, 1623년 인조의 즉위와 함께 이조판서 겸 홍문관의 대제학에 중용되었고, 우의정에 발탁되었으며, 1627년에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좌의정으로 세자를 수행하고 같은 해 9월에 영의정에 올랐는데, 그 다음 해에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아해는 낙기질 가고/ 위 백 규

68. 아해는 낙기질 가고/ 위 백 규 [원본] 아해는 낙기질 가고 집사람은 저리채 친다 새 밥 닉을 따예 새 술을 걸러셔라 아마도 밥 들이고 잔 자볼따여 호흠계워 하노라. [역본] 아이는 낚시 가고 집사람은 절이 채소 새 밥이 익어 가니 새 술을 걸러야지 밥 들고 잔 잡을 때면 겨운 흥이 높구나. [감상] 위백규(魏伯珪 1727~ 1798)은 영조 및 정도 때의 실학자이다. 자(字)는 ‘자화’(子華)이고 호(號)는 ‘존재’(存齋)라고 한다. 1751년 스승 윤봉구(尹鳳九)를 만나서 15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고, 과거에 여러 번 응시했으나 낙방하였으며, 1794년 서영보(徐榮輔)의 천거로 저술과 덕행이 알려짐으로써 부봉사나 현감 및 경기전령 등에 임명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금당도에서 시 ‘금..

阿爸님 날 바리고/ 황 윤 석

67. 阿爸님 날 바리고/ 황 윤 석 [원본] 阿爸님 날 바리고 阿嬤님 내 뫼오려 三年後 六年만의 薄邑을 엇단말가 두어라 薄邑일 망졍 天地君父 恩惠로다. [역본] 아버님 떠나시고 내 어머님 모시는데 삼 년 지나 육년 만에 목주 현감 얻게 됐네 가난한 고을이라도 임금 은혜 갚으려네. [감상] 황윤석(黃胤錫 1729~ 1791)은 조선 후기의 운학자(韻學者)이다. 자(字)는 ‘영수’(永叟)이고 호(號)는 ‘이재’(頤齋) ‘서명산인’(西溟散人) ‘운포주인’(雲浦主人) ‘월송외사’(越松外史) 등이다. 1759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목천현감이나 전의현감 등이 제수되었으나 그 다음해에 사퇴하였다고 한다. 그는 북경을 거쳐서 전래된 서구의 지식을 받아 이를 소개한 공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일기 ‘이재난고’가 남아 ..

巫山神女들이/ 강 복 중

66. 巫山神女들이/ 강 복 중 [원본] 巫山神女들이 東嶺川의 조차와서 桃源은 여긔로다 十二峯은 어드메고 져건너 져峯이 긔라호대 나도몰라 하노라. [역본] 무산에 신녀들이 동령천을 따라와서 도원이 여기구나, 십이봉은 어디인가 저 건너 봉이라는데 나도 알 수 없다네. [감상] 강복중(姜復中 1563~ 1639)은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본관은 진주(晉州)인데, 자(字)는 ‘재기’(載起)이고 호(號)는 ‘청계망사’(淸溪妄士)라고 한다. 벼슬은 참봉에 그쳤다고 하는데, 일생을 시골에 묻혀 지내면서 효행으로 이름을 얻었고, 학문은 그다지 깊지 않았다고 전하며 여러 편의 시조 작품을 남겼다. 시조 작품인 ‘수월정청흥가’(水月亭淸興歌) 21수에는 ‘청계망사’로 자처하던 한과 아픔이 가득 서려 있다. 이 작품은 강호..

武陵 어제밤의/ 정 철

65. 武陵 어제밤의/ 정 철 [원본] 武陵 어제밤의 구름이 머흐더니 多情한 鳳凰이 嬌態계워 싸호다가 인간에 떨어진지찰 차자 므슴할다. [역본] 무릉에서 어젯밤에 구름이 사납더니 다정한 두 봉황이 아양 떨여 싸우다가 속세에 떨어진 깃을 찾아서는 무엇을? [감상] 정철(鄭澈 1536~ 1593)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문신이다. 본관은 연일(延日), 자(字)는 ‘계함’(季涵)이고 호(號)는 ‘송강’(松江)이다. 1561년에 진사시에 1등을 하고 이듬해에는 문과 별시에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여러 관직을 지내고, 45세 때에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가사문학의 대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후 나이 55세 때 좌의정에 올랐고, 인성부원군(寅城府院君)에 봉해졌다. 초장을 본다. ‘무릉’은 도연..

무라쇼셔 살올이다/ 이 덕 일

64. 무라쇼셔 살올이다/ 이 덕 일 [원본] 무라쇼셔 살올이다 이말삼 무라쇼셔 仔詳히 무라시면 歷歷히 살올이다 하날이 놉고 먼들노 살올길 업사이다. [역본] 물으세요 아뢰리다 이 말씀을 물으세요 자세히 물으시면 또렷하게 아뢰리다 하늘이 높고 멀어서 아뢸 길 없습니다. [감상] 이덕일(李德一 1561~ 1622)은 조선 중기의 무신이다. 본관은 함평(咸平), 자(字)는 ‘경이’(敬而)이고 호(號)는 ‘칠실’(漆室)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닦았으나,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무과에 응시하여 급제하였고, 정유재란 때에는 의병을 조직하여 공을 세웠으며 이순신 휘하로 들어갔다고 전한다. 그 후 절충장군의 자리에 올랐으나, 광해군 때 국정이 문란해지자 향리로 돌아가서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이 작품은 우국가(憂..

城 잇사되 막으랴/ 이 덕 일

63. 城 잇사되 막으랴/ 이 덕 일 [원본] 城 잇사되 막으랴 녜와도 할 일 업다 三百二十州의 엇디엇디 딕힐게오 아모리 藎臣精卒인들 의거 업시 어이하리. [역본] 성 있어도 막겠느냐 너희 와도 할 일 없다 우리 나라 모든 땅을 어찌 어찌 지킬 거요 아무리 충신 병졸도 의지 없이 어쩌겠나. [감상] 이덕일(李德一 1561~ 1622)은 조선 중기의 무신이다. 본관은 함평(咸平), 자(字)는 ‘경이’(敬而)이고 호(號)는 ‘칠실’(漆室)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닦았으나,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무과에 응시하여 급제하였고, 정유재란 때에는 의병을 조직하여 공을 세웠으며 이순신 휘하로 들어갔다고 전한다. 그 후 절충장군의 자리에 올랐으나, 광해군 때 국정이 문란해지자 향리로 돌아가서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塵世를 다 떨치고/ 신 희 문

62. 塵世를 다 떨치고/ 신 희 문 [원본] 塵世를 다 떨치고 竹杖을 훗떠 집고 琵琶를 두러 메고 西湖로 드러가니 水中에 떠잇는 白鷗난 내 벗인가 하노라. [역본] 이 세상 다 떨치고 대 지팡이 따로 짚고 비파를 둘러매고 서쪽 호수 들어가니 물 위에 흰 갈매기는 내 벗인가 여기네. [감상] 신희문(申喜文)은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조선 정조 때의 가객(歌客)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는 ‘명유’(明裕)라고 한다. 청구영언 등에 몇 수의 시조가 전한다. 작품들을 보았을 때, 자연과 벗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후후 웃고) 시조를 짓던 은사(隱士)였다고 여겨진다. 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진세’는 ‘티끌 많은 세상’을 나타낸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이라고 했다. ‘죽장..

聖明이 臨하시니/ 신 헌 조

61. 聖明이 臨하시니/ 신 헌 조 [원본] 聖明이 臨하시니 時節이 太平이라 關東八百里에 할 일이 바히 업다 두어라 黃老淸淨을 베퍼 볼가 하노라. [역본] 임금 지혜 굽히시니 사는 때가 아주 좋다 관동지역 그 팔백 리 해야 할 일 전혀 없다 괜찮다 빈 마음 따라 베풂 펼까 한다네. [감상] 신헌조(申獻朝 1752~ 1807)는 조선 정조와 순조 때의 문신이다. 본관은 평산(平山)인데, 자(字)는 ‘여가’(汝可)이고 호(號)는 ‘죽취당’(竹醉堂)이라고 한다. 정조 4년(1780년) 경자 식년시에 합격하였고, 정조 13년(1789년) 기유 알성시 갑과를 장원으로 급제하였다고 한다. 41살에 암행어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순조 4년(1804년) 강원감사인 그가 ‘산불 피해’를 보고한 내용이..

술 어드면 벗이 업고 / 작가 미상

60. 술 어드면 벗이 업고 / 작가 미상 [원본] 술 어드면 벗이 업고 벗 어드면 술이 업다 오늘은 무슨 날고 술 잇고 벗 잇다 두어라 二難幷이니 終日醉하리라. [역본] 술 얻으면 벗이 없고 벗 얻으면 술이 없다 오늘은 어쩐 날로 술이 있고 벗도 있다 두 힘듦 둘이 합쳐지니 하루 내내 취하리라. [감상] 작가를 알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이 작품은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어떤 고결한 선비가 그 이름을 숨겼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원래, 술이란 것은 벗이 있어야 그 흥취가 높아진다. 가장 믿는 사람과 마시는 술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초장을 본다. 어쩌다가 술을 얻게 되면 함께 마실 벗이 있어야 하는게 벗이 곁에 없다. 그게 바로 세상 일이다. 어디 모든 일이 사람마음대로 척척 이루어지던가? 중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