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嶺南樓 노푼 집을/ 작가 미상

39. 嶺南樓 노푼 집을/ 작가 미상 [원본] 嶺南樓 노푼 집을 계요 올나 구버보니 江湖十里에 나드나니 白鷗로다 夕陽의 지나는 漁笛은 醉한 나를 깨왜라. [역본] 영남루 높은 집을 겨우 올라 굽어보니 강과 호수 그 십리에 나드나니 흰 갈매기 해지자 어부 피리가 취한 나를 깨운다. [감상] 이 작품은 악부 고대본 490에 수록되어 있다. ‘영남루’는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에 있는 누각’이다. 진주의 촉석루 및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루이다. 신라 경덕왕 때 영남사의 부속 누각이었다가 고려 공민왕 때 밀양부사 김주(金湊)가 고쳐 지어 영남루라고 하였다고 한다. 현재의 것은 1844년에 재건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적’은 ‘어부들이 부는 피리소리’인데, 나는 이를 줄여서 그냥 ‘어부 피..

오거다 도라간 봄을/ 작가 미상

38. 오거다 도라간 봄을/ 작가 미상 [원본] 오거다 도라간 봄을 다시 보니 반갑도다 無情한 歲月은 白髮만 보내는구나 엇지타 나의 少年은 가고 아니 오나니. [역본] 왔구나 돌아간 봄 다시 보니 반갑구나 무정한 이 세월은 흰 머리만 보내는가 어찌해 나의 젊음은 가고 다시 안 오나. [감상] 이 작품은 ‘가곡원류 규장각본 209’ 등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내용이 간단하게 되어 있으나, 오히려 그 때문에 산뜻한 느낌을 준다. ‘오거다’는 ‘오도다’ 또는 ‘왔도다’ 그리고 ‘왔구나’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 중에서 ‘왔구나’를 골랐다. 초장을 보면, 봄을 반기는 마음이 기득하다. 봄은 작년에 분명히 돌아갔는데, 올해 다시 돌아와서 반갑다는 뜻이다. 중장으로 가면, 그런데 세워른 그렇지가 않아서 일..

어와 가고지고/ 작가 미상

37. 어와 가고지고/ 작가 미상 [원본] 어와 가고지고 내 갈대를 가고지고 갈대를 가게 되면 볼 사람 보련마는 못가고 그리노라 하니 살든 애를 서기노라. [역본] 참으로 가고 싶네, 갈 데를 가고 싶네 갈 데를 가게 되면 볼 사람 보겠는데 못 가고 그리워하니 지극한 맘 썩는다. [감상] 이 작품은 고금가곡(古今歌曲)에 수록되어 있다. 특징은 순우리말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문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선비는 아닌 듯싶고, 순수한 농삿군이 아닌가 여긴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어와’라는 단아이다. 이는, 고시조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단어인데, 이는 고어로 시조나 가사에서 가락을 맞추기 위하여 쓰는 감탄사이다. 궂이 현대어로 바꾼다면 ‘아!’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나는 궁리 끝에 ‘참..

엊그제 쥐비즌 술을/ 작가 미상

36. 엊그제 쥐비즌 술을/ 작가 미상 [원본] 엊그제 쥐비즌 술을 酒桶잇재 메고 나니 집안 아희들은 허허쳐 웃는고야 江湖에 봄간다하니 餞送하려 하노라. [역본] 엊그제 빚은 술을 술통째로 메고 나니 함께 사는 아이들이 손벽 치며 웃는구나 시골에 봄 간다 하니 잘 보내려 한단다. [감상] 이 작품은 ’청구영언 진본‘ 427 등에 실려 있다. ’쥐비즌 술‘은 ’손으로 주물러서 담근 술‘이란 뜻이다. 나는 이를 좀 점잖게 ’빚은 술‘로 하였다. ’주통‘은 ’주준‘(酒樽)이라고도 하는데 ’술통‘을 이른다. ’허허쳐‘에서 ’허허‘는 웃는 소리이고 ’쳐‘는 손뼉을 치는 것이라고 본다. 즉, 손뼉을 치며 웃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나는 ’강호‘를 그냥 ’시골‘로 풀었다. ’전송‘은 ’전별하여 보냄‘을 말한다. 또..

엇그제 부던 바람/ 작가 미상

35. 엇그제 부던 바람/ 작가 미상 [원본] 엇그제 부던 바람 江湖에도 부돗던가 滿江 舡子들이 어이구러 지내연고 山林에 드런지 오래니 消息 몰라 하노라. [역본] 엊그제 불던 바람 이 촌에도 불었던가 강 가득 뱃사람들 그 어떻게 지내는고 숲속에 든 지 오래니 소식 몰라 그런다. [감상] 이 작품은 ‘청구영언 412’와 ‘해동가요 일석본 441’ 등에 수록되어 있다. 고시조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아가 ‘강호’가 아닌가 한다. ‘강호’란, 강과 호수를 이르는 말이지만, 예전에 은자(隱者)나 시인 또는 묵객들이 현실을 도피하여 생활하던 시골이나 자연을 일컫는 말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그저 ‘촌’이라고 했다. ‘부돗던가’는 ‘불었던가’로 보았다. ‘돗’은 강세보조사. ‘만강강자’는 ‘강에 가득한..

三角山 프른 빗치/ 작가 미상

34. 三角山 프른 빗치/ 작가 미상 [원본] 三角山 프른 빗치 中天에 소사올나 鬱蔥佳氣란 象闕에 부쳐두고 江湖에 盞잡은 늘그니란 매양 醉케 하소서 [역본] 삼각산 푸른 빛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우거진 숲 좋은 날씬 권세가에 맡겨 두고 세상에 잔 든 늙으닌 늘 취하게 하세요. [감상] 이 작품의 출전은 ‘병와가곡집’ ‘청구영언 진본’ ‘해동가요 일석본’ ‘시가 박씨본’ ‘청구영언 가람본’ ‘청구영언 육당본’ ‘악학습령’ 등이다. 삼각산은 ‘서울 북한산’을 가리킨다. 서울 변두리이다. ‘울총가기’란, 울창한 초목과 아름다운 날씨를 말한다. 말하자면, 초목은 우거지고 날씨는 화창한 것인데, 이는 즐기기 좋은 장소와 때를 가리키는 성싶다. ‘상궐’은 ‘대궐의 문’인데, ‘상궐에 붙여 둔다.’는 ‘권세가에게 맡..

窓 밧긔 픠온 菊花 / 작가 미상

33. 窓 밧긔 픠온 菊花 / 작가 미상 [원본] 窓 밧긔 픠온 菊花 어제 픤다 그제 픤다 나보고 반겨 픤다 九月이라 미처 픤다 아해야 盞 가득 부어라 띄워 두고 보리라. [역본] 창 밖에 핀 국화는 어제 폈나 그제 폈나 나를 보고 반겨 폈나 9월이라 놀라 폈나 여봐라 잔 꽉 부어라 띄운 국화 보리라. [감상] 이 작품은 고금가곡(古今歌曲) 안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이 아주 단순한 듯싶으면서도 심오한 면이 있다. 우선 초장을 본다. ‘픤다’의 뜻이 풀이하기에 어렵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보아서 나는 ‘폈나’를 골랐다. 문득 창 밖을 보니 국화가 피어 있다. 그리 핀 지는 오래지 않은 듯싶어서 ‘어제 폈을까 그게 폈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장으로 가면, 피어 있는 국화가 그냥 피어 있는 게 아니라, 핀..

千歲를 누리소서 / 작가 미상

32. 千歲를 누리소서 / 작가 미상 [원본] 千歲를 누리소서 萬歲를 누리소서 무쇠기둥에 곳픠여 여름 열어 따들이도록 그제야 億萬歲밧긔 또 萬歲를 누리소서 [역본] 오랫동안 사십시오 더욱 오래 사십시오 철 기둥에 꽃이 피어 열매 따게 사십시오 그제야 긴 세월 외에 또 만년을 사십시오. [감상] 이 작품은, 대상이 누군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짐작하기로는 부모님이라든가, 존경하는 스승님이라든가, 아니면 사랑하는 임일 수도 있다. 작품에서 ‘천세’는 ‘천년 세월’을 가리키는데, 나는 그저 ‘오랫동안’이라고 풀었다. ‘만세’는 ‘만년 세월’이지만, ‘더욱 오래’라고 풀었다. ‘여름’은 ‘열매’르 나타낸다. ‘억만세’는 ‘무궁한 오랜 세월’을 말하는데, 나는 그저 ‘긴 세월’이라고 풀었다. 초장에서 ‘천세’로..

矗石樓 발근 달이/ 작가 미상

31. 矗石樓 발근 달이/ 작가 미상 [원본] 矗石樓 발근 달이 論娘子의 넉시로다 向國한 一片丹心 千萬年에 비취오니 아마도 女中忠義난 이뿐인가 하노라. [역본] 촉석루 밝은 달이 논개 낭자 넋이구나 나라 향한 붉은 한 맘 오래도록 비추느니 아마도 여지 충의는 그뿐인가 보구나. [감상] 이 작품은 교방가요초(敎坊歌謠抄)에 수록되어 있다. 촉석루는 ‘진주의 남강 가에 있는 누각’이다. 또 ‘논낭자’는 ‘진주 기생이었던 논개’를 일컫는다. ‘낭자’는 그냥 ‘젊은 여자’를 가리킨다고 본다. ‘향국’은 ‘나라를 향한 마음’이고, ‘일편단심’은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다. 바로 말하면 애국심이다. ‘여중충의’는 ‘여자 중에서 충절과 절의가 높은 사람을 말한다. 초장에서 촉석루에 밝게 뜬 달을 보고 논개를 생각한다..

思郞도 하엿노라/ 작가 미상

30. 思郞도 하엿노라/ 작가 미상 [원본] 思郞도 하엿노라 離別도 하엿노라 雪月紗窓에 기다려도 보와노라 前前에 괴든 思郞이 語僞런가 하노라. [역본] 사랑도 있었다네 헤어짐도 있었다네 눈 달밤에 창 앞에서 기다려도 보았다네 참 오래 아낀 사랑이 말의 거짓 옳구나. [감상] 이 작품은 병와가곡집 또는 해동가요 일석본 및 시가요곡 등에 실려 있다. 내용으로 보아서 한문 정도는 익힌 서생인 듯싶다. 초장을 보면 사랑도 해보았고 이별도 맛보았다고 서두를 꺼냈다. 사랑과 이별의 경험자임을 밝히고 있다. 자기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암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중장에서는 달이 환하게 뜨고 눈도 내린 밤에 창 앞에서 가다림도 가져 보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것도 그냥 창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