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兒孩놈하야 나귀경마 들이고/ 작가 미상

146. 兒孩놈하야 나귀경마 들이고/ 작가 미상 [원본] 兒孩놈하야 나귀경마 들이고 五柳村으로 벗 차자 가니 月色은 滿庭한대 들니나니 笛소래라 童子야 나귀를 툭툭 쳐 슬슬 모라라 玉笛소래 나는 대로. [역본] 동자에게 고삐 들려 오류촌 벗 찾아가니 달빛이 뜰에 가득, 들리는 건 피리 소리 나귀를 살살 몰아라 멋진 소리 나는 대로. [감상] 초장을 본다. ‘나귀경마 들이고’는 ‘말고삐를 잡게 하고’라는 뜻이다. 또, ‘오류촌’은 ‘중국 시인 도연명의 고향’이다. 도연명이 그곳으로 돌아와서 버드나무를 심어 놓고 살았다고 한다. ‘경마’는 ‘남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모는 일’이다. 또는 ‘그 고삐’를 이르기도 한다. 첫 구절에 ‘아해’라고 하였으나, 종장을 보면 ‘동자’라는 말이 나오기에 이를 여기에 사용했..

아츰의 빗츨 갈고/ 작가 미상

145. 아츰의 빗츨 갈고/ 작가 미상 [원본] 아츰의 빗츨 갈고 저녁의 글 니르니 向來城市의 하옴 업시 늙은 일이 至今에 아무리 뉘으츤들 밋츨 줄이 이시랴. [역본] 아침에 밭 돌보고 저녁에 글 읽으니 젊어서 한창일 때 할 일 없이 늙은 일이 아무리 이제 뉘우친들 돌아올 일 아니다. [감상] 초장을 본다. 농촌에서 할 일이란 아침에 밭을 돌보고 저녘에는 글을 읽는 일이 아니겠는가. 때에 맞춰서 할 일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마음을 써야 할 곡식을 가꾸는 일이다.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 곡식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면 등잔불 아래에서 글을 읽는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이다. 그 이야기를 여기에서 하고 있다. 중장을 본다. ‘향래성시’는 ‘옛날에 한창 힘 있을 때’를 나타..

我才 쓸 데 업다/ 작가 미상

144. 我才 쓸 데 업다/ 작가 미상 [원본] 我才 쓸 데 업다 셰상을 다 버리고 山中의 홀노 드러 辱 업시 놀고지고 平生의 바라기를 伯夷叔齊 갓치 (하리라) [역본] 내 재능 쓸데 없다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산속으로 홀로 가서 수치 없이 놀며 살고 내 평생 바라는 일은 백이 숙제 같은 것. [감상] 초장을 본다. ‘아재’는 ‘내 재능’을 가리킨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하여도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인정해 주지 않는다. 또, 어떻게 인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이를 이용하려고만 든다. 그리고 이용 가치가 떨어지면 버리고 만다. 왜 ‘토사구팽’이란 말이 생겼겠는가. 재주가 있든 없든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마음을 쏟아 놓았다. 중장을 본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산속으로 들어..

엇그제 쥬ㅣ비즌 술이/ 작가 미상

143. 엇그제 쥬ㅣ비즌 술이/ 작가 미상 [원본] 엇그제 쥬ㅣ비즌 술이 닉엇나냐 설엇나냐 압내에 후린 고기 굽나냐 膾치나냐 속고나냐 아희야 어셔 차려 내여라 벗님 대접하리라. [역본] 엊그제 빚은 술이 익었느냐 설었느냐 앞내에서 잡은 고기 굽고 뜨고 끓이느냐 여봐라 어서 차려라 벗님 대접 잘 하게. [감상] 초장으로 간다. ‘쥬ㅣ비즌’은 ‘손으로 주물러서 담근 술’이다. 술을 담그려면 누룩이 필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잘 주물러야 한다. 그게 다 손맛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담가 놓으면 그게 스스로 발효하여 술을 익힌다. 익었는지 덜 익었는지는 먹어 봐야 알지 않을까? 전문가라면 그 상태를 보고도 알 테지만. 어쨌든 이제 초장에서 술은 준비가 되었다. 중장으로 간다. 이제는 안주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안..

엇그제 님 離別하고/ 작가 미상

142. 엇그제 님 離別하고/ 작가 미상 [원본] 엇그제 님 離別하고 碧紗窓에 지혀시니 黃昏에 지난 곳과 綠柳에 걸닌 달을 아모리 無心히 보아도 不勝悲感 하여라. [역본] 며칠 전에 임을 떠나 비단 창에 기댔더니 해질 녘에 지는 꽃과 버들가지 걸린 달을 아무리 그냥 보아도 슬픈 느낌 못 이기네. [감상] 초장을 본다. ‘엇그제’는 ‘엊그제’인데, ‘이삼일 전’을 나타낸다. 그래서 나는 그저 ‘며칠 전’이라고 했다. ‘벽사창’은 ‘푸른 비단을 바른 창’이다. 정성을 들여서 만든 창이다. 옛날로 치면 고급 창문이다. ‘지혀시니’는 ‘기댔다는’ 말이다. 임과 이별하였으니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잘 만든 비단 창이라고 하여도 아무 생각 없이 기대게 된다. 중장으로 간다. ‘황혼’은 ‘해가 뉘엿뉘엿 어두워질 ..

업는 졍 꾸며다가/ 작가 미상

141. 업는 졍 꾸며다가/ 작가 미상 [원본] 업는 졍 꾸며다가 잇는더시 단장헌들 그 일니 오래숀가 삽시간에 나져질걸 구타여 심여을 허비하여 죠흘나 무삼 [역본] 없는 정 꾸며다가 있는 듯이 곱게 한들 그 일이 오랠 건가 한 순간에 잊혀질 걸 구태여 마음을 써서 좋을 것이 무언가. [감상] 초장을 본다. ‘꾸민다’는 것은 ‘무언가를 감춘다는뜻’이 담겨 있다. 진실하지 못하다. 어떤 음모가 감추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단장’은 ‘얼굴에 분 연지 등을 발ㄹ서 곱게 하고 머리나 옷차림 등을 맵시 나게 매만져 꾸민 화장’을 말한다. 즉, 산뜻하게 모양을 내어 곱게 꾸미는 것. 중장으로 간다. 그런 일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얼마 못 가서 들통이 난다. ‘삽시간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을 ..

어화 우읍고나/ 작가 미상

140. 어화 우읍고나/ 작가 미상 [원본] 어화 우읍고나 世上 사람 우읍고나 크나큰 남의 배를 沙工업시 비러 타고 가업슨 宦海風波에 떠날 줄이 이시랴. [역본] 아이고 우습구나 이 사람들 우습구나 크나큰 남의 배를 사공 없이 빌려 타고 끝없는 벼슬 험한 길 떠날 줄이 있을까. [감상] 초장을 본다. ‘어화’는 ‘기쁜 마음을 나타내어 노래로 누구를 부르는 솔’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감탄의 소리로 보았다. 그래서 ‘아이고’라고 풀었다. 여기에서 왜 ‘세상 사람’이라고 하였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일부 사람’을 가리킨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하는 짓이 우습다는 말이다. 그 ‘하는 짓’이란 무엇인가? 중장으로 간다. ‘크나큰 남의 배를’에서 ‘남..

煙霞는 자욱한데/ 작가 미상

139. 煙霞는 자욱한데/ 작가 미상 [원본] 煙霞는 자욱한데 月色은 희미하다 香陵閣 죠흔 집은 依舊하여 잇다마는 鄕人은 한 번 가고 다시 올줄 (모른다.) [역본] 안개 놀이 잔뜩 끼어 달빛마저 흐릿하다 향릉각 좋은 집은 변함없이 있다마는 동향인 한 번 가더니 다시 올 줄 모른다. [감상] 초장을 본다. ‘연하’는 ‘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자욱하다’는 ‘잔뜩 끼었다.’라는 말이다. ‘월색’은 ‘달에서 비쳐 오는 빛깔’이다. 이를 나는 그냥 ‘달빛’이라고 했다. 안개 놀이 자욱하게 끼었으니 달빛 또한 희미할 수밖에 없다. 느낌이 좀 무겁다. 중장으로 간다. ‘향릉각’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누각이라고 여길 뿐이다. 아마도 주변에 꽃이 있고 능이 보이는 위치에 세..

臙脂粉 잇네마난/ 작가 미상

138. 臙脂粉 잇네마난/ 작가 미상 [원본] 臙脂粉 잇네마난 눌 괴려고 冶容할고 三十年 未嫁하여 숫으로 늙거셰라 언제나 제샤님 어더셔 세간 사라 보려노. [역본] 연지 분 있지마는 누굴 사랑 꾸밀 건가 삼십 년을 결혼 않고 숫처녀로 늙었구료 언제쯤 좋은 님 만나 살림 살아 보려나. [감상] 초장을 본다. ‘연지분’은 ‘볼 연지와 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또, ‘눌 괴려고’는 ‘누굴 사랑하려고’라는 뜻이다. 연지분은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누구를 위하여 단장을 한단 말인가. 여자의 심정을 알 듯도 하다. 보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단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어렵다. 중장으로 간다. ‘미가’는 ‘결혼을 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그것도 삼심 년이나! 지금 같으면 나이가 삼십이 되었어도 그리 늦다고는 ..

煙籠寒水 月籠沙하니/ 작가 미상

137. 煙籠寒水 月籠沙하니/ 작가 미상 [원본] 煙籠寒水 月籠沙하니 夜泊秦淮 近酒家라 商女난 不知亡國恨하고 隔江猶唱 後庭花라 아해야 換美酒하여라 與君同醉 하리라. [역본] 안개 모래 두른 달빛, 배 대니 이른 술집 나라 잃음 모른 주모, 후정화는 강 건너에 여봐라 좋은 술 바꿔라 그대 함께 취하리. [감상] 초장으로 간다. ‘연롱한수 월롱사하니’는 ‘안개는 찬물을 감싸고 달빛은 모래밭을 둘렀는데’라는 뜻이다. 그리고 ‘야박진회 근주가’는 ‘밤에 배를 댄 진회는 술집이 가까웠다.’라는 말이다. 중장으로 간다. ‘상녀’는 ‘술집 주인’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주모’리고 했다. ‘부지망국한’은 ‘나라 잃은 한을 알지 못하고’라는 뜻이다. 또, ‘격강유창 후정화’는 ‘강 건너에는 아직도 후정화를 부른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