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일허도 슬퍼 마오/ 작가 미상

177. 일허도 슬퍼 마오/ 작가 미상 [원본] 일허도 슬퍼 마오 어더도 즐겨 마오 락원 츈반도 긔호망하나니 일됴매 장신고 만나면 그리명 당하리라. [역본] 잃어도 슬퍼 마오, 얻어도 즐겨 마오 좋은 곳 그 봄나물도 잊혀지게 되는 것을 만일에 긴 고생 만나면 그리하며 당하네. [감상] 초장을 본다. 잃는다고 슬할 것도 없고 얻는다고 즐거워할 것도 없다는 말은 너무 당연한 말이다. 본래 내 것은 없다. 잠시 나에게로 왔다가 다시 남에게로 간다. 그러니 즐거울 것도 없고 슬퍼할 것도 없다. 중장으로 간다. ‘락원 츈반’은 ‘樂園 春盤’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낙원’은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이고, ‘춘반’은 ‘입춘 날에 궁중에서 진상된 햇나물로 차리던 음식’을 말한다..

一壺酒로 送君蓬萊山하니/ 작가 미상

176. 一壺酒로 送君蓬萊山하니/ 작가 미상 [원본] 一壺酒로 送君蓬萊山하니 蓬萊仙子笑相迎을 笑相迎 彈琴歌一曲하니 萬二千峯이 玉層層이로다 아마도 海東風景은 이뿐인가 하노라. [역본] 술 한 병에 보낸 그대, 금강신선 나와 맞고 거문고에 노래 가락, 많은 봉이 옥 쌓은 듯 아마도 바다 동쪽 풍경은 이뿐인가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일호주’는 그야말로 ‘한 병의 술’이다. ‘송군봉래산하니’는 ‘그대를 봉래산으로 보내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봉래산은 어느 산인가. 이는, 바로 ‘금강산을 여름에 부르는 이름’이다. ‘봉래선자소상영’은 ‘금강산의 신선이 나와 웃음으로 서로 맞는 것’을 나타낸다. 술 한 병을 들려서 그대를 금강산으로 보내니 금강산에 사는 신선이 나와서 반갑게 웃으며 맞는다는 말이다. 그의..

一匹청로/ 작가 미상

175. 一匹청로/ 작가 미상 [원본] 一匹청로 楊花江頭 도라드니 岸柳依依 烟波淡淡 天一色 한 밧치라 童子야 知曲叢 배 져어라 太行에 多白雲을. [역본] 검푸른 당나귀로 양화 나루 돌아드니 버들 안개 그윽하고 히늘 색깔 한 빛이라 동자야 배를 저어라 험한 곳에 흰 구름을. [감상] 초장을 본다. ‘일필 청로’는 ‘한 필의 털빛이 검푸른 당나귀’를 가리킨다. 그리고 ‘양화강두’는 ‘양화진의 강나루’인데, 서울 마포 서남쪽 잠두봉 아래에 있던 조선시대의 나루이다. 삼진의 하나이기도 한데, 양화진영이 있었으며 양천에서 강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나루터였다. 검푸른 당나귀를 몰고 양화나루로 갔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안류의의 연파담담’은 ‘강 언덕의 버들은 너풀거리고 인개는 그윽하고 평화..

님아 오쇼그려/ 작가 미상

174. 님아 오쇼그려/ 작가 미상 [원본] 님아 오쇼그려 낸들 아니 불상한가 빈 방 찬 자리에 게 별 무어 던진든키 아마도 殘弱한 人生이 사리지다 (하노라) [역본] 임이여 오시구료 왜 나인들 안 불쌍헤 빈 방에 찬 자리로 게 발 물어 내던지듯 아마도 가냘픈 삶이 살아질 것 같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오쇼그려’는 ‘오시구료’라는 뜻이라고 본디. 내가 불쌍해서라도 와 달라는 간절한 애원이 들어 있다. 느리워하며 애를 태우는 내가 왜 안 불쌍하냐는 불만의 소리도 느껴진다. 그러나 불쌍해서 돌아올 임은 없다. 다만, 정이 있어야 돌아오는 법이다. 정이 모두 식어 버리면 보기도 싫어진다. 그게 이 사랑의 법칙이다. 중장으로 간다. ‘게 별 무어 던진든키’는 무슨 뜻인가? 이건 속담을 알아야 한다. 속담..

님니 갈적에 지환한작/ 작가 미상

173. 님니 갈적에 지환한작/ 작가 미상 [원본] 님니 갈적에 지환한작 쥬고 가시더니 자자는 갈지자요 환자는 돌아올 한자라 지금에 지환이 무소식한디 글을 설워 (하노라) [역본] 임이 갈 때 지환 한 짝 전하고서 가시더니 ‘지 자’는 간다는 뜻, ‘환 자’는 온다는 뜻 지금에 갔다가 온다는 소식 없어 그게 섧다. [감상] 초장을 본다. ‘지환’은 ‘가락지’이다. 요새 말로는 ‘반지’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반드시 ‘지환’이어야만 한다. 그 까닭이 있다. 중장으로 간다. 그 풀이가 거기에 있다. ‘지환’에서 ‘지’는 ‘갈 지자’(之字)라는 뜻이고 ‘환’은 ‘돌아올 환자’(還字)라는 뜻이란다. 이는 작가 자신이 만든 조어이다. 그러니까 ‘지환’은 ‘之還’이다. 그거야 자기 마음대로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기 ..

님그려 바자니다가/ 작가 미상

172. 님그려 바자니다가/ 작가 미상 [원본] 님그려 바자니다가 窓을 베고 잠을 드니 덩싯 웃난 양이 번드시 뵈거고나 닓더셔 반기려하니 꿈이 나를 속여다. [역본] 임 그려 거닐다가 창을 향해 잠이 드니 방실 웃는 그 모습이 번듯하게 보이기에 일어나 반기려고 하니 꿈이 나를 속였다. [감상] 초장을 본다. ‘바자니다가’는 ‘오락가락 거닐다가’라는 뜻이다. ‘창을 베고’가 좀 난해하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창을 벤다는 말인가? 나는 이를 ‘창문 쪽으로’로 이해한다. 왜냐 하면, 그리는 임이 혹시 오지 않을까 하여 그 기척이라도 들어 보려고 창문 쪽으로 머리를 둔 게 아닌가 여긴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잠이 들어 버렸다. 중장으로 간다. ‘덩싯’은 ‘덩싯대다.’라는 말인 것 같은데, ‘덩싯대다’는 ..

님그려 못살게하여/ 작가 미상

171. 님그려 못살게하여/ 작가 미상 [원본] 님그려 못살게하여 밤은 길고 잠업셰라 녯사람 니르기를 相思곳하면 病된다하데 病들어 못살양이면 어이할고 하노라. [역본] 임 그려 힘들어서 밤은 깊고 잠은 없다 옛 사람 이르기를 퍽 그리면 병 된다네 앓아서 못 살 것이면 어이 할까 겁난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임을 그리는 마음이 너무나 힘든데 밤은 깊고 잠은 없는 상태다. 임이 그리우면 생각이 많다. 나를 언젠가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을 지니다가도, 아니야 내가 찾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러면 그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밤은 더 길어지고 잠은 멀리 달아난다. 중장을 본다. ‘상사’는 ‘서로 생각하고 그리워 함’을 가리킨다. ‘곳’은 강세보조사이다. 그렇다. ‘상사병’이 ..

임보라 갈젹에는/ 작가 미상

170. 임보라 갈젹에는/ 작가 미상 [원본] 임보라 갈젹에는 검각도 평지런니 이별코 도라오니 지쳑니 철니오라 긔약을 기다리니 일개이 여삼츄라. [역본] 임 보러 갈 때에는 험한 길도 평평터니 헤어져서 돌아오니 가까워도 아주 멀어 약속 말 기다리자니 한 순간이 삼년 같네. [감상] 초장을 본다. ‘검각’은 ‘중국 사천성 검각현에 있는 지명’이다. 장안에서 촉나라로 가는 길에 소검과 대검 두 산 요해로 아주 험준한 곳이다. 임을 보러 갈 때에는 그런 험한 길도 걷기 쉬운 평평한 길로 생각되었다는 말이다. 어찌 그뿐이었겠는가. 구름을 타고 날아가듯 하였겠지. 입에서 휘파람이 절로 났을 걸로 여겨진다. 그 심정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장으로 간다. ‘지쳑니’은 ‘지척이’라는 말이다. ‘지척’은 ‘아주 ..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169. 님이 가려커날/ 작가 미상 [원본] 님이 가려커날 셩닌결의 가소하고 가는가 마는가 窓틈으로 여어보니 눈물이 새암솟듯하니 風紙저저 못 볼너리. [역본] 내 임이 가려고 해 성낸 결에 가라 하고 가는가 안 가는가 창 틈으로 엿봤더니 눈물이 샘솟듯 나서 풍지 젖어 못 보네. [감상] 초장을 본다. ‘셩닌결의’는 ‘성낸 결에’라는 뜻이다. 임이 가려고 하기에 성이 나 있던 참이라, 그래 갈 테면 가라고 하였다는 말이다. 본심이 아니었음을 실토하고 있다. 임이 떠나겠다는대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가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이 어둡고 무겁기 그지없다. 중장을 본다. ‘여어보니’는 ‘엿본다.’라는 말이다.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정말로 임이 가는지 안 가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님의 얼굴을 그려/ 작가 미상

168. 님의 얼굴을 그려/ 작가 미상 [원본] 님의 얼굴을 그려 벼맛희 브쳐두고 안자며 닐며 만지며 니른 말이 져 님아 멀이나 하렴은 내 안 둘 데 없어라. [역본] 임 얼굴 그린 후에 머리맡에 붙여 두고 앉으며 일어나며 만지면서 이른 말이 저 임아 말이나 하렴 내 속마음 둘 데 없다. [감상] 초장을 본다. ‘벼맛희’는 ‘머리 맡에’라는 뜻이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임의 얼굴을 그려서 머리밑에 붙여 두었겠는가. 마음으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 직접 얼굴을 그려서 붙여 두었다. 그것도 먼 발치가 아니라, 머리맡이다. 실행에 옮기는 힘이 강한 남자인 듯싶다.중장으로 간다. ‘안자며 닐며’는 ‘앉으며 일어나며’라는 뜻이다. 머리맡에 두었으니 앉으나 일어나나 언제든지 임의 얼굴 그림을 볼 수가 있다. 그뿐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