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이리 뵈온 후에/ 작가 미상

207. 이리 뵈온 후에/ 작가 미상 [원본] 이리 뵈온 후에 또 언제 뵈오려니 相逢卽別하니 不如不相見이로다 이 後에 또 다시 만나면 緣分인가 하노라. [역본] 이렇게 뵌 다음에 또 언제 뵐 수 있나 뵌 후엔 곧 떠나니 못 뵌 것만 못하구나 이담에 다시 뵈오면 연분으로 여긴다. [감상] 초장으로 간다. 처음부터 아주 진지하다. ‘뵌다.’라는 말은 높여서 하는 말이다. 세상에 임을 안 높이고 또 누구를 높일 것인가? 그래서 ‘본다.’가 아니라, ‘뵌다.’라고 했다. 임은 가장 소중하다. 내 몸과 내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말 한 마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성심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 그 마음이 여기 담겨 있다. 이렇듯 어렵게 뵈었으니, 또 언제 뵐 수 있는지를 엄숙하게 여..

이리 보온 후의/ 작가 미상

206. 이리 보온 후의/ 작가 미상 [원본] 이리 보온 후의 또 언제 다시 볼고 진실노 보오완가 행혀 아니 꿈이런가 꿈이야 꿈이나마 매양 보게 하쇼셔. [역본] 이리 본 다음에는 또 언제 볼 수 있나 정말로 보는 건가, 행여 아닌 꿈인 건가 꿈이야 꿈이라 해도 매 때마다 봤으면. [감상] 초장을 본다. 보기는 보았는데, 헤어져야 한다. 그러니 언제 또 볼 수 있겠는지 걱정이 앞선다. 회자정리!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게 하늘에서 내린 법칙이니 어찌 어길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거부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무슨 수가 있다면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다시볼 수 있다는 것도 기대를 가지게 하니 그리 나쁘진 않다. 중장으로 간다. 정말로 다시 보는 건가? 그..

이러하나 저러하나/ 작가 미상

205. 이러하나 저러하나/ 작가 미상 [원본] 이러하나 저러하나 草屋 便코 둇타 淸風은 오락가락 明月은 들낙나락 이中에 病업슨 이몸이 자락깨락 하리라. [역본] 이러하나 저러하나 이 초가가 편해 좋다 맑은 바람 오락가락 밝은 온달 들락날락 이 안에 안 앓는 내가 자다 깨다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초옥’은 ‘초가’를 말하는데, ‘짚이나 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집’을 가리킨다. 집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누가 무어라고 하든, 작가는 초가가 편해서 제 맘에 든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집은, 비가 올 때에 새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수리를 쉽게 하는 게 좋은데, 초가는 짚이나 갈대 따위로 지붕을 했으니 수리하기가 쉽다. 다만, 자주 수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긴 한다. 중장을 본다. ‘..

이몸 할 일 업서/ 작가 미상

204. 이몸 할 일 업서/ 작가 미상 [원본] 이몸 할 일 업서 處處의 다 가노라 江山도 오라하고 風月도 보쟈한다 다만지 이내 마음은 님을 보려 하노라. [역본] 이 몸이 할 일 없이 곳곳으로 다 다닌다 강과 산 오라 하고 바람과 달 보라 한다 오로지 이 내 마음은 임 보려는 그것뿐. [감상] 초장을 본다. 할 일이 없어서 곳곳으로 다니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곳곳으로 다니는 게 아주 큰일이다. 여행을 다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을 영상으로 찍어서 내놓는 소위 ‘유튜버’는 큰 돈을 벌기도 한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곳곳마다 다닐 수만 있다면 그게 큰 행복이다. 중장으로 간다. 강이 오라고 하고 산이 오라고 한다. 그 경치를 뽐내고 싶은가 보다. 낮에 가야 하는 곳은 강이나 산..

李太白의 酒量은 긔 엇더하여/ 작가 미상

203. 李太白의 酒量은 긔 엇더하여/ 작가 미상 [원본] 李太白의 酒量은 긔 엇더하여 一日須傾三百盃하며 杜牧之의 風度는 긔 엇더하여 醉過楊州橘滿車런고 아마도 이 둘의 風采는 못내 부러 하노라. [역본] 이백 술이 어떠하여 단 하루에 삼백 잔을 두목 생김 어떠하여 탄 마차에 귤이 가득 이미도 이 둘 모양샌 부러움을 살 만하네. [감상] 초장을 본다. ‘이태백’은 모구 알고 있듯이 ‘중국 당나라 시인인 이백’이다. ‘주량’은 ‘마시고 견딜 정도의 술 분량’을 말한다. 이 사람의 주량은, 들고는 못 가도 마시고는 갈 정도라고 하였지. 그리고 ‘일일수경삽백배’는 ‘하루에 삼백 잔의 술을 마시고’라는 뜻이다. 이 정도라면 그야말로 그 마시는 양을 들고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게 술통이지 어찌 사람인가..

이몸이 늙거신들/ 작가 미상

202. 이몸이 늙거신들/ 작가 미상 [원본] 이몸이 늙거신들 마음조차 늙글손가 老驥 伏櫪하여도 志在千里라 하얏나니 두어라 老當益壯이니 슬허 무엇하리. [역본] 이 몸이 늙었다고 마음까지 늙었을까. 櫪 구유 옆 늙은 말도 그 마음은 천리 밖에 늙어도 높은 기력이니 슬퍼해선 안 되네. [감상] 초장을 본다. 아무리 이 몸이 늙었다고 하더라도 마음까 늙었을까 라는 말은 비장한 느낌을 준다. 몸이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이야 내가 굳게 먹는다면 늙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면 그만 폭삭 늙어버린다. 그러니 마음은 청춘이라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중장으로 간다. ‘노기 복력’은 ‘늙은 말이 말 구유 옆에 누워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지재천리’는 ‘마음이 천리..

이 말이 원말이오/ 작가 미상

201. 이 말이 원말이오/ 작가 미상 [원본] 이 말이 원말이오 가단 말이 원말이오 生사람 病드려노코 가단 말이 원 말이오 가다가 긴 한슘 나거든 난 쥴이오 (아시오) [역본] 이 말이 뭔 말이요, 떠난다니 뭔 소리요 멀쩡한 나 앓게 하고 간다는 게 뭔 일이요 가다가 긴 한숨 들리면 난 줄이나 아시오. [감상] 초장을 본다. 작가는 임에게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드는다. 그래서 ‘이 말이 무슨 소리냐 떠난다니 무슨 소리냐’ 하고 되묻고 있다. 여기에서는 ‘무슨’이라는 단어보다는 ‘뭔’이라는 단어가 더 실감을 갖게 한다. 너무 놀라면 말이 짧아진다. 그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임이 떠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말도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중장을 본다. ‘생사람’..

이 말도 거즛말이/ 작가 미상

200. 이 말도 거즛말이/ 작가 미상 [원본] 이 말도 거즛말이 저 말도 거즌말이 是非를 뉘 아더니 하날이 알년마난 어즈버 九萬里우희 뉘 올나가 살와 보리. [역본] 이 말도 거짓말이 저 말도 거짓말이 옳고 그름 뉘 알겠나 저 하늘이 알겠지만 어쩌나 먼먼 그 위에 누가 가서 아뢸까. [감상] 초장을 본다. 이 세상에 떠도는 말은 믿을 수가 없는 경우가 참 많다. 이 말도 거짓말 같고, 저 말도 거짓말 같다. 사깃꾼은 어찌나 많은지, 달콤한 말로 남을 속이려고 든다. 그러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어떤 이는 ‘속는 사람이 바보지, 어디 속이는 사람이 바본가?’ 하고 놀리기도 한다. 중장을 본다. 그러니 진정코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줄 누가 있겠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분은 저 하늘에 계시는..

이 밤이 길고 기다/ 작자 미상

199. 이 밤이 길고 기다/ 작자 미상 [원본] 이 밤이 길고 기다, 남의 밤도 이리 긴가 밤 길고 낫 져른이 수심 만한 타시로다 슬프다 어는 때로나 수심 업시 밤 새리오. [역본] 이 밤이 길고 길다, 남의 밤도 이리 길까 밤 길고 낮 짧으니 수심 많은 탓이구나 슬프다 어느 때에나 수심 없이 밤 지낼까. [감상] 초장을 본다. 먼저 작가는 ‘이 밤이 길고 길다.’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남의 밤도 이리 길까.’라고 남의 경우는 어떤가를 살핀다. 사람에 따라서 그리고 처한 상황에 따라서 밤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는 법이다. 비교적 나쁜 일이 앞에 닥치면 그 밤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 반대로 좋은 일이 앞에 닥치면 그 밤이 짧아진다. 중장을 본다. 그가 밤이 길고 낮..

二十四橋 달 발근 적의/ 작가 미상

198. 二十四橋 달 발근 적의/ 작가 미상 [원본] 二十四橋 달 발근 적의 佳節은 月正上元이라 億兆는 攔街歡動하고 貴遊도 携笻步屐이로다 四時에 觀燈賞花 歲時伏臘 도트러 萬姓同樂함이 오날뿐인가 하노라. [역본] 이십사교 밝은 달밤, 좋은 철은 정월 보름 뭇 백성은 거리 기쁨, 귀 자제도 느린 걸음 사철에 놀이와 복랍 다 즐김이 오늘뿐. [감상] 초장을 본다. ‘이십사교’는 ‘중국 강서성 양주시 강도현에 있는 다리 이름’이다. 아름답다고 이름이 높다. 그리고 ‘가절’은 ‘좋은 때’를 나타낸다. 나는 이를 ‘좋은 철’이라고 풀었다. ‘정월상원’은 ‘음력 정월 보름’을 가리킨다. ‘이십사교’라는 다리가 초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때는 정월 보름이고, 장소는 이십사교이다. 중장으로 간다. ‘억조’는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