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우리 두리 後生하여/ 작가 미상

156. 우리 두리 後生하여/ 작가 미상 [원본] 우리 두리 後生하여 네 나되고 내 너되야 내 너 그려 긋던 애를 너도 날그려 긋쳐보렴 平生에 내 셜워하던 줄을 돌녀볼가 하노라. [역본] 우리 둘이 다시 나서 네가 나로 나는 너로 내 너 사랑 끊던 애를 너 나 사랑 끊어 보렴 일생에 나 슬펐던 것 돌려 볼까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후생’은 ‘후세에 다시 태어난 생애’를 가리킨다. 얼마나 사랑이 힘들었으면 내가 힘들었던 만큼 너도 함들어 보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닌 것을. 그저 아낄 뿐이다. 상대에게 무슨 보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아껴야 한다. 그게 순수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중장을 본다. ‘긋던 애’는 ‘끊던 애간..

져 님의 눈즛 보소/ 작가 미상

155. 져 님의 눈즛 보소/ 작가 미상 [원본] 져 님의 눈즛 보소 에우린 낙시로다 져 낙시 거동 보소 날 낙을 낙시로다 두어라 낙기곳 낙그면 낙겨 볼가 하노라. [역본] 임 보낸 눈짓 보소, 약간 굽은 낚시이다. 낚시하는 행동 보소, 나를 낚는 낚시이다 괜찮다, 낚기만 하면 낚여 볼까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여기에서 ‘눈짓’은 ‘추파’(秋波)를 말한다.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이다. 이 눈짓에 걸리면 못 빠져 나간다. 그만큼 위력이 크다. ‘에우린’은 ‘에굽은’이라는 뜻인데, 약간 휘우듬하게 굽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영락 없는 낚싯바늘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남자들은 그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여자에게는 흉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장을 본다. 낚시하는 행동을 보면 수..

져 건너 一片石이/ 작가 미상

154. 져 건너 一片石이/ 작가 미상 [원본] 져 건너 一片石이 姜太公의 釣臺로다 文王은 어듸 가고 븬臺만 남앗는고 夕陽에 물찬 제비만 오락가락 하더라. [역본] 저 건너 조각 돌이 태공망의 낚시터다 성인 문왕 어디 가고 빈 토대만 남았는가 저물 녘 물찬 제비가 오락가락 노닌다. [감상] 초장을 본다. ‘일편석’은 ‘한 조각 돌’이다. 그리고 ‘강태공’은 ‘중국 주나라 초엽의 조신’이다. ‘태공망’(太公望)을 그의 성인 강과 함께 이르는 말이다. 그는 빈 낚시로 세월을 낚은 일로 유명하다. 그러니 강태공이 앉아서 낚시를 했다는 넊시터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넉넉하다. 중장으로 간다. ‘문왕’은 ‘중국 주나라 무왕의 아버지’이다. 이름은 창(昌)이다. 기원 전 12세기경에 활동한 사람으로 은나라 말기에 ..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작가 미상

153.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작가 미상 [원본]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마리 됴흔 閣氏님 初生 반달갓치 비최지나 마로렴은 갓뚝에 석은 肝腸이 봄눈스듯 하여라. [역본] 저 넓은 창 높은 집에 좋은 머리 젊은 여자 초승 녘에 뜬 반달처럼 비치는 일 없을 것을 그 덕에 썩은 간장이 봄눈 녹듯 풀린다. [감상] 초장을 본다. ‘광창’은 ‘넓은 창’을 나타낸다. 창이 넓으면 잘사는 집이다. 부유한 가정의 젊은 여자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머리가 좋다.’는 말은 무엇인가? 작가는 이 여자를 창문을 통해 보았을 것 같다. 그러니 여기에서 ‘머리가 좋다.’라는 것은 ‘똑똑하다.’라는 의미는 아닐 성싶다. 아무래도 ‘머릿결이 탐스럽다.’라고 보아야 옳다. 그 일이야 멀리에서 보아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

뎌 가난 뎌 사람아/ 작가 미상

152. 뎌 가난 뎌 사람아/ 작가 미상 (원본) 뎌 가난 뎌 사람아 네집이 어듸매오 나난 定處업서 간대마다 집이로다 옷버서 술 바든 집은 다 내집인가 하노라. [역본]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네 집이 어디인가 나 말인가 떠돌이니 간 곳마다 집이라네 벗은 옷 받는 곳이면 내 집으로 여긴다. [감상] 초장을 본다. 아무래도 이 집 저집으로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떠돌이’이다. 그래서 딱한 마음에 저기 가는 저 사람을 불러서 네 집이 어디인가를 묻는다. 사람은 누구라도 머물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신분을 밝혀지게 된다. 동가식 서가숙! 비록 김삿갓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나,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뜻이 있어 짐짓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하고 무작정 떠도는 사람하고는 ..

재우희 섯는 솔이/ 작가 미상

151. 재우희 섯는 솔이/ 작가 미상 [원본] 재우희 섯는 솔이 本듸 놉하 놉지 안여 선곳이 놉흠으로 놉흔 듯하건이와 개울에 落落長松이야 眞的 놉흔 솔이라. [역본] 고개 위 섰는 솔이 원래 높아 높지 않지 선 곳이 높으므로 높은 듯 뵈겠지만 냇물에 키 큰 소나문 틀림없이 높은 솔야. [감상] 초장을 본다. ‘재우희’는 ‘높은 고개 위에’라는 뜻이다. 높은 고개 위에 서 있는 소나무는 높은 듯이 보이지만 그 진실을 알고 보면 고개 위에 있기 때문이지 원래는 높지가 않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사람으로 보면, 지체가 높은 사람 곁에 있으면 그 또한 지체가 높은 것처럼 보일 때가 있으나, 그건 그 사람 자체가 그런 게 아니라, 지체 높은 사람과 어울려 다니니 그렇게 보인다는 뜻일 것 같다. 중장을 ..

才秀名成하니/ 작가 미상

150. 才秀名成하니/ 작가 미상 [원본] 才秀名成하니 達人의 快事여늘 晝耕夜讀하니 隱者의 志趣로다 이밧게 詩酒風流는 逸民인가 하노라. [역본] 재주로 이름 나니 뛰어난 이 즐거운 일 꿋꿋이 글 읽으니 숨은 사람 쫓는 도리 이 밖에 시와 술의 멋, 짐짓 묻힌 사람 것. [감상] 초장을 본다. ‘재수명성’은 ‘뛰어난 재주로 이름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달인’은 ‘학문이나 기예에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다. 재주로 이 세상에서 이름을 날린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부러운 일이다. 중장으로 간다. ‘주경야독’은 ‘낮에는 농사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학문에 정진함을 이르는 말이다. 또..

停車 坐愛 수레 위의/ 작가 미상

149. 停車 坐愛 수레 위의/ 작가 미상 [원본] 停車 坐愛 수레 위의 緩緩이 가는 態度 容貌도 傑良컨만 霜葉보담 더할 소냐 아마도 仙人 蘿衫에 비겨둘가 (하노라) [역본] 멈추고 앉아 보니 수레 위에 느린 모습 얼굴도 예쁘건만 단풍보다 더할 소냐 아마도 신선 적삼에 견줘 볼까 여긴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정거 좌애’는 ‘수레를 멈추고 앉아서 경치를 즐김’을 나타낸다. 또, ‘완완’은 ‘동작이 느리고 더디게’라는 말이다. 경치를 수레 위에 앉아서 즐기려면 느리고 더디게 가야 한다. 그 모습이 느긋할 성싶다.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더욱 즐거운 일이다. 중장으로 간다. ‘용모’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가리킨다. ‘걸량컨만’은 ‘뛰어나게 아름답건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상엽’은 ‘서리..

젓 소래 반겨 듯고(2)/ 작가 미상

148. 젓 소래 반겨 듯고/ 작가 미상 [원본] 젓 소래 반겨 듯고 姑蘇城 올나가니 寒山寺 한 바람의 취한 술 다깨거다 아희야 酒家 何處오 典衣沽酒하리라. [역본] 피리 소리 반겨 듣고 고소성을 올라가니 한산사 찬 바람에 취한 술이 다 깨겠다 여보게 술집 어딘가 옷 잡히고 술 사리라. [감상] 초장을 본다. ‘젓 소래’는 ‘피리 소리’를 나타낸다. 그리고 ‘고소성’에서 ‘고소’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오(吳)나라 서울’이고, 지금의 강서성 소주부를 말한다. 여기에 고소대가 있는데, 오나라 왕인 부차(夫差)가 월(越)나라를 쳐서 얻은 미녀 서시(西施)를 위해 쌓았다고 한다. 피리 소리가 나니까 고소성으로 올라갔다고 하니 그 성이 높은 것을 알겠다. 중장으로 간다. ‘한산사’는 ‘중국 소주의 풍교진에 있는..

젓소래 반겨 듯고/ 작가 미상

147. 젓소래 반겨 듯고/ 작가 미상 [원본] 젓소래 반겨 듯고 竹窓을 밧비 여니 細雨 長堤에 쇠등에 아희로다 아희야 강호에 봄 들거다 낙대 推尋하여라. [역본] 피리 소리 반겨 듣고 댓살 창문 바삐 여니 가랑비 오는 둑에 소를 탄 아이 있네 여봐라 강호에 봄 오니 낚싯대를 준비해라. [감상] 초장을 본다. ‘젓소래’는 ‘저 소리’인데, ‘피리 소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죽창’은 ‘대를 엮어서 만든 창문’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소리걸음에 맞춰서 ‘댓살 창문’이라고 했다. 어디에선가 피리 소리가 들리니 그 소리를 자세히 들으려고 댓살 창문을 연다. 피리 소리가 들릴 정도면 계절이 따뜻한 봄이 왔는가 보다. 중장으로 간다. 창문을 열고 보니 피리 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고 가랑비 오는 둑에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