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咫尺이 千里려니/ 작가 미상

365. 咫尺이 千里려니/ 작가 미상 [원본] 咫尺이 千里려니 또 萬里를 가단말가 山高水深한대 꿈으로나 連信하세 이몸이 明月이 되어셔 간곳마다 비최리라. [역본] 한 자도 먼 거린데 더 멀리로 가라는가 산 높고 물 깊은데 꿈으로나 잇는 소식 내가 곧 밝은 달처럼 간 곳마다 비치리. [감상] 초장을 본다. ‘지척’은 ‘한 자의 거리’라는 뜻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천리’는 ‘백리의 열 곱절’이라는 뜻으로, 좀 먼 거리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만리’는 ‘천리의 열 배’라는 뜻으로 아주 먼 가리를 이르는 말이다. 지척에서 만리까지 거리가 길어졌다. 중장을 본다. ‘산고수심’은 글자 그대로 ‘산은 높고 물은 깊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연신’은 ‘소식이 끊이지 아..

가노라 다시보자/ 작가 미상

364. 가노라 다시보자/ 작가 미상 [원본] 가노라 다시보자 그립거든 어이 살고 비록 千里라타 꿈의야 아니보랴 꿈깨야 겻희 업사면 그를 어이 하리오. [역본] 가겠으니 다시 보자 그리우면 어찌 살까 비록 멀리 가더라도 꿈에서야 안 보겠냐 꿈 깨어 곁에 없으면 그걸 어찌 견딜까. [감상] 초장을 본다. 이제 떠나려고 하는데, 막상 가려고 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보고자 한다. 그리 떠나면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일이란 앞을 장담할 수가 없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얼굴을 재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리우면 어떻게 살지 앞길이 막막하다. 그 깊은 심정을 노래했다. 중장을 본다. 그래서 가느다란 희망의 줄을 놓지 않는다. 비록 몸을 멀리 떨어져..

가노라 가노라 님아 언양단천의/ 작가 미상

363. 가노라 가노라 님아 언양단천의/ 작가 미상 [원본] 가노라 가노라 님아 언양단천의 風月江山으로 가노라 임아 가다가 潯陽江의 琵琶聲을 어이하리 밤즁만 지국총 닷 감난 쇼래에 잠 못 이뤄 (하노라.) [역본] 임이여 언양 단천 먼 곳으로 갈까 하네 가다가 심양강에 비파 소리 어찌 할까 밤중만 닷 감는 소리에 잠 못 들어 괴롭다. [감상] 초장을 본다. 아마도 이 시조는 창으로 부를 때 흥이 북받쳐 올라서 그 길이가 길어진 듯싶다. 그러니 아무래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중복된 말들은 과감히 자르고 말도 바로잡았다. ‘풍월강산’도 구태 의연한 말이라 삭제해 버렸다. ‘언양’은 ‘경상남도 언양군’이고, ‘단천’은 ‘함경남도 단천에 있는 읍’이다. 모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그것도 언양은 남쪽..

貧하다 關係하랴/ 작가 미상

362. 貧하다 關係하랴/ 작가 미상 [원본] 貧하다 關係하랴 富貴난 在天이라 兄弟와 子又孫이 忠孝만 일삼으며 高堂에 雙親이 겨오시니 블을 일이 업세라. [역본] 가난해도 마음 쓰랴, 하늘 있는 부와 귀라 형 아우와 아들 손자, 충과 효만 일삼으며 저 곳에 부모님 계시니 부러울 일 없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빈하다’는 ‘가난하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관계하다.’는 ‘참견을 하거나 끼어들다.’라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나는 이를 ‘마음 쓰랴’로 풀었다. ‘재천’은 ‘하늘에 달려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작가가 가난함에 대하여 마음을 쓰지 않음은 재산이 많거나 높은 지위에 앉음이 모두 ‘하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까닭이다. 체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

가나이다 가나이다/ 작가 미상

361. 가나이다 가나이다/ 작가 미상 [원본] 가나이다 가나이다 小臣 도라 가나이다 忠君도 하련니와 養親인달 마오릿가 구틔여 오라 하시면 다시 도라 오오리다. [역본] 떠납니다 떠납니다 이 신하가 떠납니다 충성도 하겠지만 부모 봉양 말 겠나요 일부러 오라고 하시면 다시 와서 뫼시죠. [감상] 초장을 본다. ‘소신’은 ‘신하가 임금을 상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일던 일인칭 대명사’이다. 즉, 관직을 그만두고 떠나겠다는 말이다. 가겠다는 말을 세 번씩이나 했으니, 그 뜻이 확고함을 나타내는 성싶다. ‘삼고초려’도 있겠으나, ‘세 번의 사직 의사 표명’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삼’이라는 ‘숫자’는 힘을 지닌다. 중장으로 간다. 임금에게는 충성을 하는 게 마땅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봉양하는 일을 등한..

가마괴 깍깍한들/ 작가 미상

360. 가마괴 깍깍한들/ 작가 미상 [원본] 가마괴 깍깍한들 사람마다 더 주그랴 비록 깍깍한들 네 죽으며 내 죽으랴 眞實노 죽기 곳 죽으면 님의 님이 죽으리라. [역본] 까마귀 깍깍 한들 사람마다 다 죽으랴 그렇대도 깍깍 울면 너 죽으며 나 죽을까 정말로 죽을 것 같으면 임의 임이 죽으리. [감상] 이 시조는 제목이 있다. 바로 ‘염정’(艶情)이다. ‘염정’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시조의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제목을 잘못 붙인 것 같다. 이 시조의 제목은 ‘짝사랑’이라고 해야 맞는다. 초장을 본다. “까마귀가 깍깍 운다고 모든 사람이 다 죽겠느냐?”라고 묻는다. 예전에는 까마귀가 검기 때문에 어두운 저승과 결부하여 ‘죽음’을 생각하게 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가마기 또 가마기/ 작가 미상

359. 가마기 또 가마기/ 작가 미상 [원본] 가마기 또 가마기 너난 어이 밤의 우난 한소래 두소래 소래소래 새로왜라 아해아 졍치지 마라 그 가마기 놀나 날까 하노라. [역본] 까마귀 저 까마귀 너는 어찌 밤에 우나 한 소리나 두 소리가 소리마다 새롭구나 아이야 큰 소리 내지 마라 그 까마귀 놀라 난다. [감상] 초장을 본다. 까마귀가 우는 소리는 낮에 들어도 싫은데, 밤에 우니 얼마나 싫겠는가. 그래서 넌 하필이면 밤에 울어서 남의 마음을 흔들어 놓느냐는 말이다. 더욱이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데, 편히 잠들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쩔 것이냐. 이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중장을 본다. 그런데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그 듣기 싫은 까마귀 울음 소리가 소리마다 새롭게 들린다고 한다. 작가는 그 까마귀 울음 소..

가마귀 칠하여 검으며/ 작가 미상

358. 가마귀 칠하여 검으며/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칠하여 검으며 해오리 늙어 셰더냐 天生黑白은 녜부터 잇건마난 엇더타 닐보신 님은 검다 셰다 하나니. [역본] 까마귄 칠해 검고 해오라긴 늙어 희냐 태어나며 검고 흰 건 예로부터 있건마는 어째서 날 보신 임은 검다 희다 하는가. [감상] 초장을 본다. 누군가가 까마귀를 검게 칠했기 때문에 검은 것이 아니고, 또 해오라기는 오래 살아서 늙었기 때문에 온 몸의 깃털이 하얗게 센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검게 칠하면 다 검게 되고, 늙으면 다 희어지는 게 아니다. 물론, 칠하면 검게 되는 것도 있고, 늙으면 희어지는 것도 있다. 옻칠을 하면 검게 되고, 사람의 머리털은 늙으면 희게 된다. 중장으로 간다. ‘천생흑백’은 ‘태어나면서부터 검고 흰 것’을 나타..

가마귀 깍깍 아모리 운들/ 작가 미상

357. 가마귀 깍깍 아모리 운들/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깍깍 아모리 운들 님이 가며 낸들 가랴 밧가난 아들 가며 뵈틀에 안즌 아기딸이 가랴 재너머 물길나간 며날아기 네나 갈가 하노라. [역본] 까마귀 깍깍 운들 임이 갈까 내가 갈까 밭 가는 아들 갈까 베틀 앉은 남 딸 갈까 재 너머 우물 간 며느리 네나 갈까 한다네. [감상] 우선 이 작품에서는,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게 있다. 까마귀는 어떤 새이며 그 울음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밝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뜻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그 반면에 긍정적인 면도 많이 지니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밝히고자 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있다. 이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

琵琶를 두러메고/ 작가 미상

356. 琵琶를 두러메고/ 작가 미상 [원본] 琵琶를 두러메고 玉欄干에 지혀시니 東風細雨에 듯드나니 桃花이로다 春鳥도 送春을 슬허 百般啼를 하놋다. [역본] 비파를 둘러메고 멋진 난간 기댔더니 바람과 가랑비에 떨어지는 저 복시꽃 봄새도 봄 보냄이 슬퍼, 갖은 울음 쏟더라. [감상] 초장을 본다. ‘비파’는 ‘옛 현악기 중 하나’이다. 만돌린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 ‘비파’는 중국의 백거이라는 시인의 한시 ‘비파행’으로 하여 유명해졌다. 그리고 ‘옥난간’은 ‘화려하게 꾸민 난간’을 가리킨다. 또, ‘지혀시니’는 ‘기대었으니’ 또는 ‘의지했더니’ 등의 의미를 지닌다. 그 유명한 ‘비파’라는 악기를 둘라메고 그 화려한 ‘옥난간’에 기대고 있으니 그 모습이 괜찮아 보였을 것은 틀림없다. 중장으로 간다. 그런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