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靑山裡 碧溪水야/ 황 진 이

374. 靑山裡 碧溪水야/ 황 진 이 [원본] 靑山裡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하면 다시오기 어려오니 明月이 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역본] 푸른 산속 저 냇물아 쉽게 감을 자랑 마라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달빛이 산 가득할 때 쉬어 가면 어떻겠냐.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적 지식이 해박했다고 전한다. 이 시조는, 송도를 찾아갔던 벽계수(碧溪守)라는 왕손을 대상으로 하여 지었다고 한다. 즉, 그를 ‘벽계수(碧溪水)로 하고, 자신을 명월(明月)로 하여 읊은 노..

山은 녯 山이로대/ 황 진 이

757. 山은 녯 山이로대/ 황 진 이 [원본] 山은 녯 山이로대 물은 녯 물 아니로다 晝夜에 흐르거든 녯 물이 이실소냐 人傑도 물과 갓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역본] 저 산은 옛 산이되 이 물은 옛물 아냐 밤낮으로 흐르니까 옛 물 그게 있을 건가 사람도 물과 같구나 떠나가고 안 온다. [감상] 황진이(黃眞伊)는 생몰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기녀로 중종과 명종 때에 활동했다고 한다. 다른 이름은 ‘진이’(珍伊) 또는 ‘진랑’(眞娘)이고, 기생 이름은 ‘명월’(明月)이다. 시와 그림 외에 춤도 잘 추었고 학문적 지식이 해박했다고 전한다. 이 시조는 황진이가 유일한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서경덕(徐敬德)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산을 바라보면 산이야 말로 예전대로 의젓..

곳이 진다하고/ 송 순

372. 곳이 진다하고/ 송 순 [원본] 곳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허 마라 바람에 흣날리니 곳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난 봄을 새와 므슴 하리오. [역본] 꽃들이 지는 것을 새들아 슬퍼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이 아니란다 가면서 봄이 휘젓는데 무슨 시샘 가지리. [감상] 송순(宋純 1493~ 1583)은 조선 시대 명종 때의 문신이다. 본관은 신평(新平), 자(字)는 ‘수초’(遂初) 또는 ‘성지’(誠之)이고 호(號)는 ‘면앙정’(俛仰亭) 또는 ‘기촌’(企村)이다. 시호(諡號)는 ‘숙정’(肅正)이다. 1519년 문과에 급제한 후에 벼슬이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는데, 말년에는 담양(潭陽)에 은거하여 ‘면앙정’(俛仰亭)이란 정자를 짓고 책을 읽으며 지냈다. 이 시조는 을사사화(乙巳士禍)를 보고 지었다고..

山外에 有山하니/ 작가 미상

371. 山外에 有山하니/ 작가 미상 [원본] 山外에 有山하니 넘도록 뫼히로다 路中 多路하니 녜도록 길히로다 山不盡 路無窮하니 녤 길 몰나 하노라. [역본] 산 밖에 또 산이니 넘을수록 산이구나 가는 길이 여러 개니 걸을수록 길이구나 산과 길 너무 많으니 갈 곳 몰라 헤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산외에 유산하니’는 ‘산 밖에 또 산이 있으니’라는 뜻이다. 산이 이어져 있다는 뜻일 것도 같다. ‘넘도록 뫼히로다.’는 ‘넘을수록 산이로다.’라는 뜻이다. 힘들게 산을 넘고 나면 또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는 중에 산처럼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많다. 그래서 처음에 ‘산’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한다. 중장을 본다. ‘노중 다로하니’는 ‘가는 길이 여러 개가 있으니’라는 말이다. 길이야..

즘생 삼긴 後에/ 작가 미상

370. 즘생 삼긴 後에/ 작가 미상 [원본] 즘생 삼긴 後에 범쳐로 무셔오랴 山林之君이오 百獸之長이로되 여위계난 속도더라 아마도 人間에 무셔올산 九尾狐인가 하노라. [역본] 동물이 생긴 후에 무서운 게 범일 텐데 숲 임금에 동물 어른, 여우에겐 그도 속네 아마도 사람에 무섭기는 구미호가 아닐까. [감상] 초장을 본다. 이 세상에 동물이 생기고 나서 가장 무서운 게 범이라고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육식 동물이 많지 않으니 그 중에서 가장 큰 게 범이 아닐까 한다. 엣날에는 사람들이 이 범한테 수난을 많이 당했다. 그러니 두려움이 클 수밖에. 그래서 먼저 ‘범’을 내세웠다. 중장을 본다. 이 범이라는 게 ‘숲의 임금’이며 ‘모든 동물의 어른’이라고 하는데, 이 범마저 속이는 도물이 있다. 그게 어떤 동..

窓밧긔 菊花를 심거/ 작가 미상

370. 窓밧긔 菊花를 심거/ 작가 미상 [원본] 窓밧긔 菊花를 심거 菊花밋태 술을 비져두니 술닉자 菊花피자 벗님 오자 달 도다 온다 아희야 거믄고 쳥쳐라 밤새도록 놀리라. [역본] 창 밖에 국화 심고 국화 밑에 술 빚으니 술 익자 국화 피고 벗님 오자 달 떠서 온다 거문고 그 청 줄 쳐라, 밤새도록 놀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창과 국화와 술이 일직선 위에 놓인다. 이는, 곧 마음의 움직임이다. ‘창’은 열었을 때 그걸 통하여 밖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앞에 ‘국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화’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다. 그럼 밖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는 게 아닌가. 가을이 왔다면 단풍도 곱게 물들었을 게 당연하다. 술 한 잔이 간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국화 밑에 술은 이미 빚어 놓..

窓궁글 뉘 뚜러/ 작가 미상

366. 窓궁글 뉘 뚜러/ 작가 미상 [원본] 窓궁글 뉘 뚜러 술독의 달 드나니 이술 먹으면 달빗도 먹으려니 眞實로달빗 곳 먹으면 안이조차 밝으리라. [역본] 창 구멍을 누가 뚫어 이 술독에 달 드는데 이 술을 먹는다면 달빛도 먹게 되니 정말로 달빛만 먹으면 내 속초차 밝으리라. [감상] 초장을 본다. ‘궁글’은 ‘구멍’을 나타낸다. 아마도 술독이 방 안에 놓여 있는 모양이다. 창문에 누군가가 구멍을 내었기에 그 구멍으로 달빛이 들어와서 술독으로 들어간다. 달빛이 들어와서 술과 섞여 있다. 그 생각이 자못 시적이다. 중장으로 간다. 술에 달빛이 섞여 있으니 그 술을 마신다면 달칯도 마시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덤으로 마시는 달빛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라면 아를 모르고 마실 수도 있다..

鑿井飮 耕田食하고/ 작가 미상

368. 鑿井飮 耕田食하고/ 작가 미상 [원본] 鑿井飮 耕田食하고 採於山 釣於水이라 含哺鼓腹하며 擊壤歌 노래하니 아마도 唐虞世界를 미쳐 본듯 하여라. [역본] 밭 우물 먹고 마셔, 산 내는 나물 낚시 잘 먹고 두드린 배, 높이 부른 풍년 노래 아마도 태평시대를 와서 본 듯 여긴다. [감상] 초장을 본다. ‘착정음 경전식하고’는 ‘손수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서 음식을 마련해 먹고’라는 말이다. 산 속에서 사니 모든 것을 자기가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우물을 파야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고, 밭을 갈아야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채어산 조어수’는 ‘산에서 나물 캐고 물에서 낚시질’이라는 뜻이다. 나물은 산에서 나는 걸로 충당할 수 있고, 물고기 반찬은 낚시로 얻을 수 있다. 이게 ..

秦天子 阿房宮과/ 작가 미상

367. 秦天子 阿房宮과/ 작가 미상 [원본] 秦天子 阿房宮과 한무제 栢梁臺도 이제록 生覺하면 오로다 거즛거싀 아마도 一頃花圃와 數間草屋이 내 分인가 하노라. [역본] 진 천자 세운 궁전, 한 무제가 민든 누대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모두가 가짓인 것 아마도 작은 밭과 초가, 내 분수로 여기네. [감상] 초장을 본다. ‘진천자 아방궁’은 ‘중국 진(秦)나라 시황제가 기원 전 212년에 세운 궁전’을 가리킨다. 그리고 ‘한무제 백량대’는 ‘중국 한(漢)나라 무제가 장안궁 안에 세운 누대’이다. 구리로 만든 사람이 손에 쟁반을 받들고 있는데, 승로반(承露盤)이라고 한다. 이는, 무제가 당시 도사들의 말을 좇아 불로장생한다는 이슬을 받기 위해서 세웠다고 한다. 중장을 본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무리 호화스..

집지어 구룸으로 덥고/ 작가 미상

366. 집지어 구룸으로 덥고/ 작가 미상 [원본] 집지어 구룸으로 덥고 우물파 달띄우고 春風으로 비올매야 지난 꼿을 쓸오리라 世上에 事無閑身은 나뿐인가 하노라. [역본] 집 지어 구름 얹고 우물 파서 달 띄우고 빗자루는 그 봄바람, 지는 꽃을 쓸겠는데 이 세상 한가한 이는 나뿐인가 여긴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집을 지어서 구름으로 덮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감춘다는 뜻이 아닌가? 감추려고 한다면 작게 지어야 한다. 아무리 구름이 크다고 한들 어찌 오래 집을 감출 수 있을까. 그리고 우물을 파서 달 띄우려면 작게 파서는 안 되리라. 그러니 이 우물은 집 앞에 파는 우물이 아니라, 거슴에 파는 마음의 우물이 틀림없다. 초가 삼간 집에 살면서 마음의 우물을 파고 달을 띄우겠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