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九月九日 黃菊丹楓/ 작가 미상

345. 九月九日 黃菊丹楓/ 작가 미상 [원본] 九月九日 黃菊丹楓 三月三日 李白桃紅 江湖에 술 잇고 洞庭에 秋月인 제 白玉盃 千日酒 가지고 翫月長醉 하리라. [역본] 중양절엔 황국 단풍, 삼짇날엔 이백 도홍 강 호수엔 가득한 술, 골 뜰에는 뜬 가을 달 옥 손이 묵힌 그걸 따르니 길게 취해 놀리라. [감상] 초장을 본다. ‘九月九日’은 중양절(重陽節)이다. 세시 명절의 하나로 음력 9월9일을 이르는 말이다. 이 날 남자들은 시를 짓고 각 가정에서는 국화전을 만들어서 먹고 놀았다. 9월이 되면 무엇보다도 황국과 단풍이 빛을 발한다. ‘황국 단풍’은 ‘누른 국화와 붉은 단풍’을 나타낸다. 그리고 ‘三月三日’은 ‘삼월삼짇날’이다. 세시 명절의 하나로, 이 날을 기점으로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나비가 나온다..

九萬里 너른 하늘/ 작가 미상

344. 九萬里 너른 하늘/ 작가 미상 [원본] 九萬里 너른 하늘 四方을 펼작시면 길거나 쟈르거나 一定限이 이시려니와 아마도 이님의 思郞은 가업슨가 하노라. [역본] 참 멀게 넓은 하늘 그 사방을 펴 놓으면 길든지 또 짧든지 일정한 끝 있겠는데 아마도 내 임의 사랑은 끝이 없나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구만리’는 ‘까마득하게 멀리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문득 ‘노자도덕경’의 ‘천장지구’(天長地久-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 간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사방’은 ‘모든 곳 또는 여러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성싶다. 중장으로 간다. 아무리 넓은 하늘이라고 할지라도 동서남북을 잡고 넓게 펴 놓으면 그 끝이 있을 거리는 생각이다. 이론상으로는 맞는..

구름은 가건만은/ 작가 미상

343. 구름은 가건만은/ 작가 미상 [원본] 구름은 가건만은 나난 어이 못 가난고 비난 오건만은 님은 어이 못오난고 우리도 구름 비 갓타여 오락가락 하리라. [역본] 구름은 간다는데 나는 어찌 못 가는가 봄비는 온다는데 임은 어찌 못 오는가 우리도 구름 비 닮고서 가고 오고 하겠다. [감상] 이는, ‘가다.’와 ‘오다’라는 가지고 놀고 있다. 초장을 본다. 사람들은 구름을 보고 ‘간다.’라고 말한다. 그걸 생각하고 내가 못 가는 것을 한탄하고 있다. 구름처럼 나도 갈 수 있다면 임한테로 가고 싶다는 말이다. ‘간다.’라는 말이 큰 느낌을 준다. 그걸 구름을 보고 깨닫는다. 중장으로 간다. 사람들은 ‘비가 온다.’라고 말한다. 그걸 보고, 왜 비처럼 내 임이 못 오는 것을 한탄한다. ‘비처럼 올 수만 있..

君自故鄕來하니/ 작가 미상

340. 君自故鄕來하니/ 작가 미상 [원본] 君自故鄕來하니 알니로다 故鄕事를 南枝發(하고) 北枝未아(라) (應當 寒梅消息이 가장 먼저 알고 싶었느니라.) [역본] 고향에서 너 왔으니 알겠구나 고향 일을 남쪽 가진 피었으나 북쪽 가진 안 피었소 마땅히 한매 소식이 알고 싶지 가장 먼저. [감상] 이는, 작가가 중국 당나라 시인인 왕유(王維)의 잡시(雜詩)라는 작품를 읽고 나서 그 흥을 이기지 못하여 지은 시조인 듯싶다. 그럼 먼저 왕유의 작품을 보겠다. 군자고향래(君自故鄕來- 그대가 고향에서 왔으니) 응지고향사(應知故鄕事- 응당 고향 일을 알겠구료) 내일기창전(來日綺窓前- 오던 날 우리집 비단 창문 앞에) 한매저화미(寒梅著花未- 매화 꽃망울 아직이더냐) 초장을 본다. 시의 첫 구절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

群山은 萬疊이오/ 작가 미상

339. 群山은 萬疊이오/ 작가 미상 [원본] 群山은 萬疊이오 洞庭湖 七百里라 夕陽에 半醉하고 岳陽樓에 올나가니 限업슨 吳楚東南景이 눈 알픠 버러세라. [역본] 많은 산이 겹겹이고 골뜰 호수 길고 길다 해질 녘에 반쯤 취해 산볕 누각 올라가니 끝없는 옛 트인 경치가 눈 앞으로 열리네. [감상] 앞에 소개한 작품에 군산과 동정호와 악양루가 소개되었다. 잇달아서 풀이하는 데 고지식하게 똑같이 풀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산이름과 호수 이름 및 누각 이름을 글자대로 그 뜻을 풀기로 했다. 초장을 본다. ‘군산’은 글자대로 ‘많은 산’이다. ‘만루’는 ‘수많은 산들이 겹겹이 둘러 있다.’라는 뜻이다. ‘동정호’는 글자대로 ‘골뜰 호수’이다. ‘칠백리’는 거리가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 그 정도로 길다는 뜻으로 받아..

群山으로 安酒 삼고/ 작가 미상

336. 群山으로 安酒 삼고/ 작가 미상 [원본] 群山으로 安酒 삼고 洞庭湖로 술을 삼아 春風을 거느리고 岳陽樓에 올라가니 乾坤이 날다려 니르기를 함긔 늙쟈 하더라. [역본] 군산을 안주 삼고 동정호를 술 삼아서 봄바람 거느리고 악양루로 올라가니 날에게 하늘땅이 말하길 함께 늘자 하더군. [감상] 초장을 본다. ‘군산’은 ‘중국 호남성 동북쪽 동정호 가운데에 있는 산 이름’이다. 이를 글자대로 풀면, ‘여러 산’이라는 뜻이다. ‘동정호’는 ‘중국 호남성 북동부에 있는 호수’인데, 중국 5대 호수 중 하나이다. 길이가 무려 700리에 달하고 경치가 아름답다. 이 호수의 물을 술을 삼고 ‘여러 산’을 안주 삼는다니 그 배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장으로 간다. ‘춘풍’은 글자 그대로 ‘봄바람’이다. 때를 말..

鞠躬 盡瘁하여/ 작가 미상

337. 鞠躬 盡瘁하여/ 작가 미상 [원본] 鞠躬 盡瘁하여 죽은 後에 말을찐이 漢天下 安危를 左右裡에 붓쳐 두고 赤松子 좃츨엿노라 거즛말도 하거다. [역본] 공경하고 조심하여 죽어서야 말 것이니 한나라 그 앞날을 뭇 신하에 맡겨 놓고 적송자 따르겠다는 거짓말도 했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국궁 진췌하여’는 ‘공경하고 조심하며 몸과 마음을 다하여 힘씀’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궁’은 ‘몸을 굽히는 것’이고, ‘췌’는 ‘과로로 지쳤다는 말’이다. 그리고 ‘진췌’는 ‘완전히 지침’을 나타낸다. 한 마디로 ‘전심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몸을 굽혀 공경하며 전심전력을 다해 노력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리고 ‘ 말을찐이’는 ‘그만둘 것이니’라는 뜻이다. 나는 이를 소리걸음에 맞게 ‘말 것이니..

구졀쥭장 뿌리채 담속 뽀바/ 작가 미상

336. 구졀쥭장 뿌리채 담속 뽀바/ 작가 미상 [원본] 구졀쥭장 뿌리채 담속 뽀바 모진 청셕의 탈탈 터러 걱구로 집고 산이야 믈니야 한츌쳠배 임 차져 간니 그 곳대 운무 자욱하기로 아모란 쥴 (모른다.) [역본] 마디 많은 대를 뽑아 탈탈 털어 돌려 짚고 산이야 냇물이야 등 땀으로 임 찾으니 그 곳에 낀 구름 안개로 어디인지 모르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구졀쥭장’은 ‘구절죽장’(九節竹杖)인데, ‘마디가 아홉 개인 대나무로 만든, 승려가 짚는 지팡이’라고 한다. ‘담속’은 ‘담쏙’이라는 말인데, ‘손으로 조금 탐스럽게 쥐거나 팔로 정답게 안는 모양’을 가리킨다. 그리고 ‘모진 청셕’은 ‘모진 청석(靑石)’으로, ‘모가 진 푸른 돌’이다. ‘걱구로’는 ‘거꾸로’이고, ‘뿌리 쪽을 잡는다.’라는 말이..

그리고 못볼졔는/ 작가 미상

335. 그리고 못볼졔는/ 작가 미상 [원본] 그리고 못볼졔는 一但相思 뿐이러니 暫보고 여흰 情은 밋치거다 九曲肝腸 져 님아 내 헌말 잇지말고 變改업시 (하여라.) [역본] 그리워도 못 볼 때는 한 생각일 뿐일 텐데 잠시 보고 보낸 정은 맺히었네 깊은 마음 임이여 내 말 잊지 말고 바뀜 없이 하세요. [감상] 초장을 본다. ‘일단상사’는 ‘오직 한 가지만 그리워하며 생각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오직 그 가슴에 그리움만 가득한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겠는가. 그리움 바로 그 생각뿐일 터이다. 마치 한껏 부푼 고무풍선을 보는 듯싶어서 언제 터질지 아슬아슬하다. 이 느낌은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더군다나 잠시 만나고 나서 보냈을 경우엔 더욱 그 정이 맺히게 된다. ..

그려 사지 말고/ 작가 미상

334. 그려 사지 말고/ 작가 미상 [원본] 그려 사지 말고 찰하리 시여져서 月明空山에 杜鵑새 넉시되여 밤中만 살아져우러 님의 귀에 들니리라. [역본] 그리며 살지 말고 차라리 죽고 나서 밝은 달 뜨는 산에 두견이 그 넋 되어 한밤에 사라져 울면 임의 귀에 들리리. [감상] 초장을 본다. ‘시여져서’는 ‘사라져서’라는 뜻인데, ‘물 새듯이 없어지다.’라는 의미가 있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죽고 나서’라는 말이다. 어쨌든 죽고 나야 넋이 남을 게 아닌가? 다음 생을 기대하겠다는 뜻이 여기에 담겨 있다. 얼마나 그리움이 컸으면 그러한 생각까지 하였겠는가. 참으로 그리움은 사람을 못 살게 만드는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월명공산’은 글자 그대로 풀어서 ‘달 밝은 빈 산’이다. 만물이 모두 잠들었으니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