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가마귀 검거라 말고/ 작가 미상

355. 가마귀 검거라 말고/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검거라 말고 해오라비 셀줄 어이 검거니 세거니 일편도 한져이고 우리난 수리 두루미라 검도 세도 아녜라. [역본] 까마귀 검다 말고 해오라기 흴 줄 어찌 검거니 하얗거니 한 빛으로 분명하다 우리는 수리부엉이, 검지 희지 아니하네. [감상] 초장을 본다. 까마귀를 검다고 무어라고 하지 말고, 해오라기가 흴 줄 어찌 알았겠느냐는 말이다. 그 새들이 원래 생기기를 그렇게 생긴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다. 남이야 모두 그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산다. 그게 무슨 나쁜 일이겠는가. 남의 일에 참견하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한다. 중장으로 간다. 그건 그렇고, 그 새들을 보면 검거나 혹은 하얗거나 그 빛깔이 한 가지이다. 물..

젼원에 봄 츈 자 드니/ 작가 미상

354. 젼원에 봄 츈 자 드니/ 작가 미상 [원본] 젼원에 봄 츈 자 드니 가지가지 꽃 화 자라 슐 한 병 가질 지 하고 시내 계변에 안질 좌하니 동자야 술 한 잔 가득 부어라 마실 음 자 (하련다.) [역본] 앞동산에 봄이 오니 가지가지 핀 꽃이다 술 한 병 가지고서 냇물 가에 앉았구나 여보게 잔 가득 따르게 마시기나 하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전원’은 ‘앞동산’을 가리킨다. ‘봄 츈 자 드니’는 ‘춘(春)이 오니’이다. 즉, ‘봄이 오니’라고 풀이된다. 그리고 ‘가지가지 꽃 화 자라’는 ‘가지가지에 꽃(花)이 피었다.’라는 뜻이다. 중심이 되는 글자를 짐짓 풀어서 써 보인 것이다. 이 작가는 그것을 멋으로 삼은 것 같다. 중장을 본다. ‘슐 한 병 가질 지 하고’는 ‘술 한 병을 가지고서(持..

中原이 두렷하야/ 작가 미상

353. 中原이 두렷하야/ 작가 미상 [원본] 中原이 두렷하야 기울 줄 몰나더니 至危 至危되야 반나마 기울거다 네 한 편 드려라 내 한 편 괴오리다. [역본] 명나라가 안 흐려서 기울 줄을 몰랐더니 지극히 위태로워 반 정도가 기울었다. 이 때에 나너 한 편씩 돕는다면 떠받치리. [감상] 초장을 본다. ‘중원’은 중국 땅의 중원으로, 당시의 ‘명나라’를 가리키는 성싶다. ‘두렷하야’는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아니하고 아주 분명하여’라는 뜻이다. ‘뚜렷하다.’보다 조금 여린 느낌을 준다. 나라가 분명하면 쉽게 기울지 않는다. 그러나 서서히 안으로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면 막기 어렵다. 그렇기에 조선에서는 명나라가 그리 쉽게 기울 것이라고 예상을 못 했나 보다. 중장으로 간다. 안으로부터 썩기 시적하여 어느 틈에 ..

竹窓을 半開하고/ 작가 미상

352. 竹窓을 半開하고/ 작가 미상 [원본] 竹窓을 半開하고 偶然이 바래보니 山川 物色이 一望無際로다 아해야 나귀 등의 슐 시려라 雪穴探景 (하리라.) [역본] 대나무 창 반쯤 열고 어쩌다가 멀리 보니 산과 냇물 그 빛깔이 아득하게 끝이 없다 여봐라 나귀 등에 술 실어라 눈속 경치 찾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죽창’은 ‘대나무를 엮어서 창살을 만든 창문’을 일컫는다. 글자 그대로 ‘대나무 창’이다. 그리고 ‘우연’은 ‘뜻하지 않고 일어난 일’을 말한다. ‘뜻밖에’라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어쩌다가’로 풀이하였다. ‘바래보다.’는 ‘바라보다.’인데, ‘바로 향하여 보다.’라는 뜻이다. 이를 나는 ‘멀리 보다.’라고 하였다. 중장을 본다. ‘산천 물색’에서 ‘산천’은 글자 그대로 ‘산과 냇물’..

됴고만 실배암이/ 작가 미상

351. 됴고만 실배암이/ 작가 미상 [원본] 됴고만 실배암이 龍의 초리 담북이 물고 高峯峻嶺을 넘단말이 잇셔이다 왼 놈이 왼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 하시소. [역본] 조그만 그 실뱀이 용의 꼬리 가득 물고 높은 봉 험한 고개 넘는단 말 있습니다 온 놈이 온 말 지껄여도 임은 대충 들으세요. [감상] 초장을 본다. ‘실배암이’는 ‘실뱀’을 가리킨다. ‘아주 가느다랗고 작은 뱀’이다. ‘용의 초리’에서 ‘용’은 ‘상상적인 신령한 동물’로, 구름을 일으켜서 비를 내리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초리’는 ‘꼬리’를 가리킨다. ‘담북이’는 ‘담뿍’인데, ‘입에 가득’이라는 뜻을 지닌다. 중장으로 간다. ‘고봉준령’은 ‘높은 봉우리와 험준한 산고개’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 조그만 실뱀이 용의 꼬리를 물고 그 높은 ..

精誠으로 노흘 꼬아/ 작가 미상

350. 精誠으로 노흘 꼬아/ 작가 미상 [원본] 精誠으로 노흘 꼬아 벽공의 치부비여 瑤池日月을 구뷔구뷔 매여두고 父母님 千萬歲前이야 노흘 줄이 이시랴. [역본] 정성껏 밧줄 꼬아 저 하늘에 위로 비벼 곤륜 못에 뜨는 해를 굽이굽이 매여 놓고 어버이 오래 사신 전이야 놓을 수가 있을까. [감상] 초장을 본다. ‘정성’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을 가리킨다. ‘노흘’은 ‘밧줄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벽공의 치부비여’는 ‘푸른 하늘에 위로 비벼서 꼬이는 상태가 되게 하다.’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정성’이라든가 ‘치부비여’가 하늘에 비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을 하늘에 비는 것인가? 중장으로 간다. ‘요지일월’은 ‘선경의 해와 달’을 가리킨다. 그리고 ‘요지’는 ‘중국 곤륜산에 있..

鼎冠撑石 小溪邊에/ 작가 미상

349. 鼎冠撑石 小溪邊에/ 작가 미상 [원본] 鼎冠撑石 小溪邊에 白粉油 煮杜鵑을 雙箸로 挾來 香滿口하니 一年 春色이 腹中傳이라 아마도 이 글 지은 자는 兩國才士 (이리라.) [역본] 작은 내에 솥을 걸고 기름 둘러 화전 굽네 집어 오는 두 젓가락, 올 봄빛이 입에 가득 아마도 이 시 지은 이는 양쪽 나라 큰 선비. [감상] 이는, 조선 명종 때의 시인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시에서 온 것임을 나는 안다. 즉, 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관탱석소계변’(鼎冠撑石小溪邊- 작은 시냇가에 솥갓을 돌 위에 걸어 놓고) ‘백분청유자두견’(白粉淸由煮杜鵑- 흰 가루 맑은 기름으로 참꽃 화전을 굽네.) ‘쌍저협래향만구’(雙箸挾來香滿口- 두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니 향기가 입 안에 가득하다.) ‘일년춘색복중전’(..

冠버서 松枝에 걸고/ 작가 미상

348. 冠버서 松枝에 걸고/ 작가 미상 [본문] 冠버서 松枝에 걸고 九節竹杖 바희의 노코 瀑布에 沐浴하고 石頭에 잠을 드니 어듸서 술 실은 벗님네는 선잠 깨와 노쟈나니. [역본] 소나무엔 벗은 쓰개, 바위에는 대 지팡이 폭포에서 하는 목욕, 잠이 드니 돌대가리 어디서 술 지닌 벗들, 선잠 깨워 놀자네. [감상] 초장을 본다. ‘관’은 ‘옛날에 검은 머리카락이나 말총으로 엮어 만든 쓰개’를 가리킨다. 이는, 신분과 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었다. ‘송지’는 글자 그대로 ‘소나무 가지’이다. 그리고 ‘구절양장’은 ‘마디가 아홉인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가리킨다. 하는 짓이 쓰개는 벗어서 소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그저 아무렇게나 바위에 걸쳐 놓는다. 의관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니..

空手來空手去하니/ 작가 미상

347. 空手來空手去하니/ 작가 미상 [원본] 空手來空手去하니 世上事如浮雲을 成墳人盡歸면 월황혼이요 山寂寂이로다 저마다 이러헐 人生이니 아니 놀고 어이리. [역본] 빈 손으로 왔다 가니 세상 일이 꼭 뜬구름 떠난 사람 이룬 무덤, 달 저물고 산 외롭다 저마다 이러할 삶이니 아니 놀고 어쩌랴. [감상] 이는, ‘선시’인 부운(浮雲)이란 작품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분토객산후 산적적월황혼’(成墳土客散後 山寂寂月黃昏- 무덤에 성토하고 조문객이 모두 가니 쓸쓸한 산 위에 황혼 달만 처량히 빛난다.)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겨남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이며 죽음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 ‘공수래공수거 세상사여부운’(空手來空手去 世上事如浮雲- 빈 손으로 왔다..

空山 秋夜月의/ 작가 미상

346. 空山 秋夜月의/ 작가 미상 [원본] 空山 秋夜月의 늣거올손 松濤로다 어와 이 소래를 宦海로 보내고져 南柯의 꿈꾸난 분내를 놀랠법도 잇나니. [역본] 빈 산에 가을 달이 느껍기는 솔 물소리 어이쿠 이 소리를 벼슬 길로 보내 볼까 헛된 일 꿈꾸는 분을 놀라게 할 법 있으니. [감상] 초장을 본다. ‘공산 추야월’은 글자 그대로 ‘빈 산에 뜬 가을 밤의 달’이다. ‘늣거올손’은 ‘느꺼울손’인데, ‘느껍다’는 ‘느낌이 북받쳐 벅차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송도’는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물결 소리가 나는 것’을 일컫는다. 빈 산에 가을 달이 뜨니 소나무의 물결 소리가 복받치는 느낌을 준다고 하는 말이다. 아마도 가을 달과 소나무 물결 소리가 허무함을 느끼게 했나 보다. 중장을 본다. 그러니 이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