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어듸 쟈고 여긔 온다/ 작가 미상

326. 어듸 쟈고 여긔 온다/ 작가 미상 [원본] 어듸 쟈고 여긔 온다 平壤 쟈고 여긔 왓내 臨津 大同江을 뉘 뉘 배로 건너 온다 船價난 만트라마난 女妓배로 건너 왓내. [역본] 어데 자고 여기 왔냐 평양 자고 여기 왔다 임진강과 대동강을 누구 누구 배로 왔냐 뱃삯은 좀 많더라마는 기녀 배로 건너왔다. [감상] 초장을 본다. ‘온다.’는 ‘왔느냐.’의 뜻으로 본다. 어디서 자고 여기 왔느냐라고 누가 묻는다. 그 물음에, ‘평양에서 자고 여기 왔다.’라고 대답한다. 두 사람 사이는 친구인 듯싶다. 말하자면 농담을 나눌 정도의 사귐이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 대화가 흥미롭다. 중장을 본다. 평양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두 강을 건너야 하는데, 누구 누구 배로 건너왔느냐고 묻는다. 물론, 그 두 강은 대동강과..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작가 미상

325.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작가 미상 [원본] 긔여 들고 긔여 나난 집에 픰도 픨샤 三色桃花 어론쟈 범나뷔야 너난 어니 넘나난다 우리도 남의 님 거러두고 넘노라볼가 하노라. [역본] 기어서 들고 나는 집에 피는 세 복사꽃 얼싸 좋다 범나비야 너는 어찌 넘나드냐 우리도 남의 임 걸고 놀자꾸나 한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핌도 필사’는 ‘피는 것도 피었는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피는’으로 풀었다. ‘삼색도화’는 ‘여러 색깔의 복사꽃’이란 말인데, 나는 소리걸음에 맞추느라고 ‘세 복사꽃’이라고 했다. ‘기어서 들고 나는 집’이라고 했으니 초라한 집이다. 그런 집에 여러 빛깔의 봇사꽃이 피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은 넉넉한 그 집 주인이다. 중장으로 간다. ‘어론쟈’는 ‘..

곳츤 불굿불긋/ 작가 미상

324. 곳츤 불굿불긋/ 작가 미상 [원본] 곳츤 불굿불긋 닙흔 프릇프릇 이내 마음은 우즑우즑 하난고야 春風은 불고도 낫바 건듯건듯 하노라. [역본] 이 꽃은 불긋불긋 저 잎은 푸릇푸릇 내 가슴 지닌 맘은 크게 되어 우줄우줄 봄바람 불고도 모자라 건들건들 머무네. [감상] 초장을 본다. ‘꽃은’과 ‘잎은’ 등이 두 음절이어서 소리걸음에 맞추기 위하여 ‘이’와 ‘저’를 그 앞에 붙였다. ‘불긋불긋’은 ‘군데군데 붉거나 붉은 점이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푸릇푸릇’은 ‘군데군데 푸르스름한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꽃은 붉은 빛깔이고, 잎은 푸른 빌깔이다. 중장으로 간다. ‘이내 마음은’은 ‘내 가슴에 지닌 맘’이다. ‘우줄우줄’은 ‘우줄거리는 모양’인데, ‘우줄거리다.’는 ‘몸이 큰 사람이..

功名도 헌 신이라/ 작가 미상

322. 功名도 헌 신이라/ 작가 미상 [원본] 功名도 헌 신이라 헌신 신고 어대 가리 버서 후리치고 山中에 드러가니 乾坤이 날다려 니라기를 함꾀늙쟈 하더라. [역본] 이름남도 헌 신발짝 그걸 신고 어디 가리 벗어서 내던지고 산 속으로 들어가니 하늘 땅 일러 나에게 함께 늙자 하더군. [감상] 초장을 본다. ‘공명’은 ‘공을 세워서 이름을 떨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를 나는 ‘이름남’이라고 풀었다. 그것조차도 헌 신발짝으로 여긴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여기고 나면 그걸 신고 갈 데가 없다. 세상에 이름을 날린다는 게 모두 허무하다는 생각이다. 조용히 사느니만 못 하다는 걸 깨닫는다. 중장을 본다. 그 공명이 헌 신발짝이니 벗어서 내던져 버리고 훌훌 산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부..

吉州 明川 가는 베 장사야

321. 길명 가는 길에/ 작가 미상 [원본] 吉州 明川 가는 베 장사야 닭 운다고 길 가지 마라 그 달기 정달기 아니요 孟嘗君에 人달기지 우리도 그런 쥴 알기로 새거든 가자우 (하노라.) [역본] 길명 가는 베 장사야 닭 운다고 가면 안 돼 그 닭 진짜 아니란다 맹상군에 사람의 닭 우리도 그런 줄 알므로 날 새거든 떠나려네. [감상] 초장을 본다. ‘길주’는 ‘함경북도 서북부에 있는 군’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으로, 명승지가 많다. 그리고 ‘명천’은 ‘함경북도 명천군에 있는 음’인데, 함경선의 중요한 철도역이다. 또한, 명천군의 군청 소재지이기도 하다. ‘길주와 명천’을 다 말하자니 길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길주와 명천‘을 합쳐서 ’길명‘이라고 했다. 이 또한 시조의 멋이다. 베 장사는 아침..

기러기 산 이로 잡아/ 작가 미상

320. 기러기 산 이로 잡아/ 작가 미상 [원본] 기러기 산 이로 잡아 情드리고 길드려서 님의 집 가난 길을 歷歷히 가르쳐 두고 밤중만 님생각 날제면 消息 傳케 하리라. [역본] 기러기 살게 잡아 정을 가득 길들여서 임의 집 가는 길을 또렷하게 알려주고 밤중에 임 생각 날 때면 내 소식을 전하리. [감상] 초장을 본다. 기러기를 산 채로 잡으려면 활을 쏘아서 잡으면 안 된다. 덫으로 잡으면 상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그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조심스레 잡아서 정성스레 길을 드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여 무엇을 하려고? 그러니 중장으로 간다. 임의 집 가는 길을 또렷하게 알려준다고 한다. 왜 임의 집 가는 길을 기러기에게 알려주는 것일까? 그거야 뻔한 일이지. 심부름을 시키려고 그러는 게 아닌..

기러기 나지 말고/ 작가 미상

319. 기러기 나지 말고/ 작가 미상 [원본] 기러기 나지 말고 이내 말쌈 드러다가 春深玉欄干에 任 계신대 전하여 쥬렴 任계셔 듯끼곳 드르면 自然 반겨 하리라. [역본] 기러기야 날지 말고 이내 말을 들었다가 봄 깊은 그 옥난간, 임 계신 곳 전해 주렴 그분이 듣기만 한다면 자연스래 반기시리. [감상] 초장으로 간다. 기러기가 막 날려고 하는 참인가 보다. 그러니 부리나케 다가가서 부탁을 하고 있다. 편지를 전하는 게 아니라, 말을 전해 달라고 한다. 그러니 하는 말을 잘 들었다가 잊지 말고 그대로 전해 달라는 말이다. 말은 절못 전하는 수가 많다. 예컨대 하늘의 신하였던 소가 우리 인간에게 ‘삼일에 한 끼’만 먹으라고 옥황상제께서 시킨 말을 ‘하루에 세 끼’라고 잘못 전하는 바람에 우리가 이리 고생을..

글하면 登龍門하며/ 작가 미상

318. 글하면 登龍門하며/ 작가 미상 [원본] 글하면 登龍門하며 활쏜다고 萬人敵하랴 王勃도 早死하고 廉頗라도 늙어난니 우리난 글도 활도 말고 밧갈기를 (하노라.) [역본] 글 배우면 출세하며 활 쏜다고 용감하랴 왕발도 일찍 죽고 염파 그도 늙고 말아 우리는 글도 활도 말고 밭 갈기만 하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등용문’은 ‘입신 출세를 위한 어려운 관문이나 시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만인적’은 ‘군사를 쓰는 전술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나 ‘혼자서 많은 적과 대항할 만한 지혜와 용기를 갖춘 사람’을 가리킨다. 그래서 나는, ‘등요문’을 ‘출세하다.’로 풀고, ‘만인적’을 ‘용감하다.’라고 풀었다. 중장으로 간다. ‘왕발’은 ‘당나라 초기의 시인’으로, 자(字)는 자안(子安)이다. ..

近庭軒花柳依然하니/ 작가 미상

317. 近庭軒花柳依然하니/ 작가 미상 [원본] 近庭軒花柳依然하니 日午當天塔影圓을 봄빗츤 눈앏히연만는 玉人은 어이 머럿는고 至今에 花相似人不同을 못내 슬허 하노라. [역본] 뜰 꽃 버들 끄떡없고 둥근 해에 탑 그림자 눈 앞은 봄빛인데 고운 임은 왜 안 오나 꽃 달리, 가면 안 오는 내 사랑이 슬프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근정헌화류’는 ‘뜰 앞의 꽃과 버들’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뜰 앞에 꽃나무와 버드나무를 심어 놓았는가 보다. ‘의연’은 ‘전과 다름 없이’ 또는 ‘의지가 강하고 굳세어 끄떡없이’ 등의 뜻을 지닌다. 그래서 ‘끄떡없이’를 골라 보았다. 그리고 ‘일오당천탑영원’은 ‘해가 중천에 솟아 탑 그림자가 둥글다,’라는 말이다. 이를 나는, 그림자가 둥근 것은 해에 따른 것이기에 ‘둥근 해에 탑..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작가 미상

316.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작가 미상 [원본] 그리든 님 맛난 날 밤은 져 닭아 부대 우지 마라 네 소래 업도소니 날샐쥴 뉘 모로리 밤즁만 네 우름소래 가슴 답답하여라. [역본] 그리던 임 만난 밤에 저 닭이여 울지 마라 네 소리 없더라도 날이 샌 줄 모르겠냐 밤중에 네 울울 들으니 내 가슴만 답답하다. [감상] 초장을 본다. 닭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말이다. 얼마나 그리워하던 임인데, 비로소 오늘 만나서 긴 회포를 풀려고 하는 차에 네가 울음 소리를 내면 만사가 틀어져 버린다. 그러니 제발 오늘 밤에는 울음 소리를 내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즉, 남의 좋은 일에 훼방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닭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기쁜 만남에 울음 소리를 내서야 되겠는가. 중장을 본다. 네가 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