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그리다 맛나건니/ 작가 미상

315. 그리다 맛나건니/ 작가 미상 [원본] 그리다 맛나건니 깃블만도 하건마은 다시금 생각하면 도로혀 슬희외라 두어라 습쇽에 병든 바니 헐리 업셔 (하노라.) [역본] 못 잊다가 만났으니 기쁠 만도 하겠으나 다시금 생각하면 도리어 슬프구나 풍속에 병든 때이니 못 이뤄서 서럽구나. [감상] 초장을 본다. 그리워하다가 만나 상태니 오죽이나 기뻤겠는가. 그 기쁨은 당해 보지 않고는 그 심도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움의 깊이에 따라 만나는 기쁨도 깊어졌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중장을 본다. 예상을 뒤집는다. 그렇듯 어렵게 만났는데, 기쁨이 아니라 슬픔을 말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다시금’과 ‘도리어’가 궁금증을 더욱 크게 만든다. 기쁨이 너무 크게 되면 슬픔이 되기도 한다는데, 이게 그 이야기인가? 정말..

그대 故鄕으로부터 오니/ 작가 미상

314. 그대 故鄕으로부터 오니/ 작가 미상 (원본) 그대 故鄕으로부터 오니 故鄕일을 應當 알니로다 오던 날 綺窓 알패 寒梅 픠엿더냐 아니 픠엇더냐 픠기난 픠엿더라마난 님자 그려 하더리. [역본] 고향에서 오는 그댄 고향 일을 으레 알지 오던 날에 창문 그 앞 시린 매화 피었더냐 피기는 피었다마는 제 임자를 그리더라. [감상] 초장을 본다. 한 길손이 고향에서 왔다는 말을 들었는 성싶다. 그래서 마음으로 단정을 내리기를, 고향에서 왔으니 그는 고향 소식을 소상히 알 것이라고 믿는다. ‘응당’은 ‘지극히 마땅하다.’라는 뜻인데, ‘이치로 보아 그렇게 하거나 되는 거시 옳게’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게 초장의 이야기이다. 중장을 본다. ‘기창’은 ‘비단으로 바른 창문’을 가리킨다. 좀 사는 집이라는 것을..

꼿아 무러 보자/ 작가 미상

313. 꼿아 무러 보자/ 작가 미상 [원본] 꼿아 무러 보자 너는 어이 아니 피노 梨花桃花 다 날리고 綠陰芳草 爛熳한데 우리는 정든님 기다려 留花不發 (하노라.) [역본] 꽃이여 물어 보자 왜 아직도 안 피었냐 배꽃과 복숭아꽃 다 피었고 우거진 풀 볼 만한데 우리는 임 기다리느라고 아직 피지 않았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어서 꽃이 피어서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표현이다. 그래서 그 안타까운 마음을 묻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어서 꽃이 피어야 임이 올 텐데, 왜 꽃을 안 피우고 있는 거냐고 항의하는 말투이다. 꽃이야 때가 되어야 피우는 건데 좀 어거지를 쓰고 있다. 중장을 본다. ‘이화도화’는 ‘배꽃과 복숭아꽃’을 나타낸다. ‘다 날리고’는 ‘이미 꽃이 활짝 피어서 꽃잎이 날린다.’라는 이야긴..

꽃아 고온체 하고/ 작가 미상

312. 꽃아 고온체 하고/ 작가 미상 [원본] 꽃아 고온체 하고 오난 나뷔 피치 말라 嚴冬雪寒이면 븬 柯枝 뿐이로다 우리도 貪花蜂蝶이니 놀고 간들 엇더리. [역본] 꽃이여 곱다 하고 오는 나비 싫다 마라 겨울애 눈 내리면 빈 가지만 지니겠지 우리도 꽃 찾는 무리니 놀고 가면 어떠냐. [감상] 초장을 본다. ‘고온체 하고’는 ‘값비싼 체하고’라고 본다. 튕긴다고 해야 할까? 좋다고 찾아오는 나비를 싫은 척 멀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정말로 꽃이 찾아오는 나비를 쫓기야 하겠는가마는 짐짓 그렇게 말한다. 중장으로 간다. ‘엄동설한’은 ‘눈 내리는 한겨울의 심한 추위’를 가리킨다. 꽃나무들은, 한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을 내보이고 있다. 그게 ‘빈 가지’이다. 아무리 꽃나무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꽃을 언제나 피우..

꼿속에 잠든 나뷔야/ 작가 미상

311. 꼿속에 잠든 나뷔야/ 작가 미상 [원본] 꼿속에 잠든 나뷔야 네 平生을 무러보자 네가 莊周의 前生이냐 莊周가 너의 前生이냐 우리가 莊周되고 莊周가 우리 되니 分明이 몰나 (하노라.) [역본] 꽃 속에 잠 나비야 네 한삶을 묻고 싶다 바로 네가 그였는지 바로 그가 너였는지 꿈 속에 장자와 우리, 서로 바뀜 모르네. [감상] 초장을 본다. ‘잠든 나비야’는 그대로 쓰기가 불편하다. ‘3,5조(調)’는 종장에서 변화를 주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부득이 ‘잠 나비야’로 했다. ‘네 평생을 물어 본다.’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장주’는 ‘장자’(莊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주’가 이름이다. 그는 전국시대 송(宋)나라의 몽(蒙)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장자가 집필한 ‘장자’라는 책은 내편과 외편..

꽃갓치 고은 任을/ 작가 미상

310. 꽃갓치 고은 任을/ 작가 미상 [원본] 꽃갓치 고은 任을 열매갓치 매져 두고 柯枝柯枝 버든 情을 魂魄인들 이즐소냐 행여나 모진 狂風에 落葉될가 (하노라.) [역본] 꽃같이 고운 임을 열매처럼 맺어 놓고 뭇 가지로 뻗은 정을 넋이라도 잊겠느냐 행여나 미친 바람에 떨어질까 염려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임이야 내 마음에 꽃과 같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임과의 정을 열매처럼 맺어 놓았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사랑은 그 결실을 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러니 작가는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으로 박수를 친다. 중장으로 간다. ‘가지가지’가 결코 범상치 않다. 나는 이를 이중성으로 본다. 그 하나는 ‘가지가지’의 뜻으로 본다. 즉, ‘갖가지’이다. 여러 가지로 ..

가마귀 너를보니/ 작가 미상

309. 가마귀 너를보니/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너를보니 그려도 애다래라 네 무슨 藥을 먹고 마리조차 검엇는다 아마도 백발 검길 藥은 못 어들까 하노라. [역본] 까마귀야 너를 보니 그러해도 애닯구나 그 무엇을 네가 먹고 머리까지 검어졌냐 흰 머리 검게 될 약은 못 얻을까 한단다. [감상] 이는, 젊음에 대한 희구(希求)가 담긴 작품이다. 초장을 본다. 까마귀르 보니 그 털이 모두 까맣다. 그래서 젊음을 지녔다고 느끼지만, 그 반면에 나는 애닯은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말하자면, 너는 젊은데 나는 왜 늙었냐 라는 투정이 들리는 것 같아서이다. 중장을 본다. 그 투정이 구체화가 되어 있다. 무슨 약을 먹었기에 머리까지 검게 되었는가 하고 묻는다. 여기에서 작가의 성급함을 본다. 꼭 약을 먹어야 머리가..

가마귀 급피 날고/ 작가 미상

308. 가마귀 급피 날고/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급피 날고 톳끼 좃차 빨니 가니 閑居한 이내몸이 너 따로려 단이다가 鬢邊에 몯 보던 쎠리난 몯 금할까 하노라. [역본] 까마귀 놀라 날고 토끼 쫓아 빨리 가니 느긋이 살 나의 몸이 매를 따라 다니다가 귀밑털 없던 서리를 못막을까 걱정이네. [감상] 초장을 본다. 매를 날려서 사냥하는 광경이라고 여긴다. 매를 날리니 까마귀느 놀라서 날아가고, 작가는 토끼를 쫓이서 뛰어가고 있다. 아마도 그날의 사냥감은 토끼인 모양이다. 매를 길들여서 사냥하는 방법은 오래 되었는데,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매는 아무 거나 막 닥치는 대로 잡는 게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나서야 행동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눈이 좋아야 한다. 흥미가 진진하다. 중장을 본다. 그런데 후회를..

가마귀 거무나다나/ 작가 미상

307. 가마귀 거무나다나/ 작가 미상 [원본] 가마귀 거무나다나 해오리 희나다나 황새다리 기나다나 올해다리 쟈르나다나 世上에 黑白長短은 나난 몰나 하노라. [역본] 까마귀 검든 말든 해오라기 희든 말든 황새 다리 길든 말든 오리 다리 짧든 말든 이 땅에 빛깔과 길이는 나도 알지 못한다. [감상] 초장을 본다. 빛깔을 예로 들었다. ‘거무나다나’를 나는 ‘검든 말든’으로 풀이하였다. 느낌으로 보아서 ‘검든지 말든지’를 가리키는 성싶다. 이를 소리걸음에 맞도록 줄여서 사용했다. 까마귀의 특징은 까만 몸빛이다. 그렇기에 그 이름을 얻었다. 그 번면에 해오라기는 하얀 몸빛이다. 그 두 새는 몸빛에서 서로 상대적이다. 이를 골라서 초장을 지은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이번에는 다리를 예로 들었다. 황새는 지닌..

麒麟은 들에 놀고/ 작가 미상

306. 麒麟은 들에 놀고/ 작가 미상 [원본] 麒麟은 들에 놀고 鳳凰은 山에 운다 聖人 御極하사 雨露랄 고로시니 우리는 堯天舜日인졔 擊壤歌로 즑이리라. [역본] 기린은 들에 놀고 봉황은 산에 운다 임금이 나아가셔 그 은혜가 고루고루 우리는 요순 때와 같아 풍년가로 즐기리. [감상] 초장으로 간다. ‘기린’은 ‘성인(聖人)이 이 세상에 나올 징조로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 속의 짐승’이다. 사슴 같은 몸에 소의 꼬리를 달고,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오색(五色)이라고 한다. 그리고 ‘봉황’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인데, 깃털에는 공작처럼 오색의 무늬가 있고 소리는 오음에 맞으며 우렁차다고 한다. 오동나무에서 산다는데,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영천(靈泉)의 물을 마신다고 전해져 있다. 덕이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