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기러기 풀풀 다 날아드니/ 작가 미상

285. 기러기 풀풀 다 날아드니/ 작가 미상 [원본] 기러기 풀풀 다 날아드니 消息인들 뉘 傳하리 愁心이 疊疊하니 잠이 와야사 꿈인들 아니 꾸랴 찰하로 져 달이 되야셔 비최여나 보리라. [역본] 기러기 날아드니 편지인들 누가 전해 걱정이 쌓였으니 잠이 와야 굼을 꾸지 차라리 저 달 되어서 비쳐서나 보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풀풀’은 ‘훨훨’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 사람들은 기러기를 소식 전하는 전령사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기러기가 멀리 날아가지 않고 오히려 날아들고 있으니 내 소식은 누가 전해 줄 것인가라고 걱정하고 있다. 하기야 새의 이미지는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제로 비들기를 길들여서 편지를 전달하도록 하지 않았던가. 귀소본능이 남달리 큰 새가 비둘기여서 ..

기러기 저 기러기/ 작가 미상

284. 기러기 저 기러기/ 작가 미상 [원본] 기러기 저 기러기 네 行列 부럽고야 兄友弟恭이야 뎨 어이 아라마난 다만지 쥬야의 함긔 날믈 못내 부러 허노라. [역본] 기러기 저 기러기 줄지어 감 부럽구나 아끼고 공경하는 형과 아우 네가 어찌 알겠냐만 밤낮을 함께 나는 것을 참 부럽게 여긴다. [감상] 초장으로 간다. ‘행렬’은 ‘여럿이 줄지어 감’을 가리키거나 ‘그 줄’을 말한다. 하늘에 줄지어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들을 보니, 그 모습이 마치 형제들이 다정히 줄지어서 가고 있는 것과 같이 보여서 부럽다는 말이다. 형제들이 다정히 지내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하지만 어떤 일을 기화로 욕심을 내기 때문에 불화하는 형제도 더러 있다. 아무쪼록 그런 일은 업서야 하겠다. 중장으로 간다. ‘형우제공’은 ‘..

기러기 외기러기/ 작가 미상

283. 기러기 외기러기/ 작가 미상 [원본] 기러기 외기러기 洞庭瀟湘 어듸 두고 半夜殘燈에 잠든 나를 깨오난다 以後란 碧波寒月인제 影徘徊만 하리라. [역본] 외로운 외기러기 호수와 물 어디 두고 깊은 밤 옅은 등에 잠 든 나를 깨우는가 푸른 물 시린 달일 때 그림자로 떠돌리. [김상] 초장을 본다. ‘동정소상’은 ‘중국 호남성 악양현 동정호와 소수와 상수’를 일컫는 말이다. 소상은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에 있는데, 그 부근은 경치가 좋아 팔경을 자랑한다. 외기러기이기 때문인지,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다 놔두고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 그 정경이 참으로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하기야 마음에 외로움이 가득하면 아무리 경치가 좋다고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중장을 본다. ‘반야잔등’에서 ‘잔등’은 ‘깊은..

곳츤 밤의 피고/ 작가 미상

282. 곳츤 밤의 피고/ 작가 미상 [원본] 곳츤 밤의 피고 술익언지 어제 그제 이보오 벗님내야 草堂으로 모다소셔 山中의 안쥬난 업사나 멸고사리 足하여라. [역본] 꽃들은 밤에 피고 술 익은 지 어제 그제 여보게 벗들이여 별당으로 모이시게 산 속에 안 주 없으나 멸 고사린 너넉하네. [감상] 초장을 본다. 꽃은 남이 모르게 밤에 피었고, 술은 벌써 익어서 어제인지 그제인지 모른다. 술과 꽃은 참으로 잘 어울린다. 꽃이 피면 술 생각이 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꽃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술이야말로 절로 취하게 만든다. 꽃에 취하고 거듭 술에 취한다. 잘 익은 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장으로 간다. ’초당‘은 ’집의 본채에서 따로 덜어진 곳에 억새나 짚 등으로 지붕을 아어 만든 작은 집‘이다. 한 마디로..

곳 지고 속닙 나니/ 작가 미상

281. 곳 지고 속닙 나니/ 작가 미상 [원본] 곳 지고 속닙 나니 綠陰이 다 퍼졌다 솔가지 것거내여 柳絮 쓰리치고 醉하여 겨오 든 잠을 喚友鶯에 깨괘라. [역본] 꽃 지고 속잎 나니 숲그늘이 다 퍼졌다 솔가지 꺽어 내어 버들개지 쓸어 내고 취하여 겨우 든 잠을 꾀꼬리가 확 깨운다. [감상] 초장을 본다. 꽃잎이 지고 나면 속잎이 나와서 숲그늘이 짙어져서 온 산에 다 퍼진다. 꽃이 제 할 일을 다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잎이 등장하여 활발히 동화작용을 하는데 그때쯤이면 숲그늘도 짙어지게 마련이다. 중장으로 간다. ‘솔가지’는 ‘꺾어서 말린 소나무 가지’이다. 그리고 ‘유서’는 ‘버들개지’인데, 이는 ‘버드나무의 꽃’을 가리킨다. 이 꽃이 날리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솔가지로 쓸어낸다고 하였..

곳보고 춤추는 나뷔와/ 작가 미상

280. 곳보고 춤추는 나뷔와/ 작가 미상 [원본] 곳보고 춤추는 나뷔와 나뷔보고 당싯웃난 곳과 져 둘의 사랑은 節節이 오건마난 엇더타 우리의 사랑은 가고 아니 오나니. [역본] 꽃 보고 기쁜 나비, 나비 보고 반기는 꽃 저 둘이 보인 아낌, 계절마다 오겠지만 어찌해 우리의 사랑은 가고 다시 안 오나. [감상] 초장을 본다. ‘춤추는 나비’는 소리걸음이 5음절이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3,4조(調)를 지키기 위해 ‘기쁜 나비’로 했다. ‘당싯웃난’은 ‘방긋 웃는’의 옛 말이다. 이 또한 ‘방싯 웃는 꽃’이라고 하면 4,4조(調)로 하는 것보다 좋지 않다. 그래서 ‘반기는 꽃’이라고 했다. 중장으로 간다. 여기에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종장에 다시 ‘사랑’이란 말이 나오기 때문에 중복..

길 위해 웃뚝 셨난 長丞/ 작가 미상

279. 길 위해 웃뚝 셨난 長丞/ 작가 미상 [원본] 길 위해 웃뚝 셨난 長丞 바람 비를 怨티 마라 世上을 보아하니 더 갓타 니 업똣더라 우리난 이 나이 되도록 셜 대 몰나 하노라. [역본] 길 위에 우뚝 장승, 바람과 비 싫어 마라 이 세상 보아 하니 저 같은 이 없었단다 우리는 이 나이 들도록 설 데 몰라 애쓴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장승’은 ‘돌이나 나무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서 마을 또는 절 어귀나 길 가에 세운 푯말’이다. 십리나 오리 간격으로 이수(里數)를 나타낸 이정표 구실을 하거나,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대개 남녀로 쌍을 이루어 한 기둥에는 ‘천하대장군’이라고 쓰고, 또 다른 기둥에는 ‘지하여장군’이라고 새긴다. 그러가 하면 ‘키가 멋 없이 큰 사람을 비유적으로 아르는 말’이기..

金約正 자네난 點心을 차르고/ 작가 미상

278. 金約正 자네난 點心을 차르고/ 작가 미상 [원본] 金約正 자네난 點心을 차르고 盧風憲으란 酒肴 만이 장만하소 嵆琴 琵琶 笛 필이 長鼓란 禹堂掌이 다려 오소 글 짓고 노래 부르기 女妓和間으란 내 아못조로나 擔當하욤새. [역본] 김 약정이 차릴 점심, 노 풍헌은 술과 안주 악기를 다룰 사람, 우 당장이 데려 와요. 나야 뭐 글 짓고 노래하기, 기생들을 맡겠네. [감상] 초장을 본다. ‘김약정’은 ‘김씨 성을 지닌 약정’이다. ‘약정’은 ‘조선시대에 향약 조직의 임원’인데, 스령이 향악을 실시할 때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고 무적인 면에서 중추적인 위치에 있던 사람이다. 그가 오늘은 점심을 맡았다. 그리고 ‘노풍헌’은 ‘노씨 성을 지닌 풍헌’을 가리킨다. ‘풍헌’은 ‘풍화(風化)와 헌장(憲章)이라는 뜻’..

꼭닥이 오르다하고/ 작가 미상

277. 꼭닥이 오르다하고/ 작가 미상 [원본] 꼭닥이 오르다하고 니즌듸를 웃지마라 네 압혜 잇는 것은 나려가는 일뿐이니 平地에 올을 일 잇는 우리 아니 더 크랴. [역본] 꼭대기 올랐다고 낮은 데를 비웃지 마 네 앞에 있는 것은 내려가는 일뿐이니 낮아서 오를 일 있는 우리 아니 더 크랴. [감상] 초장을 본다. ‘오르다하고’는 ‘올랐다 하고’르 가리키는 성싶은데, 나는 그냥 ‘올랐다고’라고 쉽게 풀었다. 높이 올라갔다고 낮은 데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비웃지 말라는 뜻이다. 알번적으로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으면 조금 낮은 데 있는 사람을 깔보기 마련이다. 그런 일은 이 세상 어디에서나 비일비재하다. 중장을 본다. 높은 데 올랐으면 남은 것은 내려가는 일뿐이다. 노래에 ‘달도 차면 기우나니’란 구절이 ..

길흘 갈대몰나/ 작가 미상

276. 길흘 갈대몰나/ 작가 미상 [원본] 길흘 갈대몰나 거리의셔 바자니니 東西南北의 갈길도 하도할샤 알픠셔 가난 사람아 正길 어대 잇나니. [역본] 갈 길을 알지 못해 거리에서 서성대니 사방에 걸을 길도 여기 저기 많고 많다 앞에서 가는 사람아 바른 길이 어디 있냐. [감상] 이 작품에서 ‘길’은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학문의 길’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초장을 본다. ‘바자니니’는 ‘바장이니’라는 말인데, 이는 ‘서성거리다.’라는 뜻으로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라든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머뭇머뭇하다,’라는 말이다. 사람이 갈 길을 모르면 헤메게 된다. 어쨌든 갈 길이 정해져야 부지런히 걸어가게 된다. 중장을 본다. ‘하도할샤’는 ‘많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