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가다가 올지라도/ 작가 미상

254. 가다가 올지라도/ 작자 미상 [원본] 가다가 올지라도 오다가 가지미소 뮈다가 괼지라도 괴다가 뮈지마소 世上에 人事 변하니 그를 슬허 하노라. [역본] 가다가 오더라도 오다가 가지 마라 밉다가 좋아해도 좋다가 미워 마라 이 땅에 사람 일 바뀌니 그게 모두 슬프다. [감상] 초장을 본다. 이는 하나도 풀기에 어려움이 없다. 가다가 온다면 헤어짐이 싫은 사람에겐 더할 너위없이 좋은 일이다. 붙잡아야 할 형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오다가 돌아간다면 그처럼 서운할 일이 없다. 무엇 때문에 오다가 발길을 돌렸을까?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한 일이 있었던지 모른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중장으로 간다. 밉다가 좋아하면 제대로 사람을 알아보았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러나 좋다가..

가노라 下直 마라/ 작가 미상

253. 가노라 下直 마라/ 작가 미상 [원본] 가노라 下直 마라 一寸肝腸 다 스노매 그대난 娼妓라 도라 셔면 니자려니 나은 匹夫인 타사로 닛즐 줄이 이시랴. [역본] 가노라 작별 마라 타는 마음 참 쓰리다 그대는 기생이라 돌아사면 잊겠지만 이 몸은 낮은 남자니 잊을 수가 없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하직’은 ‘먼 길 떠날 때 작별을 고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일촌간장’은 ‘한 토막의 간과 창자’인데, ‘애 타는 마음’을 가리킨다. 또, ‘스노매’는 ‘쓰라리다.’라는 뜻이다. “가노라 하고 이별을 말하지 마라, 내가 애가 타서 쓰라리다.”는 작가의 가슴에 와 닿는다. 떠나도 떠난다는 말을 하지 말라니, 참으로 난처한 일이다. 중장을 본다. ‘창기’는 ‘노래와 춤과 몸을 파는 기생’을 말한다. 이런..

어제런지 그제런지/ 작가 미상

252. 어제런지 그제런지/ 작가 미상 [원본] 어제런지 그제런지 밤이런지 낫지런지 어드러로 가다가 눌이런지 만낫던지 오날은 너를 만나시니 긔 네런가 하노라. [역본] 어저껜지 그저껜지 밤였는지 낮였는지 어디로 떠나가다 그 누구를 만났던지 오늘은 널 보았으니 그가 넌가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어제런지’는 ‘어저께였는지’이고, ‘그제런지’는 ‘그저께였는지’이다. 시기를 말하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저께인지 그저께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기억은 그리 확실하지 않다. 더군다나 무심코 지나온 일은 더욱 흐릿하다. 어두운 밤이었는지 환한 낮이었는지 그조차 생각나지 않는다니 할 말이 없다. 중장으로 간다. ‘어드러로’는 ‘어느 곳으로’라는 말이고 ‘눌’은 ‘누구’를 나타낸다. 이..

섬껍고 놀라올손/ 작가 미상

251. 섬껍고 놀라올손/ 작가 미상 [원본] 섬껍고 놀라올손 秋天에 기러기로다 너 나라 나올제 님이 分明 알니마난 消息을 못밋처 맨지 우리 녤만 하나다. [역본] 나약하고 놀라운 건 가을 하늘 저 기러기 날아 네가 떠나올 때 틀림없이 임 알련만 알림을 미처 못 맸는지 울고 갈만 하구나. [김상] 초장을 본다. ‘섬껍고’는 ‘나약하다’라는 말이고, ‘놀라올손’은 ‘놀라운 것은’이라는 뜻이다. ‘추천’은 글자 그대로 ‘가을 하늘’을 가리킨다. 왜 나약한가? 그것은 한 마리의 새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놀라운 것인가? 그 낙한 새가 그리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말이다. 철세가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중장을 본다. ‘분명’은 ‘틀림없이’이다. 그리고 ‘알니마난’은 ..

가더니 니즌양하여/ 작가 미상

250. 가더니 니즌양하여/ 작가 미상 [원본] 가더니 니즌양하여 꿈에도 아니뵈내 현마 님이야 그덧에 니저시랴 내 생각 아쉬운 젼차로 님의 타슬 삼노라. [역본] 떠나더니 잊은 건가 꿈에서도 안 보이네 설마 하니 임께서야 짧은 동안 잊었으랴 내 생각 아쉬운 까닭에 님의 탓을 삼는다. [감상] 초장을 본다. ‘니즌양하여’는 ‘잊어버린 모양인 듯’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뜻을 좀 강하게 나타내기 위하여 ‘잊은 건가’라고 해 보았다. 떠넜으면 꿈에라도 나타날 것이지 꿈에도 안 보이니, 아무래도 자기를 잊은 것만 같다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애석하다. 꿈이야 내가 꾸는 것이지 떠난 그 사람이 꾸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오매불망한다면 꿈에 나타날 게 분명하다. 중장을 본다. ‘현마’는 여기에서 ‘설마’로 본다..

大棗볼 불근가지/ 작가 미상

249. 大棗볼 불근가지/ 작가 미상 [원본] 大棗볼 불근가지 에후루혀 흐터 따담고 올밤닉어 벙그러진가지 휘두두려 발나 또 담고 벗모아 草堂으로 드러 가니 술이 풍충청 이세라. [역본] 대추 볼 붉은 가지 휘어 잡아 훓어 따고 익은 올밤 벌린 가지 두드려서 가려 담고 벗 모아 별채로 가니 넉넉한 술 있구나. [감상] 초장으로 간다. ‘대조볼’은 ‘대추의 볼’이다. 그리고 ‘불근가지’는 ‘벌겋게 잘 익은 가지’라는 말이다. ‘에후루혀’는 ‘돌려 당겨’ 또는 ‘휘어 잡아’라는 말이다. ‘흐터’는 아무래도 ‘훑어’가 맞을 성싶다. 그게 아주 많이 달린 대추를 딸 때의 모습이다. ‘훑다.’는 ‘알갱이 따위를 떼어내기 위해 다른 물건의 틈에 끼워 잡아당기다.’라는 뜻이다. 중장으로 간다. ‘올밤’은 ‘일찍 익는 ..

겨울날 다스한 볏츨/ 작가 미상

248. 겨울날 다스한 볏츨/ 작가 미상 [원본] 겨울날 다스한 볏츨 님 계신듸 비최고쟈 봄 미나리 살진 마슬 님의게 드리고쟈 님이야 무어시 업스리마난 내 못니저 하노라. [역본] 겨울날 따뜻한 볕, 임금님께 비췄으면 봄 미나리 풋풋한 맛, 임금님께 드렸으면 임금님 뭐 없으시련만 내 못 잊고 있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다스한 볏츨’은 ‘조금 따뜻한 볕을’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님 계신듸’는 ‘임금님 계신 데’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님’은 바로 ‘임금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임금님이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으로 임금님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따뜻한 볕을 쪼이고 있는 내가 송구한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중장을 본다. ‘살진 마슬’은 ‘기름진 맛’ 또는 ‘풋풋한 맛’을 나타낸다. 봄에..

귀 밋치 셰여시니/ 작가 미상

247. 귀 밋치 셰여시니/ 작가 미상 [원본] 귀 밋치 셰여시니 남이 늙다 하려니와 내 마음 져믈션졍 남의 말 허믈하랴 곳과 술 죠히 너기기야 엇던 老少 이시리. [역본] 귀밑 털이 희어지니 늙었다고 말하는데 내 마음 젊을진대 남의 말을 뭐 탓하랴 꽃과 술 좋게 여기기야 늙고 젊음 있을까. [감상] 초장을 본다. ‘귀 밋치’는 ‘귀밑 털이’라는 뜻으로 본다. 그리고 ‘셰여시니’는 ‘희어졌으니’라는 말이다. 귀밑 털이 희어진 것을 보고 남들이 말하기를 늙었다고 쑤군쑤군한다. 남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관심이 있기 때문일 터이다. 중장을 본다. ‘져믈션졍’은 ‘젊을지언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젊을진대’가 이해하는 데 좋을 성싶다. 내 자신이 젊다..

넙엿하쟈 하니/ 작자 미상

246. 넙엿하쟈 하니/ 작자 미상 [원본] 넙엿하쟈 하니 모난듸 가일셰라 누렷하쟈 하니 남의손대 둘릴셰라 外두렷 內번듯하면 개둘릴줄 있으랴. [역본] 번듯하게 하자 하니 뾰족한 데 끝장날 거 모두 좋게 하자 하니 남의 손에 휘둘릴 거 겉과 속 둥글고 곧으면 밀어 냄이 있을까. [김상] 초장을 본다. ‘넙엿하쟈 하니’에서 ‘너볏하다.’는 ‘현대어로 몸가짐이나 행동이 번듯하고 의젓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모난듸’는 ‘모난 곳에’라는 뜻이고, 즉, ‘말이나 짓 따위가 둥글지 못하고 까다로운 데’라는 의미이다. 또, ‘가일셰라’는 ‘끝이 될세라’나 ‘끝이 될 거라’라는 말이다. 왜 속담에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게 있지 않은가. 바로 그 말을 가리킨다. 중장을 본다. ‘누렷하쟈 하니’는 ‘둥글..

구룸아 너는 어이/ 작가 미상

245. 구룸아 너는 어이/ 작가 미상 [원본] 구룸아 너는 어이 햇빗츨 감초난다 油然作雲하면 大旱에는 됴커니와 北風이 살하져 블졔 볏뉘 몰나 하노라. [역본] 구름아 너는 어찌 햇빛을 감추느냐 몰려와 검게 되면 큰 가뭄엔 좋겠지만 북풍이 몰아쳐 불 때 밝은 세상 모르네. [감상] 초장을 본다. ‘감초난다.’는 ‘감추느냐’이다. 구름이 몰려와서 태양을 가리게 되면 세상이 캄캄해진다. 그걸 보고, 구름이 햇빛을 감춘다고 한다. 구름은 그저 하늘에 떠 있을 뿐, 태양으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 정작으로 움직이는 건 지구이지 햇빛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과학적으로 따진다면 운문을 지을 수 없다. 가슴에서 생겨나는 느낌을 적는 게 시요 시조이다. 중장을 본다. 구름이 몰려와서 감게 되면 어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