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419

가만이 웃자하니/ 작가 미상

244. 가만이 웃자하니/ 작가 미상 [원본] 가만이 웃자하니 小人의 行實이요 허허쳐 웃자하니 남 撓亂이 너길셰라 우음도 是非 만흐니 暫間 차마 보리라. [역본] 살며시 웃자 하니 소인배나 할 짓이요 소리쳐 웃자 하니 남 괴롭게 여길까 봐 웃음도 말썽 많으니 잠시 참아 보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가만이’는 ‘살며시’를 가리킨다고 본다. ‘소인’은 여러 가지를 가리킨다. 첫째로, ‘나이 어린 사람’이다. 둘째는 ‘몸집이 아주 작은 사람’이다. 셋째는 ‘간사하고 도량이 좁은 사람’이다. 넷째는 ‘무식하고 천한 사람’이다. 그리고 ‘윗사람이나 남에게 자기 자신을 낮추어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행실’은 ‘행동에 나타나는 품행’이다. 사람이 웃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살며시 웃으려고 하니, 그것..

듯난말 보난일을/ 작가 미상

243. 듯난말 보난일을/ 작가 미상 [원본] 듯난말 보난일을 事理에 비겨보아 올흐면 할지라도 그르면 마를거시 平生에 말슴을 갈희내면 므슴是非 이시리. [역본] 듣는 말 보는 일을 사물 이치 견줘 보아 옳으면 하겠는데 그르다면 그칠 것이 일생에 가려서 할 때 무슨 다툼 있겠는가. [감상] 초장을 본다. ‘사리’는 ‘사물의 이치’이고, ‘비겨보아’는 ‘견주어 보아’라는 뜻이다. 듣는 말과 보는 일이 모두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말이 믿음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리’에 견주어 보아야 한다. 즉, ‘사리’가 ‘기준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어찌 그렇지 않은가. 무게를 재는 데는 저울이 있고 길이를 재는 데는 잣대가 있다. 그래야 그 무게와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과거에 역사를..

世事 삼꺼울이라/ 작가 미상

242. 世事 삼꺼울이라/ 작가 미상 [원본] 世事 삼꺼울이라 허틀고 민쳐세라 거귀여 드리치고 내 몰내라 하고지고 아희야 덩덕궁 북쳐라 이야지야 하리라. [역본] 세상살인 삼의 검불 흩어지고 맺혔구나 구기여 들이치고 나 모르네 하고 싶다 덩더꿍 북이나 쳐라 흥얼흥얼 즐기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세사’는 ‘세상의 일’이고, ‘삼꺼울’은 ‘삼거웃’인데, 삼 껍질을 다듬을 때 긁히어 떨어지는 검불이다. 그리고 ‘허틀고’는 ‘흩으러지고’이며, ‘민쳐세라’는 ‘맺혔구나.’이다. 세상 일이 삼거웃처럼 이리 저리 흩어지고 꽁꽁 맺히기도 하였다는 말이다. 중장을 본다. ‘거귀여’는 ‘구기여’라는 말이고, ‘드리치고’는 ‘들이치고’라는 뜻이며, ‘ 내 몰내라 하고지고’는 ‘나 모르겠다 하고 싶다,’라는 말이다. ..

어제 감던 마리/ 작가 미상

241. 어제 감던 마리/ 작가 미상 [원본] 어제 감던 마리 현마 오날 다 셀소냐 鏡裡衰容이 이 어인 늘그니오 님계셔 뉜다 하셔든 내 긔로라 하리라. [역본] 어저께 검던 머리 설마 오늘 다 세겠냐 거울 속 비친 얼굴 이 어찌된 늙은인가 임께서 누군가 하시면 바로 나요 하리라. [감상] 초장을 본다. ‘감던 마리’는 ‘검던 머리’이다. ‘현마’는 ‘얼마라도, 아무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차마’의 옛 말이기도 한데, ‘부끄럽고 안타까워서 감’이다. 또, ‘설마’의 옛 말이기도 한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라는 뜻이다. ‘셀소냐’는 ‘세겠느냐’라는 말이다. 아무리 세월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어제 검었던 머리가 하루 새에 하얗게 될 수는 없다. 중장을 본다. 그런데 어느 날에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고 ..

故園花竹들아/ 작가 미상

240. 故園花竹들아/ 작가 미상 [원본] 故園花竹들아 우리를 웃지마라 林泉舊約이야 니즌 적이 업건마난 聖恩이 至重하시니 갑고 가려 하노라. [역본] 옛 동산에 꽃과 대야 우리 보고 웃지 마라 숲과 샘을 찾는 옛 뜻 잊었던 적 없었지만 임금님 무거운 은혜 깊은 후에 가련다. [감상] 초장으로 간다. ‘고원’은 ‘옛 동산’ 또는 ‘고향의 동산’을 가리킨다. 그리고 ‘화죽’은 ‘꽃과 대나무’이다. 아마도 작가의 고향에는 대나무가 특히 많았나 보다. 아니, 어쩌면 선비의 사징으로 대나무를 끌어다가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왜 꽃과 대가 웃는 것일까? 여기에서 ‘웃는다.’라는 말은 아무래도 ‘비웃는다.’라는 뜻일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임천구약’은 ‘자연으로 돌아오겠다던 묵은 기약’을 가리킨다고 본다. 즉,..

목불근 山上雉와/ 작가 미상

239. 목불근 山上雉와/ 작가 미상 [원본] 목불근 山上雉와 홰에안즌 松骨이와 집압논 무살미예 고기엿는 白鷺이로다 草堂에 너희곳아니면 날보내기 어려워라. [역본] 목 붉은 산꿩이며 횃대 앉은 송골매며 집앞논 그 물꼬에 먹이 찾는 해오라기 별채에 너희 아니면 날 보내기 어렵다. [감상] 초장을 본다. ‘산상치’는 ‘산에 사는 야생의 꿩’을 말한다. ‘송골이’는 ‘송골매’를 뜻하는데, 몸매가 날씬하고 힘이 세며 동작이 날랜 사냥매이다. 산꿩이 있어야 송골매도 힘이 난다. 그래서 산꿩과 송골매를 처음에 끌어다가 쓴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무살미’는 ‘물꼬’의 옛말이다. 즉, 논물이 빠져 나가는 곳이다. 이런 곳에는 물고기가 잘 모인다. 그리고 ‘엿는’은 ‘엿보는’ 또는 ‘노리는’ 등의 뜻이다. 나는 이..

띠업슨 손이 오나날/ 작가 미상

238. 띠업슨 손이 오나날/ 작가 미상 [원본] 띠업슨 손이 오나날 갓버슨 主人이 나셔 여나모 亭子에 박將긔 버려노코 아해야 선술 걸너라 외 안쥬인들 엇더리. [역본] 오는 손님 띠가 없고 맞는 주인 갓 안 쓰고 몇 정자목 그 아래서 박쪽 장기 벌려 놓고 서둘러 덜 된 술 걸러라, 외 안주면 어떠냐. [감상] 초장을 본다. ‘띠업슨 손’은 ‘속대를 갖추지 않은 손님’을 가리킨다. 그리고 ‘오나날’은 ‘오거늘’이다. ‘갓버슨 主人’은 ‘갓을 쓰지 않은 주인’을 말한다. 손님은 띠를 안 두르고 주인은 갓을 안 썼으니 이 두 사람은 의관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다. 중장을 본다. ‘여나모’는 ‘여남은’이 아닐까 한다. 이는, ‘열이 조금 넘는 어림수’를 나타낸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그냥 ‘몇’이라고 풀었다. ..

추위를 막을선정/ 작가 미상

237. 추위를 막을선정/ 작가 미상 [원본] 추위를 막을선정 구태여 비단옷가 고픈 배 메울선정 山菜라타 關係하랴 이 밖에 雜시름 없으면 긔 좋은가 하노라. [역본] 추위를 막을 거면 왜 일부러 비단 옷을 고픈 배 채울 거면 산나물도 상관 없다 마음에 잡스런 걱정 없으니까 그게 좋네. [감상] 초장을 본다. ’막을선정‘은 ’막을지언정‘이라고 한다. 어쩐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 ’~ㄹ지언정‘은 ’차라리 양보해서 인정되는 경우에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선명한 느낌이 오지 않는다. 나는 차라리 ’~ㄹ진대‘로 풀면 어떨까 생각하였다. ’~ㄹ진대‘는 ’가령 그러하다면‘의 뜻을 지닌다. 그래서 ’추위를 막을 거면‘이라고 해 버렸다. 그리고 ’구태여‘는 ’애써‘ ’짓궂이‘ ’일부러‘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 중에..

還子도 타와 있고/ 작가 미상

236. 還子도 타와 있고/ 작가 미상 [원본] 還子도 타와 있고 小川魚도 얻어 있고 빚은 술 새로 익고 뫼에 달이 밝았세라 꽃 피고 거문고 있으니 벗 請하여 놀리라. [역본] 꿔주는 쌀 빌려 왔고 민물고기 얻어 왔고 빚은 술은 새로 익고 달이 산에 밝았구나 꽃 피고 거문고 여기, 벗 불러서 놀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환자‘는 ’환상미‘(還上米)를 가리킨다. ’타와‘는, ’봄에 백성들에게 사창(社倉)의 곡식을 꾸어 주었다가 가을에 되돌려 받는 제도에서 내어 주눈 쌀을 받아 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소천어‘는 ’작은 민물고기‘를 가리킨다. 이 글을 보면, 이른 봄인 것 같다. 농촌에서는 이미 쌀은 떨어진 시기이다. 그래도 환상미가 있기에 받아 왔으니 되었고, 부락민이 개천에서 잡아 온 민물고기..

平生에 잡은 마음/ 조 황

235. 平生에 잡은 마음/ 조 황 [원본] 平生에 잡은 마음 窮達間에 다를소냐 孝悌로 齊家타가 得君허면 忠義러니 지금에 내몸에 分內事가 全而歸之 뿐이로다. [역본] 일생에 잡은 마음 어찌 살든 다르겠나 집에선 효도 우애, 벼슬 살면 절개 의리 지금에 나의 본분은 부모 은덕 돌리는 일. [감상] 조황(趙榥 1803~?)은 조선 말기(순조, 헌종, 철종, 고종)의 학자이며 시조작가이다. 본관은 순창(淳昌), 자(字)는 ‘중화’(重華)이고 호(號)는 ‘삼죽’(三竹)이라고 한다. 이는, 삼죽사류 인도행 10 중 8이다. 초장으로 간다. ‘궁달간에’는 ‘가난하든 귀하든 간에’라는 뜻이다. ‘궁달’은 ‘지위가 높고 귀하게 됨’을 나타낸다. ‘평생에 잡은 마음이 무엇이겠는가. 선비로 사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