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어제런지 그제런지/ 작가 미상
[원본]
어제런지 그제런지 밤이런지 낫지런지
어드러로 가다가 눌이런지 만낫던지
오날은 너를 만나시니 긔 네런가 하노라.
[역본]
어저껜지 그저껜지 밤였는지 낮였는지
어디로 떠나가다 그 누구를 만났던지
오늘은 널 보았으니 그가 넌가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어제런지’는 ‘어저께였는지’이고, ‘그제런지’는 ‘그저께였는지’이다. 시기를 말하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저께인지 그저께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기억은 그리 확실하지 않다. 더군다나 무심코 지나온 일은 더욱 흐릿하다. 어두운 밤이었는지 환한 낮이었는지 그조차 생각나지 않는다니 할 말이 없다. 중장으로 간다. ‘어드러로’는 ‘어느 곳으로’라는 말이고 ‘눌’은 ‘누구’를 나타낸다. 이번에는 장소를 말하느데,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상대를 말하는데, 누구를 만났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六何原則)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긔’는 ‘그 이’라는 말이다. 오늘은 분명히 널 보고 있으니 너는 확실하다는 말이다. 그렇다. ‘내가 오늘 여기에서 너를 만나는 것,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려고’는 유하원칙에 맞는다. 그러니 너는 확실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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