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어제런지 그제런지/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29. 06:29

252. 어제런지 그제런지/ 작가 미상

 

[원본]

 

어제런지 그제런지 밤이런지 낫지런지

어드러로 가다가 눌이런지 만낫던지

오날은 너를 만나시니 긔 네런가 하노라.

 

 

 

[역본]

 

어저껜지 그저껜지 밤였는지 낮였는지

어디로 떠나가다 그 누구를 만났던지

오늘은 널 보았으니 그가 넌가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어제런지어저께였는지이고, ‘그제런지그저께였는지이다. 시기를 말하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저께인지 그저께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기억은 그리 확실하지 않다. 더군다나 무심코 지나온 일은 더욱 흐릿하다. 어두운 밤이었는지 환한 낮이었는지 그조차 생각나지 않는다니 할 말이 없다. 중장으로 간다. ‘어드러로어느 곳으로라는 말이고 누구를 나타낸다. 이번에는 장소를 말하느데,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상대를 말하는데, 누구를 만났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六何原則)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그 이라는 말이다. 오늘은 분명히 널 보고 있으니 너는 확실하다는 말이다. 그렇다. ‘내가 오늘 여기에서 너를 만나는 것,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려고는 유하원칙에 맞는다. 그러니 너는 확실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