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곳 지고 속닙 나니/ 작가 미상
[원본]
곳 지고 속닙 나니 綠陰이 다 퍼졌다
솔가지 것거내여 柳絮 쓰리치고
醉하여 겨오 든 잠을 喚友鶯에 깨괘라.
[역본]
꽃 지고 속잎 나니 숲그늘이 다 퍼졌다
솔가지 꺽어 내어 버들개지 쓸어 내고
취하여 겨우 든 잠을 꾀꼬리가 확 깨운다.
[감상]
초장을 본다. 꽃잎이 지고 나면 속잎이 나와서 숲그늘이 짙어져서 온 산에 다 퍼진다. 꽃이 제 할 일을 다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잎이 등장하여 활발히 동화작용을 하는데 그때쯤이면 숲그늘도 짙어지게 마련이다. 중장으로 간다. ‘솔가지’는 ‘꺾어서 말린 소나무 가지’이다. 그리고 ‘유서’는 ‘버들개지’인데, 이는 ‘버드나무의 꽃’을 가리킨다. 이 꽃이 날리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솔가지로 쓸어낸다고 하였나? 종장으로 간다. ‘환우앵’은 ‘꾀꼬리가 벗을 부르는 소리’를 나타낸다. 꾀꼬리는 아름다운 소리를 지녔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 아름다운 소리가 취해서 겨우 든 잠을 깨우고 만다. 아무리 아름다우면 무엇 하겠는가. 그저 미울 뿐이다. 그런데 종장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왜 ‘취하여 겨우 든 잠‘이라고 하였을까? 아마도 ’날리는 버들개지‘가 무엇인가 상심의 단서를 주었을 것도 같다. 인생의 무상함 같은 것을 느꼈을까?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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