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에서 두만강 물길 김 재 황 밤마다 출렁거린 그 물결을 찾으려고 내 마음은 그 얼마나 힘껏 노를 저었던가 만나면 두 팔 벌려서 안고 싶던 강이여. 저 멀리 물줄기가 가물가물 잡힐 즈음 오히려 내 가슴에 빈 갈대만 서걱였네 또 한 번 목이 터지게 불러 보는 그 이름. 그처럼 꿈속에서 잊지 못한 물빛인데 옛.. 시조 2006.09.29
백두산에서 백두산 천지 김 재 황 벼르고 또 별러서 겨우 날을 잡았건만 올라가니 짙은 안개 수줍은 듯 덮여 있어 마음을 적셔야 할 곳 찾을 수가 없구나. 까마득한 벼랑 아래 어두움은 엎드리고 가파른 비탈 따라 검은 바위 누웠는데 어쨌든 내가 부르는 이름이야 다만 바람. 두 손을 모은 뜻이 하늘 끝에 닿았는.. 시조 2006.09.29
시조11 사막을 걸으며 김 재 황 돌덩이가 부서져서 한껏 고움을 이뤘나 정녕 그 단단함이 저리 부드럽게 됐나 풍화의 긴 손놀림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 바람이 크게 불면 눈앞에 생기는 언덕 나 혼자 오르기는 엄두가 너무 안 나고 걸음이 어려운 만큼 신기루는 쉽게 뜬다. 목마른 이 곳에도 푸른 목숨이 사느.. 시조 2006.01.13
정체 정 체 김 재 황 출근 길이 답답하다 늘어선 차들 때문에 뿜어내는 매연으로 목에는 가래가 차고 점잖게 참고 앉았노라면 울화통이 터진다. 꼬박꼬박 끼니 또한 거르지 말아야 하고 시원하게 볼일 봐야 하루 종일 편안하다 제때를 지키지 못하니 열꽃 돋는 그 얼굴. 소통이 필요한 게 어디 그것뿐이겠나.. 시조 2005.12.17
반지 반 지 김 재 황 그건 사랑이 아니라 녹 안 스는 사슬이다 외롭게 높은 마음 송두리째 헐어 내고 무작정 네 손가락에 끼워 놓은 삶의 굴레. 아무리 눈물보다 큰 보석이 빛난다 해도 달빛이 닿을 때면 더욱 시린 눈망울들 떼쓰듯 가는 테 속에 신의 이름 새겨 본다. 마냥 둥글기 때문에 끝이 없다 생각 마.. 시조 2005.12.16
추사 고택 추사 고택 김 재 황 간밤에 함박눈이 살금살금 내리더니 반듯한 마당에는 하얀 이불 덮이었다 임의 꿈 짐짓 일어나 하품하는 이른 아침. 세월을 따라가다 잠깐 쉬는 겨울바람 높직한 솟을대문 기왓장을 깔고앉아 먼 하늘 뒹굴며 오는 임의 붓끝 바라본다. 반가운 손님 맞아 버선발로 달려 나온 그 마음.. 시조 2005.12.14
시조10 히말라야를 오르며 김 재 황 너무나 숨차구나 홀로 오르는 발걸음 지나온 산길 위로 젖은 바람 깔리는데 그 높은 나의 봉우리 번쩍인다 빙설이---. 아무도 밟지 않은 순수의 자리를 골라 말없이 삶을 새긴 어느 설인의 발자국 아직껏 굽은 능선에 빈 고요로 남아 있다. 볼수록 아름다워라 멀리 펼친 산.. 시조 2005.10.27
은어 이야기 은 어 김 재 황 끈끈하게 들러붙는 저 바다의 파도 소리 온몸에 소름 돋듯 먼 그리움 몰려들면 물길을 거슬러 올라 봄빛 가득 안아 본다. 거센 물살 가로막는 돌멩이를 찾아가서 푸르거나 검은 이끼 부드럽게 피어날 때 마음껏 입맛을 즐기면 짙어 오는 수박 향기. 아무리 외로워도 바다로 가지 말아라 .. 시조 2005.10.26
시조8 저 하늘을 바라보며 김재황 너무나 멀고 깊어 내가 닿을 수 있을까 그 물빛 너무 맑아 내가 머물 수 있을까 가만히 바라다보면 왠지 자꾸 눈물난다. 어둠이 깔릴 때면 더욱 감감한 속사정 저 별들 이야기도 깜박깜박 쏟아지고 공연히 그리운 얼굴만 더듬더듬 떠서 온다. 얼마나 넓고 긴 강 거기 흐르고 .. 시조 2005.10.24
시조7 메밀밭을 베고 자면 김 재 황 밤마다 잠 못 들고 애쓰던 마음이더니 바스락 또 바스락 걸음을 옮기는 소리 내 숨결 환한 꽃길이 메밀밭에 닿는다. 별처럼 반짝이던 불면증을 털어 낸 후 신발을 벗어 들고 철버덕 또 철버덕 메밀꽃 하얀 물길을 어린 꿈��� 건넌다. (시작 노트) 메밀은 마디풀과에 딸.. 시조 200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