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양이 어느 고양이 김 재 황 자주 가는 출판사에 사는 고양이 한 마리 눈도 채 못 든 놈을 주워서 길렀다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사람을 졸졸 따른다. 아침에 만날 때는 야옹야옹 뛰어오고 심심하면 다가와서 그 앞발로 톡톡 치고 노는 게 강아지 같다고 온 직원이 귀여워한다. 쉴 새 없이 드나들며 문을 쾅.. 시조 2008.03.25
늘 참선하다 늘 참선하다 김 재 황 내 몸은 가부좌로 눈과 입을 닫아걸고 수선스런 내 마음도 화두에다 묶어놓고 갈 길을 내가 나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그 뜻이 간절하면 하늘 문도 열리는데 불현듯 그 갈 길이 멀리 뵈는 바로 그때 그래 난, 벌떡 일어나 훌훌 털고 가겠네. 시조 2008.03.25
군산 열도에서 선유도 가다! 김 재 황 넓은 바다를 가르며 쉬지 않고 달린 뱃길 내가 꿈에 그려 오던 선착장에 발을 딛다 안개는 활짝 걷히고 간 곳 모를 신선이여. 민박집에 짐을 풀고 눈을 들어 앞을 보니 검은 뼈대 우뚝 세운 망주봉이 친히 맞다 아련히 폭포 소리에 젖어드는 내 마음 귀. 날 버리고 떠나 버린 그대 .. 시조 2006.11.05
이천 곤지암에서 밤눈 맞다 김 재 황 바람에 가랑잎이 구석으로 몰렸는데 눈이 온다 곤지암에 어둔 밤을 밀어내며 묵은것 모두 버려서 새로움의 환희로.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 손을 마주잡고 반짝이는 눈빛 따라 밝은 꿈을 띄워 놓고 힘차게 축복의 노래 나부끼는 열망들. 시조 2006.10.28
이천 소리울 용학사에서 용학사에서 김 재 황 휘어진 길을 따라 발걸음은 가벼운데 어서어서 오라는 듯 꼬리 흔드는 시냇물 마음을 추어올리니 절 한 채가 보인다. 그 앞의 바위 속에 석불이야 머물지만 목련이 켠 기지개로 금방 펼칠 꽃망울들 불현듯 풍경 소리가 귓바퀴에 앉는다. 이 곳은 원래부터 물이 좋은 고장이라 시린.. 시조 2006.10.19
대구 팔공산에서 팔공산 석굴암 김 재 황 바람은 살금살금 산등성을 올라가고 물소리는 웅얼웅얼 골을 타고 내리는데 바위벽 좁은 공간에 세 석불이 머문다. 서둘러 천릿길을 셋이 걷는 중이라도 멀찌감치 합장하면 꿈인 듯한 천년 세월 마음산 넓게 비우니 먼 정토가 환하다. 시조 2006.10.10
문학기행6- 서귀포에서 서귀포 바다 김 재 황 동그란 그리움을 포구 멀리 던져 보면 밀물로 차는 정이 주름살 새기는 소리--- 설익어 문이 열리는 내 마음의 꿈빛 바다. 물안개 닦아 내고 마당만큼 치운 자리 은비늘 멸치 떼가 금돗자리 펴고 놀면 가볍게 갯바람 타고 아기섬도 떠 오는가. 파도는 달려와서 무릎 앞에 몸을 풀고.. 시조 2006.10.08
문학기행5- 속초 영랑호에서 영랑호에서 김 재 황 서쪽에 설악을 두고 잠이 깊게 들었지만 예나 이제나 아득히 빼앗기게 되는 마음 그대가 꿈결인 듯 오네 젖은 소식 지니고. 홀로 머무는 범바위 이른 탁족을 즐기며 바다와 바람과 햇살, 4월 하늘 읊고 있네 가슴에 묵묵히 그대를 안아 보는 아침나절. 고요를 가까이 돌면 물멀미는.. 시조 2006.10.03
장생포에서 장생포에서 김 재 황 검푸른 앞바다가 술렁거린 옛 이야기 바위에 새겨 놓은 그림으로 이미 아네 구태여 고래잡이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그 이름 유래대로 장승은 서 있었을까 무엇을 그토록 오래 기다리다 떠났을까 나 홀로 그저 멍하니 고래 꿈에 잠기네. 앞으론 누구든지 맘 놓고 살아야 하리 고래.. 시조 2006.09.29
화진포에서 화진포에서 김 재 황 바다에 섬이 없으면 멋도 없지 않겠냐며 손대면 도망칠 듯 살짝 떠 있는 금구도 꽃다운 전설 하나는 감춰 두고 있겠구나. 진정 뜨거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등 휘게 달려와서 쓰러지는 파도 소리 해변을 홀로 거닐며 지난 날을 돌아본다. 옆구리가 시린 분은 이 바다로 오시.. 시조 200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