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조 30편) 8. 맷돌 맷 돌 김 재 황 어쩌다 그대 몸은 그렇듯이 얽었어도 끝까지 그 삶이야 동그란 사랑이었소 무겁게 가슴에 안은 원한조차 갈아 내는. 원래는 땅 속에서 벌겋게 끓었을 텐데 그 정열 잠재우고 무언으로 머문 그대 누군가 다시 껴안고 긴 숨결을 불어넣었소.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천둥소리 머금은 듯 세상.. 시조 2008.11.02
(자선시조 30편) 7. 큰 걸음을 내딛는다 큰 걸음을 내딛는다 김 재 황 긴 다리 넓게 편다, 미끄러운 수면 위에 어찌나 잔잔한지 맑게 비치는 하늘 길 조그만 소금쟁이가 큰 걸음을 내딛는다. 둥근 잎 띄워 놓고 연꽃 웃는 한여름에 소나기 다녀가고 바람도 떠난 물 마당 도저히 내가 못 따를 기적의 춤 내보인다. 시조 2008.11.01
(자선시조 30편) 6. 난초꽃 향기 난초꽃 향기 김 재 황 비록 펼친 뒷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가벼운 구름 한 폭 스치는 바람 소리로 이 밤에 꿈길을 따라 그대는 찾아오네요. 열 높은 앞이마를 짚어 보는 손이더니 저 하늘 담고 흐른 물결 같은 음성으로 그대는 꽃등을 들어 풋사랑을 밝히네요. 별빛 젖은 옆자리에 그림자를 놓아 보.. 시조 2008.10.31
(자선시조 30편) 5. 골동품 골동품 김 재 황 잊혀 가는 표정들을 무늬처럼 새기려고 눈빛 까만 삭정이에 빨간 불을 붙여 본다. 가까이 귀를 대어도 밝혀지지 않는 내력. 부드러운 가락으로 흐르는 듯 빚은 곡선 실금 같��� 이야기가 엷은 미소 묻혀 오고 갈수록 혼이 이울어 줄을 퉁긴 마음이여. 겨우 아문 상처께로 숨소리를 .. 시조 2008.10.30
(자선시조 30편) 4. 임진강에서 임진강에서 김 재 황 물바람은 울먹이며 강가에서 서성대고 겉늙은 갈대꽃이 넋이 나가 흔들려도 포성에 멍든 역사는 침묵 속을 떠간다. 서러운 빗줄기를 한데 모아 섞던 강물 말 잃은 얼굴들은 바닥으로 잠기는데 세월은 등 푸른 꿈을 연어처럼 키운다. 감도는 굽이마다 기다란 목줄이 죄어 내닫는 .. 시조 2008.10.29
(자선시조 30편) 3.동학사에서 (자선시조 30편) 3, 동학사에서 By 녹시 (0점) 2008-09-25 동학사에서 김 재 황 골짜기 가린 숲에 머문 새는 잠이 들고 꿈결에 뒤척이면 솔 냄새가 이는 바람 천수경 외는 소리만 홀로 밤을 새깁니다. 어둠을 밝혀 가는 믿음이 곧 하늘이라 구름은 문을 열어 저승까지 환한 달빛 관세음 고운 눈길이 미소 한 점.. 시조 2008.10.28
(자선시조 30편) 2. 음양고비 음양고비 김 재 황 돋아난 한 쌍 목숨 마주 몸을 껴안으면 세상은 큰 숲인데 산안개는 흩어지고 마음껏 펴는 날개에 온통 산이 흔들린다. 마냥 조그만 숨결을 풀무질로 달군 사랑 하늘도 보자기라 접어서 품에 넣으면 오히려 골짜기 타고 흰 폭포가 쏟아진다. 시조 2008.10.27
(자선시조 30편) 1. 무궁화가 피어난다 무궁화가 피어난다 김 재 황 동남쪽에 자리 잡아 먼동을 빗질한 마음 놀빛 묻은 이마에는 이슬 같은 땀이 솟고 조금씩 손을 펼치어 새아침을 열고 있다. 알몸으로 다진 나날 이어지는 목숨의 끈 먼저 떠난 발자국을 다시 짚어 따라가면 점잖게 흰 옷을 걸친 얼굴들도 눈을 뜬다. 때로는 시린 바람이 그 .. 시조 2008.10.26
연꽃을 소재로 한 작품 (시조 2편) 연꽃 심서 김 재 황 이슬이 맺힌 잎은 바탕으로 열어 두고 널따란 물거울에 그 얼굴을 비춰 보면 하늘로 향한 마음은 홍조 일어 흐논다. 눈감고 손을 모아 달무리를 두른 가슴 비릿한 물바람에 제 그림자 더욱 젖어 진창을 디디고 서서 턱을 괴는 꽃대여. 쏟아진 소나기가 둥근 다리 건넌 다.. 시조 2008.05.21
고양이 그 후 고양이 그 후 김 재 황 출판사 그 고양이 다 큰 수놈으로 자라 뜰의 감나무 줄기에 자기 영역 표시하고 떡하니 암놈 데려다가 오순도순 지낸다. 따뜻한 양지쪽을 미련 없이 내어주고 좋아하는 생선 도막 뺏어가도 그냥 두고 그 정이 사람보다 낫다고 모두 혀를 내두른다. 낯가리던 암고양이 숨지 않게 .. 시조 200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