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겨울 산행 김 재 황 혼자서 찾아가는 알지 못할 깊은 솔숲어젯밤 함박눈이 그리 펑펑 내렸기에그 산길 고운 순수가 나를 반겨 맞는다. 새들이 둥지 안에 둥근 꿈을 묻었어도나무들은 빈 가지에 활짝 피운 저 눈꽃들하늘의 마음 한 자락 먼저 와서 머문다. 집히는 기척 없고 추위 그냥 조는 기슭의젓이 소나무들 하얀 옷을 갖춰 입고떠난 임 계시는 곳을 바로 보라 말한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30
유선형 고향/ 김 재 황 [사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유선형 고향 김 재 황 언제나 그리움은 가슴속에 놓인 강물물살로 살아가는 옛 마을은 길둥근데어기야, 노를 저으며 내 고향이 떠간다. 세월의 물굽이를 딛고 있는 느티나무물소리 풍악 소리 푸른 잎에 가득 차면어여차, 구름을 안고 고향 소식 떠온다. 걸음이 뜸하다고 저 들녘도 여위는가,물까치 시린 울음 굴러오는 여울 건너사르르 고향 나루에 내 마음이 닿는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9
근황/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근황 김 재 황 편지지는 곁에 없고 우체국은 너무 멀다,요즘에도 친구들은 별일 없이 지내는지서둘러 컴퓨터 켠 후, 띄워 보는 이메일. 인터넷에 손 갔으니 여러 카페 방문하고소리에서 영상까지 느긋하게 둘러본다,그 참을 못 참겠는지, 울려 대는 핸드폰.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8
다시 이승에/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다시 이승에 김 재 황 저마다 사람들은 몸뚱이와 넋이 있고몸뚱이를 잃게 되면 넋이 홀로 남을 텐데그 넋은 나비가 되어 저승으로 가는가. 제비꽃인 박정만은 우주 멀리 간다 했고솜다리인 이성선은 저 먼 별이 된다 했네,나야 뭐, 이승에 남아 민들레나 됐으면-.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7
기쁘게 사는 나무/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기쁘게 사는 나무 김 재 황 구름을 멀리 두고 콧노래를 따르다가바람과 손을 잡고 엉덩춤을 밟는 나무어느덧 열린 어깨에 보름달이 앉습니다. 눈발이 날린 날엔 산수화를 그리다가큰비가 오는 날엔 서정시를 읽는 나무오히려 푸른 가슴이 꽃마을에 머뭅니다. 햇볕이 쨍쨍 쬐면 함박웃음 보이다가더위가 푹푹 찌면 멍석자리 펴는 나무언제나 높은 눈길은 바위산을 오릅니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6
나뭇잎 하나/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나뭇잎 하나 김 재 황 비우듯이 버리듯이 바람의 길 열어놓고다사로운 햇살 아래 꿈 날개를 펼치었네,어제는 먼 하늘 저쪽, 무동 타던 기쁨들. 꼿꼿하게 높직하게 발뒤꿈치 드는 마음하얀 달빛 쏟아져서 물 노을로 출렁이네,오늘은 조각배 한 척, 깃발 높이 내걸고. 노래하라 춤추어라 이 땅 중심 기울도록울긋불긋 풍악 소리 펑펑 흐를 들판 너머내일은 긴 걸음 딛고 빠른 세월 낚으리.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5
거리로 나온 나비/ 김 재 황 [사호납줄갱이를 찾아서] 거리로 나온 나비 김 재 황 높다란 빌딩 사이 샛노랗게 열린 길을 몸보다 마음으로 팔랑팔랑 날고 있네, 곱게 편 날개 한 쌍이 안고 있는 그 바람. 차들의 소음 속에 긴긴 숨결 머금으면 꽃이야 어디서나 방긋방긋 웃고 있네, 더 깊게 갈 길 감추고 숨어 있는 그 향기.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4
솔나리 그 날갯짓/ 김 재 황 [사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솔나리 그 날갯짓 김 재 황 네 활개 활짝 펴고 홰를 차는 바로 그때 검은 손이 스쳤기에 꽃송이로 변한 건가, 스스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바람 멀리 갔고 푸른 강물 또 보채니 커다란 눈 치켜뜨며 어서 높이 날아가라 가볍게 풀어버리는 날갯짓을 보고 싶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3
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외로운 바퀴벌레 김 재 황 오라고 안 했어도 어디든지 가야 하니 구석지고 눅눅한 곳 골라 밟는 어스름 녘 재빠른 걸음걸이에 그 한목숨 내맡긴다. 숨어서 사는 일이 무슨 죄가 되는 걸까 그냥 찰싹 엎드려서 숨을 죽인 처지인데 왜 모두 보기만 하면 죽이려고 드는 걸까. 울 줄도 모른다니 믿을 것은 그 날개뿐 묵은 먹물 듬뿍 찍어 이미 그린 얼룩무늬 오늘은 달 따러 간다, 장대 하나 지니고.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2
새/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새 김 재 황 누구나 가슴속에 무언가를 키우느니 입을 굳게 다물고서 바위처럼 앉았어도 못 잊게 피어난 꽃잎, 말을 물고 나는 새. 불어온 북풍에다 넓게 펴고 얹은 날개 무게를 버리고서 깃털 같은 마음으로 저 멀리 가난한 나라, 꿈을 바라 사는 새. 울음은 버렸지만 서러움에 젖어들고 아득히 보채다가 갈대숲을 감싸 안는 남몰래 부르는 이름, 물빛 푸른 심상의 새.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