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망주봉 오르다/ 김 재 황 [서호 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도 망주봉 오르다 김 재 황 파랗게 그린 그것, 아직 알지 못하여도 겨우 앞만 바라보고 바윗등을 오르는데 외줄에 이 몸뚱이가 왜 이렇게 무거운지. 가쁜 숨 몰아쉬며 봉우리에 올라서니 앞바다에 작은 섬들 쓰린 귀를 열고 있네, 먼 하늘 속삭임 소리 간지럽게 이르는 듯. 비로소 알 것 같다, 가야 할 바로 그곳 지는 해를 옆에 끼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 중턱쯤 나무 한 그루 선뜻 손을 내민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10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김 재 황 떠나지 못하도록 산은 앞에 엎드리고 속삭임을 감추느라 옆 개울은 느린 걸음 무작정 꿈 송이들이 벌판 위로 내린다. 그냥 웃음 머금다가 그저 눈을 붉히다가 마음 온통 뒤집어서 아주 털어 보이다가 나중엔 어린애처럼 벌거벗고 나선다. 오래도록 참느라고 굳어 버린 표정인데 청자 빛 고향 하늘 안고 살던 그 세월이 다시금 출렁이더니 흰 소식을 쏟는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9
곤지암에서 밤눈 맞다/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곤지암에서 밤눈 맞다 김 재 황 바람에 가랑잎이 구석으로 몰렸는데 ‘눈이 온다, 곤지암에’ 검은 밤을 밀어내며 묵은 것 모두 버려서 새로움의 얼굴로. 마음을 활짝 열고 작은 손을 마주 잡고 반짝이는 눈빛 따라 밝은 꿈을 띄워 놓고 힘차게 축복의 노래 나부끼는 깃발들. (2006년 10월 28일) 오늘의 시조 2024.04.08
남양주 축령산 아래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남양주 축령산 아래에서 김 재 황 고요가 흘러내린 추위 속의 산골짜기 아직 어린 잣나무도 지닌 꿈이 새파란데 내 마음 머무는 둥지, 구름 위를 엿본다. 길 닿는 모퉁이에 가슴만큼 열린 마당 숨결 더운 공놀이로 그 이마엔 땀이 솟고 한 발짝 나앉은 까치, 하늘 보며 짖는다. 어둠이 찾아드니 도란도란 돋는 별빛 입을 모아 밤을 가니 금모래가 한 줌이다, 찬물로 세수한 아침, 내 얼굴엔 햇살이-.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7
이천 용학사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이천 용학사에서 김 재 황 휘어진 길을 따라 발걸음은 가벼운데 어서어서 오라는 듯 꼬리 흔든 그 시냇물 마음을 추어올리니 절 한 채가 보인다. 그 앞의 바위 속에 불상이야 머물지만 목련이 켠 기지개로 금방 펼칠 꽃망울들 날아온 풍경 소리가 귓바퀴에 앉는다. 여기는 원래부터 물이 좋은 고장이라 긴 물소리 이끌고서 다시 오는 임의 말씀 눈으로 맞아들이며 내가 지금 서 있다. (2006년 10월 19일) 오늘의 시조 2024.04.06
이천 소리울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이천 소리울에서 김 재 황 가까운 사람끼리 바쁜 일정 잠시 접고 바람들을 한데 모아 빈 날개로 당도하니 언덕의 아담한 산장 그 눈빛이 정다워. 깨끗한 앞마당에 잔디밭은 말이 없고 아주 마른 뒤웅박은 꿈길 가듯 뒹구는데 주인이 나와 반기는 그 손길은 따뜻해.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5
선유도 옆의 무녀도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도 옆의 무녀도에서 김 재 황 살아난 푸닥거리 곱게 쓸린 그 바닷가 납작한 돌조각에 자리 잡은 나무 무늬 징 울음 가득 머금고 문실문실 자란다. 큰바람 불 때마다 어린가지 잉잉 울고 맨발로 작두 위에 올라서는 물빛 마음 삶 친친 모감주나무, 동신제를 엿본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4
선유약수터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약수터에서 김 재 황 가파른 산자락에 욕심 없이 앉은 자리 더위에 지친 이들 그 목마름 풀어 주는 산 마음 고인 사랑이 바다보다 넓구나. 먼 마을 굽어보는 신갈나무 그늘 자락 새하얀 까치 소린 귓전 너머 더욱 차고 참 오래 우리 인정도 샘물처럼 맑구나.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3
강변에서 족구 경기/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강변에서 족구 경기 김 재 황 친밀한 기업체가 미련한 가을 축제 젊은이들 틈에 섞여 ‘공차기’를 하다 보니 마음은 자신 있으나 헛발질이 심하다. 이마에 흘린 땀을 닦아내고 바라보니 몸 가벼운 갈대들은 마른 잎을 비비는데 늦게야 비가 온다니 좋은 날을 잡았다. 모처럼 집 밖에서 즐기는 오늘 하루 물을 따라 길게 열린 산책로도 걸어 본다, 이따금 찾아오리라, 고개 절로 끄덕이며.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2
선유도 가다/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도 가다 김 재 황 넓은 바다 가르면서 쉬지 않고 달린 뱃길 내가 꿈에 그려 오던 선착장에 발을 딛다, 안개는 활짝 걷히고 간 곳 모를 신선이여. 민박집에 짐을 풀고 눈을 들어 앞을 보니 굳은 뼈대 우뚝 세운 망주봉이 친히 맞다, 아련히 폭포 소리에 젖어드는 내 마음 귀. 날 버리고 떠나버린 그 발자국 짚어 가며 작은 섬들 길게 잇는 모래밭을 홀로 걷다, 팽나무 빈 그림자만 날개 접고 머문 날에.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