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8

선유도 망주봉 오르다/ 김 재 황

[서호 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도 망주봉 오르다 김 재 황 파랗게 그린 그것, 아직 알지 못하여도 겨우 앞만 바라보고 바윗등을 오르는데 외줄에 이 몸뚱이가 왜 이렇게 무거운지. 가쁜 숨 몰아쉬며 봉우리에 올라서니 앞바다에 작은 섬들 쓰린 귀를 열고 있네, 먼 하늘 속삭임 소리 간지럽게 이르는 듯. 비로소 알 것 같다, 가야 할 바로 그곳 지는 해를 옆에 끼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 중턱쯤 나무 한 그루 선뜻 손을 내민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10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김 재 황 떠나지 못하도록 산은 앞에 엎드리고 속삭임을 감추느라 옆 개울은 느린 걸음 무작정 꿈 송이들이 벌판 위로 내린다. 그냥 웃음 머금다가 그저 눈을 붉히다가 마음 온통 뒤집어서 아주 털어 보이다가 나중엔 어린애처럼 벌거벗고 나선다. 오래도록 참느라고 굳어 버린 표정인데 청자 빛 고향 하늘 안고 살던 그 세월이 다시금 출렁이더니 흰 소식을 쏟는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9

남양주 축령산 아래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남양주 축령산 아래에서 김 재 황 고요가 흘러내린 추위 속의 산골짜기 아직 어린 잣나무도 지닌 꿈이 새파란데 내 마음 머무는 둥지, 구름 위를 엿본다. 길 닿는 모퉁이에 가슴만큼 열린 마당 숨결 더운 공놀이로 그 이마엔 땀이 솟고 한 발짝 나앉은 까치, 하늘 보며 짖는다. 어둠이 찾아드니 도란도란 돋는 별빛 입을 모아 밤을 가니 금모래가 한 줌이다, 찬물로 세수한 아침, 내 얼굴엔 햇살이-.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7

이천 용학사에서/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이천 용학사에서 김 재 황 휘어진 길을 따라 발걸음은 가벼운데 어서어서 오라는 듯 꼬리 흔든 그 시냇물 마음을 추어올리니 절 한 채가 보인다. 그 앞의 바위 속에 불상이야 머물지만 목련이 켠 기지개로 금방 펼칠 꽃망울들 날아온 풍경 소리가 귓바퀴에 앉는다. 여기는 원래부터 물이 좋은 고장이라 긴 물소리 이끌고서 다시 오는 임의 말씀 눈으로 맞아들이며 내가 지금 서 있다. (2006년 10월 19일)

오늘의 시조 2024.04.06

강변에서 족구 경기/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강변에서 족구 경기 김 재 황 친밀한 기업체가 미련한 가을 축제 젊은이들 틈에 섞여 ‘공차기’를 하다 보니 마음은 자신 있으나 헛발질이 심하다. 이마에 흘린 땀을 닦아내고 바라보니 몸 가벼운 갈대들은 마른 잎을 비비는데 늦게야 비가 온다니 좋은 날을 잡았다. 모처럼 집 밖에서 즐기는 오늘 하루 물을 따라 길게 열린 산책로도 걸어 본다, 이따금 찾아오리라, 고개 절로 끄덕이며.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2

선유도 가다/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선유도 가다 김 재 황 넓은 바다 가르면서 쉬지 않고 달린 뱃길 내가 꿈에 그려 오던 선착장에 발을 딛다, 안개는 활짝 걷히고 간 곳 모를 신선이여. 민박집에 짐을 풀고 눈을 들어 앞을 보니 굳은 뼈대 우뚝 세운 망주봉이 친히 맞다, 아련히 폭포 소리에 젖어드는 내 마음 귀. 날 버리고 떠나버린 그 발자국 짚어 가며 작은 섬들 길게 잇는 모래밭을 홀로 걷다, 팽나무 빈 그림자만 날개 접고 머문 날에.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