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8

탈퇴/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탈퇴 김 재 황 ‘권한다, 자꾸 잔을’ 지닌 주량 묻지 않고 핑계로 댈 자동차가 나에게는 이미 없다, ‘금주’란 말 한마디야 힘을 잃고 사는 현실. 그 흔한 종합검진, ‘왜 그런지’ 못 나서고 엄숙한 결과 앞에 가슴 철렁 내려앉네, 술에는 장사가 없다, 남의 일이 아니란다. 건강을 못 지키면 모든 것을 잃게 되니 그래 지금 당장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이 못된 작심삼일은 어디에다 버릴꼬?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10

정체/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정체 김 재 황 출근길이 답답하다, 줄지어 선 자동차들 펑펑 뿜는 매연으로 목에 가래 차오르고 점잖게 참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진다. 꼬박꼬박 세 끼니는 챙겨야만 살 수 있고 시원하게 볼일 봐야 하루 내내 편안하다, 제때를 지키지 못해 ‘열꽃 핀다, 그 얼굴에.’ 소통이 필요한 게 어디 그게 모두일까 서민 경제 열고 있는 나랏일도 마찬가지 모두가 막힘없어야 대한민국 만세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9

캠프파이어/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캠프파이어 김 재 황 고요는 깃을 삼고 어둠으론 돌을 삼아 얼은 추위 가져다가 부시인 양 탁탁 치면 한밤을 새울 만하게 붉은 불꽃 피어난다.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다시 산이 되며 길마다 빛을 찾아 벼랑 끝을 오르는데 젊음의 더운 함성도 밤하늘에 별로 뜬다. 가깝거나 멀지 않게 불 주위에 둘러앉아 너와 내가 따로 없게 손과 손을 마주 잡자 먼동에 그 밝은 해가 떠오르는 그때까지.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8

아이스 댄싱/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아이스 댄싱 김 재 황 스르르 몸을 풀어 나비처럼 앉는 몸짓 시린 바람 다가와서 옷자락에 매달리고 눈길을 내가 멎으면 꽃송이는 절로 핀다. 멀찍이 내디디고 목을 빼며 내닫다가 핑그르르 솟구치면 하늘빛은 내려앉고 날개를 접고 있어도 꽃향기는 나부낀다. 하얗게 입김으로 춤사위를 새길 때면 걸음걸이 사뿐사뿐 미끄러운 너의 콧등 속내를 깊이 감추고 내 마음도 익어 간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7

그녀의 퍼포먼스/ 김 재 황

[서호 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그녀의 퍼포먼스 김 재 황 반듯한 그 이마에 밝고 맑은 눈동자로 언제나 앞에 서서 좋은 일을 먼저 하죠, 그녀가 가는 곳마다 피어나는 웃음꽃. 가벼운 그 소매에 날 듯싶은 춤사위로 무대가 따로 없이 주인공이 되곤 하죠, 그녀가 나섰다 하면 쏟아지는 박수 소리. 깍듯한 그 마음에 절로 뜨는 대보름달 지닌 정 넉넉하여 궂은일도 싫다 않죠, 그녀가 멀리 있어도 느껴지는 인기척!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6

우리 함께 래프팅을/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우리 함께 래프팅을 김 재 황 아주 쉽게 이룬 일이 무슨 보람 있겠는가, 우리가 가는 길도 또 하나의 급류인 걸 차라리 패들을 들고 보트 위에 자리 잡자. 흰 물살을 껴안으며 검은 바위 밀어내며 저 앞으로! 저 앞으로! 뜻을 모은 그 팀워크 모두가 넓은 하류에 다다름을 꿈꾼다. 구명 재킷 입었으니 뒤집혀도 염려 없다, 바위에 부딪혀도 쓴 헬멧이 보호한다, 다 함께 하늘을 품자, 더욱 푸른 믿음으로.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4

아, 숭례문/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아, 숭례문 김 재 황 온 국민이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보 1호 서울로 오는 손님, 맨 처음 맞던 그 문 한밤에 불길이 솟아 잿더미로 만들었다. 길고 긴 세월 동안 당당하게 섰던 모습 이제 우린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으려나 겹처마 들썩인 소리 시린 귀에 맴돈다. 문이라고 어찌 모두 같은 문이 되겠는가, 아무리 좋은 솜씨 뽐내어서 만들어도 또 하나 새 대문이지, 옛날 그 문 아니다. 타버린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 마음 무작정 넋만 놓고 있어서도 안 되는 법 다시는 이런 일 없게 문화재를 잘 지키자! (2008년 2월 11일)

오늘의 시조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