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8

사금파리/ 김 재 황

[사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사금파리 김 재 황 스스로 깨어져야 빛날 수가 있는 거지 그대로 있다는 건, 무디다는 증거일 뿐 지닌 것 작게 부숴야 번쩍 뜻을 얻는 거지. 하늘은 잠자는 자 깨운 적이 없다는데 졸음을 멀리 두고 두 눈 반짝 열리려면 쨍그랑! 저를 꾸짖고 날카롭게 되어야 해. 누구든 널 얕보고 손댔다간 큰일 나지 발톱들과 부리 모두 항상 세워 뒀으니까 공연히 더운 피 내고 후회하지 말도록.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9

터득/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터득 김 재 황 잘산다고 하는 그게 어떤 모습 이르는지 너무나도 긴긴 동안 알 길 없이 살아왔네, 욕심껏 땀나게 뛰면 되는 줄만 알았네. 높은 곳에 올라서서 으스대면 되는 걸까 넓은 자리 차지하고 떵떵대며 놀면 될까 천만의 말씀이라니 대체 답은 무엇인지. 눈 내린 다음 날에 홀로 눈길 거닐다가 눈이 주는 눈부심에 큰 눈 뜨게 되었는데 옳거니 ‘베풀며 살기’ 그것만이 잘사는 길.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8

진주/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진주 김 재 황 그저 한낱 구슬이면 무슨 값이 있겠냐만 눈 속에 든 티와 같이 참기 힘든 괴로움을 둥글게 빚어 놨으니 어찌 보배 아니랴. 한창 젊은 여인 목에 멋진 장식 되었어도 사리처럼 뜨겁구나, 내 눈에는 그 모두가 우리도 아픔 감싸면 그리 곱게 빛날까. 깊고 넓은 바다의 뜻 새겨 넣은 몸 빛깔로 고요함을 가득 물고 눈을 뜨는 미니 지구 못 밝힌 태초의 비밀, 너를 통해 풀고 싶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7

촉고/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촉고 김 재 황 중학교 다닐 적에 치렀던 국어 시험 ‘촉고’를 든 문제가 떡 버티고 앉았는데 그 답을 난 너무 쉽게 써넣기를 ‘작은 그물.’ 만점을 놓쳤구나, ‘촘촘한’이 정답인데 선생님은 애석함을 눈에 가득 담으시며 ‘촉고’가 왜 문제인지 생각하라 이르셨다. 덜 자란 물고기를 잡는 것은 안 되는 일 가볍게 이 문제를 보는 것은 더 나쁜 일 지금도 ‘촉고’란 말이 자연 보호 가르친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6

소금/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소금 김 재 황 쓰리게 열린 바다 지닌 순수 희디흰 빛 말리고 또 말리면 보석인 양 반짝인다, 눈으로 나누는 대화, 내 마음에 닿는 음성. 무슨 일을 하느라고 흘린 땀의 결정첸가 혀끝을 대었을 땐 진실의 맛 짜디짜다, 모나게 다져온 내핍, 물에 풀면 높은 부력. 제가끔 다른 쓸모 ‘잊지 마라.’ 깨우치듯 외지고 어두운 곳 구석구석 썩지 않게 내 임은 그 큰 손으로 너를 한 줌 뿌리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5

탈의/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탈의 김 재 황 옷이 정말 날개일까? 그건 정말 당치않아 겉을 너무 꾸미는 건, 안이 아주 낮기 때문 타고난 몸뚱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오래 입은 옷일수록 때가 끼고 얼룩지며 몸에 맞춰 입으려면 번거롭고 힘이 든다, 차라리 가볍게 탈의, 훨훨 날자 저 하늘. 하기야 이 마음도 안 보이는 옷인 것을 깨끗하게 늘 지니면 비단옷이 되는 것을 어느 게 허물인지는 누구든지 보면 안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4

탈출 시도/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탈출 시도 김 재 황 갇혀 있지 않더라도 안주하면 감옥이라 탈출을 시도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한 달에 서너 번씩은 넘어야만 하는 벽. 여태껏 그런 시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꼬리 없는 바람만큼 성공한 적 있었던가, 땅거미 내릴 때쯤엔 붙잡혀서 묶인 신세. 모든 문 잠가놓고 담을 높이 두른다고 푸르게 눈뜬 자유 잠재우기 어려우니 오늘도 기횔 엿본다, 달이 환한 이 밤에.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2

홍수/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홍수 김 재 황 그동안 너무 많은 쓰임만 당하다가 이제는 보란 듯이 모든 것을 부려 본다, 작은 힘 크게 모으니 누가 감히 그 앞에---. 슬픔을 가득 품고, 낮은 곳을 도우려고 온몸은 손이 되어 뫼란 뫼는 다 허문다, 바닥에 꿇을 때까지 용서 없이 쉼 없이. 가만히 지난날을 그물질해 살펴봐도 아직껏 푸른 것은 살아 있는 강줄기뿐 약한 자 억누른 죄를 물볼기로 다스린다. (2006년 7월 16일)

오늘의 시조 202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