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래프팅을/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우리 함께 래프팅을 김 재 황 아주 쉽게 이룬 일이 무슨 보람 있겠는가, 우리가 가는 길도 또 하나의 급류인 걸 차라리 패들을 들고 보트 위에 자리 잡자. 흰 물살을 껴안으며 검은 바위 밀어내며 저 앞으로! 저 앞으로! 뜻을 모은 그 팀워크 모두가 넓은 하류에 다다름을 꿈꾼다. 구명 재킷 입었으니 뒤집혀도 염려 없다, 바위에 부딪혀도 쓴 헬멧이 보호한다, 다 함께 하늘을 품자, 더욱 푸른 믿음으로.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4
아, 숭례문/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아, 숭례문 김 재 황 온 국민이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보 1호 서울로 오는 손님, 맨 처음 맞던 그 문 한밤에 불길이 솟아 잿더미로 만들었다. 길고 긴 세월 동안 당당하게 섰던 모습 이제 우린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으려나 겹처마 들썩인 소리 시린 귀에 맴돈다. 문이라고 어찌 모두 같은 문이 되겠는가, 아무리 좋은 솜씨 뽐내어서 만들어도 또 하나 새 대문이지, 옛날 그 문 아니다. 타버린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 마음 무작정 넋만 놓고 있어서도 안 되는 법 다시는 이런 일 없게 문화재를 잘 지키자! (2008년 2월 11일) 오늘의 시조 2024.03.03
어른에 대하여/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어른에 대하여 김 재 황 먼 길을 온 이 곁에 모든 사람 다가서니 무슨 까닭 지니고서 그를 그리 반기는가, 아직은 가지 못한 곳, 새 이야기 들으려고. 우리가 나이 든 이 높이 봄도 그와 같아 가슴속에 담긴 앎을 얻으려는 바람이다, 비워 둔 가장 윗자리, 모신 마음 내세우며.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2
실버를 생각하며/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실버를 생각하며 김 재 황 아침에 거울 보며 내 머리를 빗자니까 새하얀 머리칼에 마음조차 서늘하다, 눈앞에 실버타운이 더욱 바짝 다가앉고. 전철을 탔을 때는 내가 설 곳 마땅찮고 노약자 자리에는 아직 앉기 어색한데 오늘은 실버벨 소리 싸늘하게 이마 친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3.01
사금파리/ 김 재 황 [사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사금파리 김 재 황 스스로 깨어져야 빛날 수가 있는 거지 그대로 있다는 건, 무디다는 증거일 뿐 지닌 것 작게 부숴야 번쩍 뜻을 얻는 거지. 하늘은 잠자는 자 깨운 적이 없다는데 졸음을 멀리 두고 두 눈 반짝 열리려면 쨍그랑! 저를 꾸짖고 날카롭게 되어야 해. 누구든 널 얕보고 손댔다간 큰일 나지 발톱들과 부리 모두 항상 세워 뒀으니까 공연히 더운 피 내고 후회하지 말도록.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9
터득/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터득 김 재 황 잘산다고 하는 그게 어떤 모습 이르는지 너무나도 긴긴 동안 알 길 없이 살아왔네, 욕심껏 땀나게 뛰면 되는 줄만 알았네. 높은 곳에 올라서서 으스대면 되는 걸까 넓은 자리 차지하고 떵떵대며 놀면 될까 천만의 말씀이라니 대체 답은 무엇인지. 눈 내린 다음 날에 홀로 눈길 거닐다가 눈이 주는 눈부심에 큰 눈 뜨게 되었는데 옳거니 ‘베풀며 살기’ 그것만이 잘사는 길.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8
진주/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진주 김 재 황 그저 한낱 구슬이면 무슨 값이 있겠냐만 눈 속에 든 티와 같이 참기 힘든 괴로움을 둥글게 빚어 놨으니 어찌 보배 아니랴. 한창 젊은 여인 목에 멋진 장식 되었어도 사리처럼 뜨겁구나, 내 눈에는 그 모두가 우리도 아픔 감싸면 그리 곱게 빛날까. 깊고 넓은 바다의 뜻 새겨 넣은 몸 빛깔로 고요함을 가득 물고 눈을 뜨는 미니 지구 못 밝힌 태초의 비밀, 너를 통해 풀고 싶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7
촉고/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촉고 김 재 황 중학교 다닐 적에 치렀던 국어 시험 ‘촉고’를 든 문제가 떡 버티고 앉았는데 그 답을 난 너무 쉽게 써넣기를 ‘작은 그물.’ 만점을 놓쳤구나, ‘촘촘한’이 정답인데 선생님은 애석함을 눈에 가득 담으시며 ‘촉고’가 왜 문제인지 생각하라 이르셨다. 덜 자란 물고기를 잡는 것은 안 되는 일 가볍게 이 문제를 보는 것은 더 나쁜 일 지금도 ‘촉고’란 말이 자연 보호 가르친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6
소금/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소금 김 재 황 쓰리게 열린 바다 지닌 순수 희디흰 빛 말리고 또 말리면 보석인 양 반짝인다, 눈으로 나누는 대화, 내 마음에 닿는 음성. 무슨 일을 하느라고 흘린 땀의 결정첸가 혀끝을 대었을 땐 진실의 맛 짜디짜다, 모나게 다져온 내핍, 물에 풀면 높은 부력. 제가끔 다른 쓸모 ‘잊지 마라.’ 깨우치듯 외지고 어두운 곳 구석구석 썩지 않게 내 임은 그 큰 손으로 너를 한 줌 뿌리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5
탈의/ 김 재 황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편 탈의 김 재 황 옷이 정말 날개일까? 그건 정말 당치않아 겉을 너무 꾸미는 건, 안이 아주 낮기 때문 타고난 몸뚱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오래 입은 옷일수록 때가 끼고 얼룩지며 몸에 맞춰 입으려면 번거롭고 힘이 든다, 차라리 가볍게 탈의, 훨훨 날자 저 하늘. 하기야 이 마음도 안 보이는 옷인 것을 깨끗하게 늘 지니면 비단옷이 되는 것을 어느 게 허물인지는 누구든지 보면 안다. (2009년) 오늘의 시조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