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朱門에 벗님네야/ 김 천 택
[원본]
朱門에 벗님네야 高車駟馬 됴타 마쇼
토끼 죽은 後면 개마자 삼기나니
우리는 榮辱을 모르니 두려온일 업세라.
[역본]
떵떵대는 벗들이여 멋진 차마 좋다 마오
토끼를 잡은 뒤에 개도 삶음 있게 되오
우리는 영광과 치욕 몰라 두려운 일 없다네.
[감상]
김천택(金天澤)은 시조작가 및 가인(歌人)으로 생몰년대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자(字)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이고 호(號)는 ‘남파’(南坡)이다. 숙종 때에 포교를 지냈다고도 한다. “사람됨이 총명하고 유식하며 능히 <시경>을 알고 외워서 한갓 가객이 아니었다.”라는 평을 듣는다.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는데, 일종의 사설 음악 연구소로써 그 문하에서 수많은 가객이 배출됐다.
초장을 본다. ‘주문’은 ‘붉은 칠을 한 대문으로, 고관이나 부호의 집’이고 ‘고거사마’는 ‘네 필의 말이 끄는 높은 수레’를 말한다. 잘사는 벗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중장을 보면 그 까닭이 있다. 이는 바로 ‘토사구팽’을 가리킨다. 사냥이 끝나면 개도 삶음을 당하게 된다. 세상은 몰인정하다. 쓸모가 없게 되면 버리고 만다. 종장으로 간다. 중장의 일은 영광을 탐하기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영광이나 치욕이나 그 모두를 외면하면 그런 화도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 옳은 말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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