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霽月이 구름 뚫고/ 권 호 문
[원본]
霽月이 구름 뚫고 솔끗테 날아 올라
十分 淸光이 碧溪中에 빗껴거날
어데 인난 물일한 갈며기는 나를 조차 오난다.
[역본]
구름 뚫고 맑은 달이 소나무 끝 날아올라
넉넉히 맑은 빛이 푸른 내에 비치는데
무리를 잃은 갈매기는 날 따르는 것이냐.
[감상]
권호문(權好文 1532~ 1587)은 조선 선조 때의 학자이다. 본관은 안동(安東), 자(字)는 ‘장중’(章仲)이고 호(號)는 ‘송암’(松巖)이다. 1561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청성산(靑城山) 아래에 ‘무민재’(無悶齋)를 짓고 은거했으며, 이황(李滉)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동문들은 그의 학행을 높이 평가하였다고 한다. 훗날, 내시교관(內侍敎官) 등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관물당(觀物堂)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초장을 본다. ‘제월’은 ‘맑게 갠 하늘에 뜬 달’이다. 그리고 ‘솔끗테’는 ‘소나무 끝에’라는 뜻. 맑은 달이 소나무 끝에 오른 모습을 상상해 본다. 중장을 본다. ‘십분’은 ‘넉넉히’ 또는 ‘충분히’ 등의 뜻을 지닌다. ‘청광’은 ‘맑은 빛’이고 ‘벽계’는 ‘푸른 시냇물’이다. 그 달의 맑은 빛이 푸른 내에 비친다. 달빛과 물빛의 어우러짐이 그저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다. 신비로움을 지닌다. 종장에서는 반전이 있다. 무리 잃은 갈매기가 작가를 왜 따르는지 모른다고 했다. 즐거워하는 그 모습 때문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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