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니저 바리쟈 하니/ 작가 미상
[원본]
니저 바리쟈 하니 아마도 못 니즐다
無端이 혜자하고 西壁도라 잠을 든이
西壁이 面鏡이 되야 눈에 暗暗하여라.
[역본]
잊자고 생각하니 아마도 못 잊는다
사유 없이 헤자 하고 서쪽으로 잠이 드니
그 벽이 거울이 되어 눈 앞에서 아른아른.
[감상]
초장을 본다. 잊어 버리자고 하니, 아마도 잊기 어렵다고 한다. 잊기가 그리 쉽다면 어찌 사랑 타령을 하겠는가. 마음에 잊기로 하여 그냥 잊는다면 그 사랑은 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잊자고 해도 잊을 수 없으니 그게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사랑은 묘하다. 중장으로 간다. ‘무단이’는 ‘무단히’이다. 그 뜻은 ‘사전에 허락이 없이’라든가 ‘아주 사유가 없이’를 나타낸다. 그리고 ‘혜자하고’는 ‘헤아려 보자 하고’ 또는 ‘가늠하여 짐작하거나 마루어 생각하자 하고’의 뜻을 지닌다. 그런데 ‘헤다.’라는 단어도 있다. 이는, ‘여럿 가운데에서 가장 잘난 체하며 마음대로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나는 이를 잘못 기재한 게 아닌가 여겼다. 또 ‘서벽’은 ‘서쪽 벽’인데, 그냥 ‘서쪽’으로라고 했다. 그래서 ‘사유 없이 잘난 체하고 서쪽으로 잠이 든다,’라고 풀어 보았다. 종장으로 간다. ‘서벽’이 또 나와서 ‘벽’이라고 했으며 ‘면경’은 ‘작은 거울’이며 ‘암암하다.’는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싶다.’라는 풀이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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