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의 봄/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운현궁의 봄 김 재 황 열린 대문 들어서니 봄 햇살이 가득한데그 뜰에는 큰 나무가 헛기침을 높게 뱉고수직사 세운 쪽으로 퍼런 서슬 맴돈다. 늘그막을 대원군이 보냈다는 저 사랑채어디선가 바람결에 묵은 묵향 날리는 듯노안당 멋진 글씨에 내 발걸음 멎는다. 여인네가 머물렀던 노락당과 또 이로당두 귀 열고 둘러보면 두런두런 말소리들오죽의 푸른 잎들이 지난 때를 훔친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15
이 아침 산책길은/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이 아침 산책길은 김 재 황 이 아침 산책길은 열려 있는 전시관 뜰제비꽃은 방글방글 목련꽃은 또 배시시멀찍이 까치가 홀로 맑은 목청 틔운다. 언덕으로 오르다가 빈 벤치에 앉아 쉬니산수유와 생강나무 노란 봄에 실린 향기어린이 노랫소리도 꿈결 너머 들린다. 다시 걸음 재촉하게 어디선가 부르는 듯모여 앉아 말문 떼는 미선나무 꽃송이들가만히 귓바퀴 열고 그 속삭임 새긴다. (2012년 4월 10일) 오늘의 시조 2024.11.14
시인의 길/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시인의 길 김 재 황 한창 젊은 그 시절에 나야말로 눈뜬장님깜짝 놀랄 시 한 편을 얻으려고 밤 밝혔다,이름을 날리는 것이 제일인 줄 알았다. 칠순 넘긴 이 나이엔 기웃하면 먹먹한데욕 쏟아도 안 서럽고 남은 내 길 거뭇하다,가슴에 오직 시심뿐, 바람인 양 걷겠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