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1345

단시조 3수

[서다] 편 벚꽃 소식 김 재 황 저 아래 남쪽에서 부리나케 올라온 것 닫혔던 내 가슴이 열리도록 환한 소식 피운 꽃 아쉽게 져도 봄이어서 설렌다. (2017년) 봄비 오다 김 재 황 좀 흐린 날씨여서 우산 갖고 나왔는데 고양이 세수하듯 겨우 땅이 젖을 정도 참 적게 내린 비라도 신록들은 달갑다. (2017년) 수건에 대하여 김 재 황 언제나 네 일이야 젖은 몸을 닦는 그것 바람을 잘 받아야 일을 척척 잘할 텐데 재빨리 못 말린다면 썩는 냄새 곧 난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6.01

단시조 3수

[서다] 편 매화 피다 김 재 황 멀리서 그냥 봐도 반가움이 왈칵 들고 가까이 몸이 가면 그리움을 끄는 향기 젊을 적 스친 여인이 보조개도 보낸다. (2017년) 반송을 보며 김 재 황 가볍게 앉았는데 두 손 모두 안 보이게 살포시 두 눈 감고 하늘가를 더듬는 듯 이 세상 모든 아픔이 그 가슴에 안겼네. (2017년) 세월호 건지다 김 재 황 세 해가 되어서야 무거운 몸 드러낸다, 더 일찍 꺼냈으면 우리 모두 좋겠지만, 못 보게 녹슬었어도 감춘 것들 찾아야.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31

단시조 3수

[서다] 련 그리운 물레방아 김 재 황 물 흐른 걸음 따라 빙글빙글 돌아가니 참 힘든 인생살이 둥글둥글 풀리는 듯 쿵더쿵 방아를 찧는 그 물레가 그립다. (2017년) 피라미 앞에서 김 재 황 흘러간 옛날 옛적 어찌 그리 놀렸던가, 그 이름 끌어다가 빗대어서 얕잡은 일 꽃보다 너의 춤사위 다시 보고 놀란다. (2017년) 그 잘못으로 김 재 황 마음을 닦는다고 땀 흘리며 살았건만 싫은 말 듣고서는 말싸움을 벌였으니 한순간 그 잘못으로 흙탕물이 묻었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30

단시조 3수

[서다] 편 자전거 타기 김 재 황 어릴 때 배웠는데 가르친 건 마을 어른 기우는 그쪽 향해 그 손잡이 돌려 봐라, 다 늙은 지금에 와서 타는 삶을 깨닫네. (2017년) 빛나면 숨어라 김 재 황 뭇 눈길 받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란다, 깃 없이 높은 하늘 둥둥 뜨면 큰일이다, 센 바람 한 번 불어도 갈잎처럼 된단다. (2017년) 꽃마리 앞에서 김 재 황 저 밭둑 지나자니 옛 시절이 날 붙든다, 늘 보면 제 동생을 업고 있던 여자아이 먼 하늘 자주 훔치는 그 슬픔에 젖는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9

단시조 3수

[서다] 편 남산 오르다 김 재 황 몇 번을 올랐으나 오늘 더욱 힘들구나, 산수가 눈앞이니 그럴 만도 안 하겠나, 팔각정 다다랐을 때 크게 숨을 내쉰다. (2017년) 장충공원에서 김 재 황 봄빛이 날 부르니 나들이를 갈 수밖에 벗들과 봄길 가며 콧노래를 빚어 본다, 발 빠른 산수유나무 새삼스레 그 꽃을! (2017년) 영춘화 피다 김 재 황 아직도 개나리는 긴 꿈 안에 안겼는데 너 먼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 다음에 모두가 잠이 깨도록 손뼉 치며 웃누나.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8

단시조 3수

[서다] 편 쥐가 나다 김 재 황 두 발을 접었다가 길게 펴는 그 순간에 못 참게 종아리에 찢는 듯이 아픔 온다, 소통이 막혀 버리면 나게 되는 이 경련. (2017년) 들에 핀 꽃처럼 김 재 황 생긴 게 다른 만큼 지닌 마음 다르듯이 하는 말 같더라도 같은 느낌 못 갖는데 그 모두 들녘 꽃처럼 그냥 보면 되리라. (2017년) 바보 중국 김 재 황 몸집은 어른인데 바보 같은 이웃 있지 주먹을 내밀 텐데 막겠다니 성을 낸다, 앞으로 놀러 안 와도 아쉽기는 천만에!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7

단시조 3수

[서다] 편 바가지 깨다 김 재 황 깊은 잠 깨자마자 밖을 쓰는 내 첫새벽 나쁜 일 붙지 않게 마음 먼저 다지고서 문지방 그 앞에 놓인 옛 바가지 밟는다. (2017년) 설레는 봄 김 재 황 한 번은 꽃샘추위 있을 거라 여기는데 성급한 꽃 소식이 바람 타고 다다른다, 뭐 그리 봄이 좋은지 너도나도 설레네. (2017년) 물까지 사 먹다니 김 재 황 물결을 타고 노는 그 피라미 그리워서 깊숙이 산 아래로 삼다수를 들고 간다, 불현듯 부끄러워요 사 마시는 이 물이.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6

단시조 3수

[서다] 편 파블로 네루다 김 재 황 먹는 것 입는 것이 하늘처럼 보이는데 오르면 숨 가빠도 살아 있는 걸음걸이 꽤 높은 발파라이소 가난한 시 흐른다. (2017년) 수행하다 김 재 황 한 군데 자리 잡고 장독들이 듣는 법문 한 차례 쏟아져서 꾸벅 졸면 죽비 소리 한 말씀 뜨거워질 때 장의 맛은 익는다. (2017년) 노래하는 봄 김 재 황 얼음이 풀리니까 잠든 냇물 깨어나고 즐거이 노래하며 흘러가는 물결 소리 냇가에 버들가지도 어린 눈을 뜨겠다.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5

단시조 3수

[서다] 편 느닷없이 틀림없이 김 재 황 소식이 끊긴 이가 느닷없이 깨운 전화 다정히 말을 걸며 우리 주소 묻는다면 올 것은 다만 하나야 틀림없이 청첩장. (2017년) 속절없는 꿈 김 재 황 이 밤에 웬 구급차 달려오는 소리인가, 어느 넋 가물가물 머나먼 길 가려는가, 긴 잠과 어우러진 꿈 속절없이 깨는가. (2017년) 남극을 그리며 김 재 황 큰 추위 견디면서 황제펭귄 머무는 곳 그 이름 낯익기에 그리움도 가장 남쪽 꿈에나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을까.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4

단시조 3수

[서다] 편 펭귄의 노래 김 재 황 밖에선 뒤뚱뒤뚱 어린 손녀 그 걸음마 물속에 들어가면 수영 선수 저리 가라 암컷이 알을 낳으면 품는 일은 수컷이. (2017년) 거리는 벌써 봄 김 재 황 얼음이 녹으면서 가슴 아픈 쩍쩍 소리 실금을 가르면서 시린 바람 가는 자리 입춘은 벌써 지났고 서울 거리 붐비네. (2017년) 깨끗한 시 김 재 황 깨끗한 시야말로 더럽히면 안 되느니 아무나 만지도록 내놓으면 때가 타지 그 뜻이 반짝이지만 숨겨야만 하느니. (2017년)

오늘의 시조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