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3. 탈의 탈 의 김 재 황 옷이 정말 날개일까 그건 당치않은 소리 겉을 너무 꾸미는 건, 안이 부실하기 때문 타고난 알몸뚱이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오래 입은 옷일수록 때가 끼고 얼룩지며 몸에 맞춰 입으려면 번거롭고 힘이 든다. 차라리 가볍게 탈의 훨훨 날자 저 하늘. 하기야 이 마음도 안 보이는 옷인 것.. 시조 2009.07.07
(다시 시조 30편) 8. 호접란 호접란 김 재 황 네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가기를 꿈꾸며 너와 가장 닮은 정이 흐르는 언덕을 넘어 기억의 연분홍 나비가 긴 꽃대로 날아온다. 너는 거짓을 버리고 젊게 살려고 하지만 네 슬픔을 키워 가는 저 산 너머의 바람들 더 곱게 수줍은 꽃잎이 빈 날개를 펼친다. 시조 2009.06.30
(다시 시 30편) 21. 겨울 산을 오르면 겨울 산을 오르면 김 재 황 거기, 고요가 살고 있다. 해묵은 기침 소리 모두 잠재우고 두툼한 햇솜이불 넓게 깔아놓고 하얀 숨결이 날개를 접고 있다. 낮아서 더욱 아늑한 자리 시린 바람 불어서 한껏 자유로운 곳 안 말해도 알아듣고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분의 결코 늙지 않는 사랑 졸고 있는 산.. 시 2009.06.10
(자선시조 30편) 18. 가벼운 길 가벼운 길 김 재 황 접었던 두 날개를 넓게 펴는 그 흰 숨결 마음이 가벼워서 저 구름을 닮는 걸까 시린 발 딛고 오르는 가난의 길이 보인다. 가야 할 고향 집은 아주 멀리 놓여 있어 출렁대는 바다 위에 높직하게 그린 항로 지친 몸 타고 누르는 저녁놀빛 털어 낸다. 눈보다 하얀 깃을 진솔인 양 가다듬.. 시조 2008.11.15
(자선시조 30편) 2. 음양고비 음양고비 김 재 황 돋아난 한 쌍 목숨 마주 몸을 껴안으면 세상은 큰 숲인데 산안개는 흩어지고 마음껏 펴는 날개에 온통 산이 흔들린다. 마냥 조그만 숨결을 풀무질로 달군 사랑 하늘도 보자기라 접어서 품에 넣으면 오히려 골짜기 타고 흰 폭포가 쏟아진다. 시조 2008.10.27
(자선시 30편) 3. 치자꽃 향기 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서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마음이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 시 2008.09.29
나무에게서 배운다5 ♧♧♧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누가 묻거든 그대여 그냥 미소만 짓지는 말아요 보아요, 저 곰솔나무를 보아요 가지는 저 밝은 하늘에 닿을 듯하고 뿌리는 그 어둔 지심에 이를 듯한 곰솔나무의 순수한 영혼은, 낮에는 영원한 공간을 가로질러 삶의 진실을 찾아서 사방으로 헤매고 밤에는 무한한 우주를.. 감성언어 200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