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8. 시치미를 뗄까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소나기가 내려서 앞동산이 얼굴 씻고 웃는 날 나는 질경이가 되어 볼일 덜 끝낸 구름의 궁둥이나 쳐다볼까 짓궂게 발을 걸어 뛰어가는 바람이나 넘어뜨릴까 그리하다가 그분에게 들키면 짐짓 먼 산 바라보며 시치미를 뗄까 얼굴에 멋쩍은 웃음 흘리며 뒤통수를 긁을까. 시 2008.10.03
(자선시 30편) 7. 먹붕어 뛴다 먹붕어 뛴다 김 재 황 한 대접의 맑은 물을 약모밀에게로 가지고 가서 밤새껏 달빛에 얼룩진 그의 얼굴을 닦아 준다. 먼동이 다가올수록 환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미소 그릇 속에 달이 갇힌다, 펄떡펄떡 먹붕어 뛴다. 시 2008.10.02
등꽃 아포리즘 ♧♧♧ 이 세상의 파도가 거세면 거셀수록 우리는 꿋꿋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해요 한 마리의 푸른 용처럼 꿈틀거리는 저 힘찬 등나무의 참모습을 보아요 비록, 시렁을 의지해서 꽃을 피우지만 그 맑고 환한 얼굴이 위안을 주어요 더위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힌다고 하여도 나는 이제 기쁘게 찾아갈 곳.. 화목 2008.06.07
덕수궁에서 만난 나무4 (자귀나무) ♧♧♧ 하나 하나의 가는 털 고운 빛깔 빛나는 조물주의 섬세한 섭리여 팔을 벌리고 섰는 자귀나무를 만나면 연분홍빛 황홀한 꿈 속을 헤매게 돼요 너울너울 향수의 꽃구름을 타고 두둥실 연민의 노을밭을 지나서 떠난 사람 그리운 얼굴들을 더듬게 돼요 여위는 달밤에 고독의 뺨을 비비는.. 내 사랑, 서울 2008.06.06
복수초 소식 복수초 소식 새하얀 눈을 뚫고 고개 내민 금빛 얼굴 어느새 봄은 성큼 네 곁으로 다가섰네 맨발로 먼저 나서서 달려가는 내 마음. *이메일을 통하여 날아온 복수초 개화 소식 부지런한 그 모습이 아름답고 씩씩하다 마음은 맨발로 달려가는데, 몸은 아직도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3월도 며.. 생활시조 2006.02.27
경건함을 위하여 종소리 들리니 김 재 황 새롭게 살아난 물과 가슴 따뜻한 햇빛 내려 주시니 겨우내 잠들었던 씨앗들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눈빛으로 깨어나서 옹알거리고 볼수록 앙증한 그 모습 바람도 불어와서 쓰다듬곤 했네. 몇 날 며칠을 장마는 줄곧 하늘을 적시고 땅을 적시고 가난한 마음까지 물빛이게 하다.. 빛을 향하여 2006.01.06
들꽃7 끈질긴 삶을 사는 질경이 김 재 황 고등학교 시절의 일이었습니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을 뿐만 아니라, 아주 약골로 보이는 '훈이'라는 같은 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점심시간이었다고 기억되는데, 우리 반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주먹도 가장 세어서 ‘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녀석이 같은 반.. 들꽃 200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