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굴뚝새
김 재 황
지금은 어디에도 굴뚝이 없으니
굴뚝새는 날아갈 곳이 없다.
모처럼 빈 몸으로 고향을 찾았는데
동구 밖 느티나무는 이제 너무
늙어서 말귀를 통 알아듣지 못한다.
옛 일조차 물을 수가 없어서 낭패다.
전에는 그리 즐겁던 냇물이
쉬엄쉬엄 산길을 힘없이 내려온다.
반짝임이 없다, 눈빛이 죽었다.
굴뚝새는 서러워서 울고
달래느라 싸리나무가 눈시울을 붉힌다.
굴뚝을 겨드랑이에 끼고 졸던
초가집이 앉았던 자리는 어디인가.
밤이면 별이 떨어져서 묻히던 곳
굴뚝새는 연방 기웃거리다가
흙 묻은 별 조각 하나 물고 돌아와서
교회 지붕 위에 걸어놓는다.
오늘은 그게 시가 되어 빛난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시 30편) 29. 모내기 (0) | 2009.06.19 |
---|---|
(다시 시 30편) 28. 웃고 있는 연리초 (0) | 2009.06.18 |
(다시 시 30편) 26. 따스한 안개 (0) | 2009.06.17 |
(다시 시 30편) 25. 부끄러운 연꽃 (0) | 2009.06.15 |
(다시 시 30편) 24. 지지 않는 달 (0) | 2009.06.14 |